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 윤석열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 윤석열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박민영 대변인의 비판으로 인한 윤석열 대통령의 분노가 자신의 징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주장이 나오자 "눈을 의심하게 하는 증언"이라며 해당 주장이 사실일 경우 상당한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부실 인사 지적에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 훌륭한 사람 봤냐"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나와서는 안 되는 발언이었다"고 직격했다.

이 대표는 4일 오전 페이스북에 "박 대변인이 윤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이 상황이 발생했다면 상당한 유감"이라면서 조선일보의 칼럼을 공유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5일 출근길 인사 실패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냐"고 대답한 바 있다. 이에 박 대변인은 "민주당처럼 하지 말라고 뽑아준 거 아니냐"고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자당 대변인의 날 선 비판에 윤 대통령은 분노했고, 대통령의 분노가 결국 이 대표 징계에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조선일보 칼럼의 골자다. 박 대변인은 이 대표가 기획한 당 대변인 선발 프로그램 '나는 국대다' 출신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 사진=연합뉴스
이어 이 대표는 "저는 당대표 취임 이후 대변인단이 쓰는 어떤 논평에도 '이걸 쓰라', '저걸 쓰지 말라' 한 적이 없다"며 "제 철학은 당에 있는 모든 사람이 잘 알고 있고 깨지지 않은 원칙"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박 대변인은 59초 쇼츠 공약을 만들기 위해 대선 기간 중 불철주야 노력했던 윤 대통령의 당선을 너무나도 원했던 사람이고 당당하게 경쟁 선발로 우리 여당의 대변인 자리를 맡은 사람"이라며 "대선이라는 전장에서 논리로 치열하게 방송에서 상대와 맞붙었던 선무공신이고 후보 옆에서 심기경호하고 다니던 호성공신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전 정권 중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 이 발언은 나와서는 안 되는 발언이었다"며 "이 발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영상에 잡혔지만, 강인선 대변인이 이 발언에 대해 언론인들에게 해명하거나 보충하는 모습보다는 만면에 미소를 띠고 대통령을 따라가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 대변인은 할 일을 하지 않았고, 박 대변인은 할 일 이상을 용기와 책임 의식을 갖고 했다"며 "대통령실은 이 발언이 잘못됐다는 것을 지적할 용기도, 뭔 일이 난 상황에서 이것을 교정하겠다는 책임 의식도 없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 / 사진=박 대변인 페이스북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 / 사진=박 대변인 페이스북
앞서 박 대변인은 지난달 5일 윤 대통령이 부실 인사에 대한 지적에 '전임 정부보다는 낫다'는 취지로 일축한 것을 두고 "여야가 오십보백보의 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서로를 '내로남불'이라 지적하는 작금의 상황은 부끄러움을 넘어 참담하기까지 하다"며 정면 비판한 바 있다.

박 대변인은 당시 "장관 임명이 더 미뤄지면 국정에 혼란이 오지 않겠느냐고, 검증 책임을 다하지 않은 민주당도 책임이 있지 않겠느냐고, 아무튼 직접 성범죄를 저지른 건 아니지 않느냐고, 궁색한 변명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민주당이 여당 시절 똑같이 반복했던 변명들"이라며 "'민주당도 그러지 않았느냐'는 대답은 민주당의 입을 막을 논리가 될 순 있겠지만, '민주당처럼 하지 말라고 뽑아준 거 아니냐'는 국민의 물음에 대한 답변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시행착오였다고 생각한다. 달라져야 한다. 건전한 비판에 의한 자정 능력만 잃지 않는다면 얼마든 대기만성의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변화하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될 수 있길 정말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