1888년 개장…조선 땅 밟은 외국인들의 첫 안식처

[※편집자 주 = 인천은 1883년 인천항 개항 이후 국내에서 신문물을 처음 맞이하는 관문 도시 역할을 했습니다.

인천에서 시작된 '한국 최초'의 유산만 보더라도 철도·등대·서양식 호텔·공립 도서관·고속도로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연합뉴스 인천취재본부는 이처럼 인천의 역사와 정체성이 서린 박물관·전시관을 생생하고 다양하게 소개하려 합니다.

모두 30편으로 구성될 이번 시리즈 기사는 매주 토요일 1편씩 송고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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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돋보기]① 한국 호텔 역사의 시작 '대불호텔'
1876년 강화도 조약을 계기로 '조용한 아침의 나라' 조선의 빗장이 강제로 열리자 인천에도 변화의 바람이 강하게 들이닥쳤다.

1883년 인천항 개항 후 일본과 청나라, 그리고 구미 각국의 외교관·선교사·상인·여행가들이 대거 방문하면서 한적했던 항구 앞 개항장 거리는 조선 최대의 국제도시로 탈바꿈하게 된다.

오랜 항해를 마치고 조선 땅을 밟은 여행객들에게는 고단한 여정이 더 남아 있었다.

이들의 주 목적지는 서울인 경우가 많았는데 인천에서 서울까지는 우마차로 12시간 이상 걸렸다.

이 때문에 하루를 인천에서 묵어야 했지만, 외국인을 맞이할만한 숙박시설은 거의 없었다.

나가사키 출신의 무역상 호리 히사타로와 그의 아들 호리 리키타로는 이 점에 착안해 현재 인천시 중구 중앙동1가 18 터에 서양식 3층 벽돌 건물을 짓고 1888년 호텔 운영을 시작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대불호텔이 탄생한 순간이다.

[인천 돋보기]① 한국 호텔 역사의 시작 '대불호텔'
모두 11개의 객실을 갖춘 대불호텔의 개장 초기 객실료는 상당히 비싼 수준이었다.

상등실 객실료는 2원 50전, 일반실이 2원으로, 당시 조선 노동자 하루 임금 23전의 약 10배에 달했다.

1933년 출판된 '인천부사'에 따르면 대불호텔은 1887년 착공해 1888년 준공된 것으로 기술됐지만, 신식 건물 준공 이전에도 2층 규모의 일본식 목조 가옥에서 숙박업을 운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선교사 아펜젤러는 비망록에서 "1885년 4월 5일 도착. 끝없이 지껄이고 고함치는 일본인, 중국인 그리고 한국인들 한복판에 짐들이 옮겨져 있었다.

대불호텔로 향했다.

놀랍게도 호텔에서는 일본어가 아닌 영어로 손님을 편하게 모시고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인천 돋보기]① 한국 호텔 역사의 시작 '대불호텔'
훌륭한 접객 서비스를 자랑하던 대불호텔은 경인철도 개통 후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1899년 경인철도 개통 이후 인천서 서울까지 이동 시간이 1시간 40분 내외로 단축되자 대불호텔을 찾는 투숙객도 줄었다.

결국 1918년 대불호텔은 개장 30년 만에 중국인에게 매각되고 1919년부터는 중화루(中華樓)라는 이름의 중국 음식점으로 재탄생했다.

베이징 요리 전문점으로 창업한 중화루는 공화춘·동흥루와 함께 인천 3대 중국요릿집으로 명성을 떨치며 성업을 누렸다.

하지만 중화루도 1960년대 이후 청관거리가 쇠퇴하면서 경영난을 겪다가 1970년대 초 폐업했다.

이후에는 간판만 걸고 월셋집으로 사용되다가 1978년 7월 철거되면서 한국 최초의 서양식 호텔 건물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인천 돋보기]① 한국 호텔 역사의 시작 '대불호텔'
대불호텔이 세상의 빛을 다시 본 것은 2011년 상가 건물 터파기 진행 중 호텔 지하 저장시설로 추정되는 벽돌 구조물이 발견되면서부터다.

문화재청은 대불호텔 터 보존을 권고했고, 인천 중구청은 56억원을 들여 해당 부지에 3층 규모의 호텔 건물을 재현해 2018년 3월 '대불호텔 전시관'을 개관했다.

인천 중구문화재단 김선영 학예사는 "최초의 대불호텔은 현재 전시관 옆자리에 2층의 일본식 목조가옥 형태였다가 현재 전시관 자리에 3층의 서양식 벽돌건물로 신축됐다"고 설명했다.

전시관 1층에서는 발밑의 투명 유리창을 통해 130년이 넘은 대불호텔 지하 구조 흔적을 볼 수 있다.

2층에는 대불호텔의 객실 모습이 재현됐다.

대불호텔 내부 사진 등 고증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완벽한 재현은 어려웠지만, 고풍스러운 침대와 의자, 화려한 문양의 다기와 커피메이커 등을 갖춰 방문객이 개화기 호텔 모습을 연상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3층은 대불호텔 연회장을 재현했고,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피아노도 전시돼 있다.

이 피아노는 이영근 한국사법교육원 이사장이 기증한 것으로, 일련번호를 보면 미국 소머사가 1876∼1900년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3층에서는 가상 피팅기를 이용해 근대 의상과 드레스를 가상으로 착용해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인천e지' 앱을 내려받으면 AR(증강현실) 서비스를 통해 19세기 후반 호텔 내부에서 호텔리어의 안내를 받는 듯한 경험도 만끽할 수 있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관람료는 성인 1천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무료다.

[인천 돋보기]① 한국 호텔 역사의 시작 '대불호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