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과 민주당이 밝힌 이전 비용, 약 20배 격차
직접 이사비용만 따지느냐, 각종 간접·부대비용도 넣느냐의 차이 탓
정부·국회 합의해 비용 결정하지 않는 한 논란 계속될 듯


국회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가 본격화되면서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 비용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대통령실 이전 비용에 대해 "500억원 정도 되는 걸로 보고 있다"며 경호부대 이전 등 부대비용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에는 "견강부회 아닌가"라고 답변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실 이전 직·간접 비용, 앞으로 예상되는 국방부·합동참모본부 이전 비용, 미군 잔류기지 대체부지 확보 비용까지 합하면 1조원이 넘는다"고 맞섰다.

양측이 제시하는 수치가 20배가량 차이 나는 셈인데, 이 같은 대립 구도는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 직후인 지난 3월 청와대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처음 밝혔을 때부터 8개월 내내 이어지고 있다.

양쪽의 액수가 이처럼 크게 차이 나는 이유는 무엇이며, 어느 쪽 주장이 타당할까? 이를 평가하려면 양측 주장의 근거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팩트체크] 대통령실 용산 이전 비용은 517억원? 1조806억원?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대통령실 용산 이전 계획을 밝히면서 이전 비용을 496억원으로 제시했다.

청와대의 대통령실을 국방부 청사로 옮기고 집무실을 새로 꾸리는 데 드는 비용 253억원 외에 청사를 내준 국방부를 인근 합참 건물 등으로 이전하는 데 118억원, 경호처 이사 비용 100억원,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공사비 25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본 것이다.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마련한 예산 지출 계획에 따라 재원은 행정안전부와 국방부, 대통령경호처의 예비비로 충당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이후 실제 이전 과정에서도 대통령 관저 공사비 21억원이 늘어난 것 외에 추가된 비용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늘어난 공사비는 대통령 관저를 당초 육군참모총장 공관에서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변경하면서 공사 면적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따라서 현재까지 소요된 대통령 관저 공사비는 당초 제시한 496억원에 관저 공사비 추가분 21억원을 합친 517억원이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한다.

이는 대통령실 이전 비용은 대통령실 이전에 직접 관련된 비용, 즉 '이사 비용'에 국한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팩트체크] 대통령실 용산 이전 비용은 517억원? 1조806억원?
이에 반해 민주당은 대통령실 이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호부대 이전이나 시설 정비, 청사·공관 연쇄 이동과 관련한 부대 비용까지 이전 비용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대통령실 관련 의혹 진상규명단'이 정부 부처로부터 제출받은 정부 예산 전용·예비비 지출 내역에 따르면, 국방부는 진입로 개선과 울타리 공사 등 대통령실 청사 주변을 정비하는 데 시설 조사 설계비 예산 29억5천만원을 전용해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국방부는 지난 5월 이전한 대통령실에 청사를 내주고 합참 건물과 국방부 별관, 근무지원단, 군사법원, 국방컨벤션 등 인근 5개 건물로 쪼개 입주했는데, 이를 국방부 별관 건물로 다시 통합 재배치하는 데 193억원을 전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경찰청은 대통령실 주변 경비를 담당하는 101경비단과 202경비대를 이전 배치하는 데 급식비 예산과 예비비 등 72억6천400만원을 썼다.

서울시도 청와대 소방대를 이전하는 데 11억4천900만원의 예비비를 편성해 집행했다.

민주당은 여기에 청와대 개방 관련 사업(영녕릉 보전정비·궁능원 활용콘텐츠 개발운영)에 쓰인 문화재청 예산(96억7천만원)을 더해, 올해 추가로 지출된 대통령실 이전 비용을 380억원으로 집계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이 중 관저 공사비 21억원만 대통령실 이전 비용으로 인정한 셈이다.

