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 세 번째)과 조현동 외교부 1차관(두 번째)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강제징용 해법을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방청석에 앉아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 세 번째)과 조현동 외교부 1차관(두 번째)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강제징용 해법을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방청석에 앉아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 해법으로 2019년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제안한 ‘1(한국 기업)+1(일본 기업)+α(양국 국민)’ 특별법을 다시 꺼내들었다. 강제징용피해자지원재단이 한·일 양국 기업과 시민으로부터 받은 기금으로 피해자 배상금을 대납하는 방안이다.

심규선 피해자지원재단 이사장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토론회’에서 “피해자들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특별법 제정밖에 없다”며 “유족 지원을 위한 특별법, 소위 문희상안 같은 것을 만드는 데 재단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문희상안은 문 전 의장이 2019년 11월 일본을 방문해 제안한 해법이다. 문 전 의장은 방일 후 기억·화해·미래재단을 설립하고, 한·일 양국 기업 및 국민에게 성금을 거둬 강제징용 소송 판결금을 대위변제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발의했다.

피해자지원재단과 외교부가 공유한 안은 큰 틀에서 문희상안과 비슷하다. 다만 행정안전부 산하에 있는 기존 피해자지원재단을 활용한다는 점, 대납 방식으로 병존적 채무 인수라는 구체적인 안이 나왔다는 점이 주목할 부분이다. 병존적 채무 인수는 강제징용 피고 기업의 채무는 그대로 두되 제3자가 함께 채무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피해자들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해법으로 등장했다.

서민정 외교부 아태국장은 “법리로 소위 ‘제3자 변제’ ‘중첩적(병존적) 채무 인수’ 방안 등이 논의됐지만 검토를 거듭할수록 핵심은 어떤 법리를 택하느냐보다 피해자들이 제3자를 통해 우선 판결금을 받아도 된다는 점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기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토론회에서도 정부와 피해자 측이 첨예하게 맞붙은 지점이다. 서 국장은 “양국 입장이 대립한 상황에서 (강제징용 소송) 피고 기업의 판결금 지급을 이끌어내기가 사실상 어려운 점을 민관협의 참석자뿐만 아니라 피해자들도 알고 있다”며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제징용 소송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공동 기금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피고 기업을 포함한 일본의 재원이 담보돼야 하고 일본 측 재원이 50%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와 기업의 사과 여부에 대해서도 양측 의견은 엇갈렸다. 서 국장은 “개별 기업과 정부의 역사적 사실 및 책임 인정, 과거 한·일 등에서 나온 과거사 선언을 재확인한다든지 여러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했다. 이에 임 변호사는 “강제동원 문제를 특정해 그것에 대한 반성이나 책임을 지는 방식이 전혀 아니다”고 비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정부 해법 최종안을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다”며 “각계각층 의견을 듣고 이를 통해 일본과의 협의를 보다 가속화할 수 있는 유용한 계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쌓아온 우호 협력관계의 기반을 바탕으로 한·일 관계를 건전한 형태로 되돌리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한국 정부와 긴밀히 의사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