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일기 닮은 꼴' 해상자위대기 논란…非전투함 파견으로 나름 수위조절
한일관계 긍정적 흐름 이어가고 한미일 안보협력에 힘 실어
숙고끝 日관함식 참가…'욱일기 논란'에도 한일관계 개선 의지
정부가 정치권 일각의 '친일 논란'에도 일본 해상자위대 창설 70주년 관함식에 해군 함정을 보내기로 한 것은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선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의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27일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논의 등을 거쳐 내달 6일 열리는 일본 해상자위대의 관함식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은 지난 1월에 관함식 초청장을 보냈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지난 8월부터 본격적으로 참가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했지만 관함식을 불과 열흘 남짓 앞두고서야 최종 결정을 내렸다.

그만큼 고민이 컸다는 방증이다.

정부가 관함식 참가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가열됐다.

특히 행사를 주최하는 해상자위대의 깃발이 태평양전쟁 당시의 일본군 군기(욱일기)와 거의 같다는 점이 문제였다.

국제 관함식은 주최국 행사 귀빈들이 탑승한 '좌승함' 옆으로 참가국 함정들이 지나가면서 함정에 승선한 장병들이 좌승함을 향해 경례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즉, 한국 함정이 일본 관함식에 참가하면 일본 좌승함에 걸린 해상자위대 깃발을 향해 우리 승조원들이 경례하는 모습이 연출된다.

지난 21일 계룡대 해군본부 국정감사에서 한 야당 의원은 "욱일기(해상자위대기)를 향해 경례를 안 할 자신이 있으면 관함식에 가시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군 관계자는 "해군의 전통적인 관습으로 사열이 아닌 타국 국가수반에 대해 예의를 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상자위대가 해당 깃발을 달고 우리 측에 오는 것조차 논란이 된 바 있다.

해상자위대는 2018년 제주도 국제 관함식에 초청됐지만, 우리 측이 일본 국기를 대신 사용해 달라고 요청하자 아예 불참했다.

한일 군사 당국 간 초계기 갈등 등 구원(舊怨)이 아직 풀리지 않은 것도 논란을 키웠다.

2018년 일본 해상초계기가 저공비행을 하면서 우리 군함을 위협했던 사건이 아직 제대로 해결되지도 않았는데 군사협력의 초석이 될 수 있는 관함식 참가가 타당하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2018년 우리 해군의 관함식 때 욱일기를 내리라고 하니 일본은 함정이 불참했는데 이번에 우리가 일본 관함식에 참가하면 국민이 뭐라고 하겠는가"라며 "사람은 가고 군함은 안 가는 방식으로 지혜롭게 피해 나가는 게 좋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군이 관함식에 전투함이 아닌 지원함으로 분류되는 소양급 군수지원함(1만t급)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도 이런 민감성을 의식해 나름 수위를 조절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소한 전투함 승조원들이 일본 해상자위대기에 경례한다는 비판은 막아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런 논란에도 관함식에 참가하기로 한 것은 일단 한일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계속 살려 나가자는 의지로 읽힌다.

한일관계의 가장 큰 현안인 강제징용 배상문제의 해법을 찾고자 양국 외교당국이 힘을 쏟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 문제와 관련, 일본 전범기업의 기금참여와 일본 측 사과가 필요한 상황에서 양국 간 우호 분위기를 이어가려고 판단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함으로 인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미일 안보협력 움직임이 가속한 것도 관함식 참가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은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CVN-76·10만3천t급)를 포함해 지난달 30일 동해상 대잠수함전 훈련, 이달 6일 동해상 미사일경보훈련을 함께 하는 등 최근 부쩍 군사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숙고끝 日관함식 참가…'욱일기 논란'에도 한일관계 개선 의지
한국은 일본에서 열린 관함식에 김대중 정부 시기인 2002년과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5년 등 두 차례 참가했다.

2002년에는 구축함 광개토대왕함, 2015년에는 구축함 대조영함이 파견됐다.

일본도 1998년과 2008년 등 우리 관함식에 두 차례 참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