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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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4일 오전 1시20분부터 17시간여 동안 네 차례에 걸쳐 동·서해상으로 560여 발의 포탄을 퍼부었다. 포탄이 떨어진 지점은 ‘9·19 군사합의’에 따라 포 사격이 금지된 해상완충구역 안이다. 북한이 주한미군의 정규 군사훈련을 핑계로 2018년 이뤄진 9·19 군사합의를 사실상 무력화하려는 도발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포 사격과 별도로 지난 13일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전투기 편대를 출격시켜 위협 비행을 했다. 동해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한 발도 발사했다.
9·19 군사합의 걷어찬 北, 동·서해 완충구역에 560여발 포격

◆동·서해에 수백여 발 포격

14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후 5시부터 6시30분까지 북한 강원도 장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90여 발의 포 사격을 했다. 또 오후 5시20분께부터 7시까지 서해 해주만에서 90여 발, 장산곶 일대에서 210여 발의 포사격을 관측했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동·서해상 낙탄 지점은 북방한계선(NLL) 북방 해상완충구역 내인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 영해 내 낙탄은 없는 것으로 관측됐다. 합참은 “동·서해 북한의 포 사격에 대해 9·19 군사합의 위반이며, 즉각 도발을 중단하라는 경고 통신을 수차례 실시했다”고 밝혔다. 해상완충구역은 9·19 군사합의에 따라 남북한이 우발적 충돌 등을 방지하기 위해 해안 포문을 폐쇄하고, 해상 군사훈련과 해안포 등 중화기 사격을 금지하기로 한 곳이다.

북한은 이날 새벽에도 해상완충구역에 포 사격을 해 9·19 군사합의를 위반했다. 오전 1시20~25분 서해안에서 방사포를 포함해 130여 발, 오전 2시57분~3시7분에는 동해안에서 40여 발을 쐈다.

앞서 13일 밤부터 14일 새벽에는 북한 전투기 10여 대가 출격했다. 전투기들은 동·서부 내륙과 서해 상공 등 세 방향에서 우리 군이 설정한 ‘전술조치선’을 넘어 9·19 군사합의에 따른 ‘비행금지구역’ 북방 5~7㎞ 지점까지 내려온 것으로 파악됐다. 전술조치선은 북한 군용기 남하에 신속 대응하기 위해 우리 군이 군사분계선(MDL)과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20~50㎞ 북쪽 상공에 설정한 가상의 선이다. 우리 군은 또 오전 1시49분께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SRBM 한 발이 발사된 것도 포착했다.

◆北 “남조선군이 10여 시간 포 사격”

북한은 이번 도발이 ‘우리 군의 포 사격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오전 2시19분께 발표에서 “전선 적정(적의 정보)에 의하면 13일 아군 제5군단 전방지역에서 남조선군은 무려 10여 시간에 걸쳐 포 사격을 감행했다”고 규탄했다. 이어 “우리는 남조선 군부가 전선지역에서 감행한 도발적 행동을 중시하면서 강력한 대응 군사행동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합참은 “주한미군의 정상적인 군사훈련이었다”고 반박했다. 북한이 문제 삼은 ‘포 사격’은 13일 오전 8시~오후 6시께 강원 철원 사격장에서 주한미군이 실시한 다연장로켓(MLRS) 연습탄 사격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9·19 합의에 따라 MDL 5㎞ 내에선 포격을 못 한다”며 “그 이남 지역에서 남쪽 방향을 향해 사격했다”고 설명했다. 미군은 올해 초에도 경기 동두천에서 MLRS 훈련을 한 기록이 있는 만큼 최근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응해 시행한 훈련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합참 ‘군사합의 위반’ 엄중 경고

북한의 연쇄 도발에 정부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안보실 관계자는 “(상임위원들은) 정례적으로 해온 사격 훈련을 빌미로 9·19 군사합의를 위반하고 군사적 긴장을 고조하고 있는 것을 강력히 규탄했다”고 말했다. 합참은 “우리 군은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위반하고, 지속적인 도발을 통해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을 초래하고 있는 데 대해 엄중하게 경고한다”며 “(도발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군 통신선으로 9·19 군사합의 위반을 지적하는 대북전통문을 발송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이 강력한 도발을 통해 9·19 합의 파기를 유도하며 책임을 우리에게 돌리려는 의도일 수 있다”며 “당분간 다양한 방식의 군사 도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동현/좌동욱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