민주당은 또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대통령실 이전 관련 예산(2024년 예산 일부 포함)이, 윤 대통령이 철회 의사를 밝힌 영빈관 신축 예산(878억6천300만원)을 제외하고도 1천7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외교행사 공간 조성(21억7천400만원), 대통령실 사이버안전 관리시스템 구축(50억원)과 기자실 시설관리·개선 등(51억7천100만원), 대통령경호처 통합검색센터 신축(24억700만원), 용산공원 임시개방 등(479억400만원), 청와대 복합문화예술공간 조성(217억6천200만원), 청와대 공연·미술전시·관광기반 조성(227억5천500만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민주당 추계대로라면 대통령실 이전 비용은 올해 지출된 것만 따져도 대통령실이 밝힌 517억원을 70%가량 웃도는 876억원이고, 내년에는 거의 4배인 1천948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에 보태 국방부와 청사를 공유하고 있는 합참을 남태령 수도방위사령부로 이전하는 데 따른 비용(2천980억원), 미군 용산 잔류기지 대체부지 마련 비용(3천억원), 군 경비경호·경비부대 및 방공부대 이전 비용(2천억원)까지 포함하면 대통령실 이전 비용이 총 1조806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민주당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고 맞서면서 양측은 수개월째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양측 주장을 따져보면 거론된 올해 예산 지출 내역과 내년도 관련 예산안의 존재 여부나 세부 금액에 대한 시비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문제는 거론된 예산 항목을 대통령실 이전 비용으로 인정하느냐 마느냐를 둘러싼 입장차라고 할 수 있다.
[팩트체크] 대통령실 용산 이전 비용은 517억원? 1조806억원?
양측 주장을 쟁점별로 살펴보면, 대통령실과 기재부는 우선 추가로 지출된 각종 예비비와 전용 예산은 각 부처의 자체 필요에 따라 집행한 부대비용으로 대통령실 이전에 소요된 직접 비용이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실 이전 비용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애당초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하지 않았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비용이기 때문에 당연히 포함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합참 이전 비용의 경우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7월 국회에서 2천98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합참 이전이 작전 효율성 강화 차원에서 과거 정부부터 필요성이 제기돼온데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실 이전과 연관 지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과거 군 내에서 아이디어 제시 정도만 있었던 것을 윤 대통령 취임 직후 공식화한 것이어서 합참 이전을 대통령실 이전에서 파생된 결과로 봐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미군 용산 잔류기지 이전 역시 대통령실은 과거 정부에서도 이전 필요성이 제기됐던 사안이라 이번 이전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미군 용산 기지 일부(캠프 모스·드래곤힐 호텔) 유지는 당초 한미 용산기지이전협정 이행합의서에 명시된 사항인데, 대통령실 이전 때문에 바뀌면서 호텔까지 새로 지어주게 된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용산공원 임시개방 비용의 경우 대통령실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해온 사업이어서 대통령실 이전의 결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대통령실 청사 주변 공원 부지를 오염물질도 정화하지 않은 채 서둘러 개방하느라 가외로 들어가는 비용만 거론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팩트체크] 대통령실 용산 이전 비용은 517억원? 1조806억원?
정리해 보면 '대통령실 이전 비용'의 명목상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지는 결국 정부와 국회가 합의해 정하지 않는 한 두고두고 논란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식선에서 판단해볼 때 대통령실 이전으로 인해 대통령실에서 제시한 '직접 비용'(517억원) 외에 '부대 비용'이든 '간접 비용'이든 추가로 비용이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김대기 실장은 지난 9일 국회 운영위에서 '대통령실 이전에 따라 각 부처가 필연적으로 수행해야 할 사업들이 발생한 것은 사실인데, 그것을 간접 비용이라고 한다면 얼마나 되느냐'는 민주당 진성준 의원 질의에 "간접 비용은 300억∼400억원 정도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간접 비용의 세부 목록은 국회 운영위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가 열리는 오는 16일까지 제출하기로 했다.

민주당이 추계한 대통령실 이전 비용 가운데 비중이 큰 합참 이전, 미군 잔류기지 대체부지, 경호·경비부대 및 방공부대 이전 비용을 합치면 7천980억원인데, 이는 확정되지 않은 전망치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진 않았다.

이를 제외한 민주당의 추가 비용 추계치(영빈관 제외)는 1천452억원인데 김대기 실장이 언급한 간접 비용(300억∼400억원)과는 차이가 있다.

따져보면 그 차이는 주로 용산공원 임시개방(483억원)과 청와대 개방(542억원) 관련 비용으로 판단된다.

민주당 추계치에서 이 두 항목과 대통령실이 직접 비용으로 인정한 대통령 관저 공사비 추가분(21억원)을 제외한 액수는 406억원이다.
[팩트체크] 대통령실 용산 이전 비용은 517억원? 1조806억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