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이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광장을 지나고 있다. 노동신문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이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광장을 지나고 있다. 노동신문
"북한은 수십 년에 걸친 비핵화와 국토 안보 정책에 구멍을 뚫으며 미국의 방어를 압도할 수 있을 만큼 많은 미사일을 공개했다(현지시간 9일,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미국이 지난 9일 북한이 공개한 대규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행렬에 깜짝 놀랐다. 북한이 최근 수년 간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미사일 사거리를 늘린 데 이어 본토 미사일 방어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는 다량의 ICBM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최소 11기의 화성-17형을 공개했다. 화성-17형은 2020년 10월10일 열병식에서 최초로 모습을 드러낸 ICBM이다. 지난해 3월 시험발사 당시 비행거리 1080km, 정점고도 6200km 비행에 성공했다. 정상각도 발사 시 최대 사거리가 1만5000km에 달한다. 평양과 워싱턴DC 사이 거리가 약 1만1028km로, 미국 수도가 사정권에 든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것은 11기라는 숫자다. ICBM 1개에는 핵 탄두 4개가 장착되는데, 총 44개의 핵탄두 갯수는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기지와 알래스카 포트그릴리 기지에 배치된 지상발사 미사일요격기 갯수와 같다. 북한이 더 많은 화성-17형을 제작해 발사하면 미국 본토 방어체계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로버트 수퍼 전 미 국방부 핵·미사일방어정책 담당 부차관보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북한 ICBM의 미 본토에 대한 위협보다 한발 더 앞서 가야 한다"며 "미국은 미사일방어체계에 적어도 2기의 차세대요격기를 빨리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에서 네 번쨰)이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며 경례를 받고 있다.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에서 네 번쨰)이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며 경례를 받고 있다. 노동신문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신형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추정 무기도 미국 본토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액체연료 추진체는 상대적으로 연료 주입에 시간이 오래 걸려 정보당국에 의해 탐지, 공격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고체연료 추진체는 연료를 미리 채워놓고 명령 수십초 만에 발사할 수 있다.

데이비드 쉬멀러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 선임연구원은 "고체연료 추진 ICBM은 기존의 액체연료추진 미사일에 비해 발사 준비 시간을 훨씬 단축한다"며 "미국은 조기경보 등에 어려움을 갖게 되고 미사일 발사 전에 미사일을 파괴하는 ‘발사 왼편’ 공격도 힘들어진다"고 분석했다.

'발사의 왼편 공격'이랑 준비→발사→상승→하강의 미사일 공격 단계 중 준비 단계에서 적 공격을 저지하는 것을 말한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수개월 내에 이러한 고체연료 ICBM을 시험발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킷 판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지난해 12월 고체연료 단거리미사일을 시험발사했고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출력고체연료발동기 지상시험을 했다"며 " 그리고 마침내 고체연료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몇달 내 첫번째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할 것이고 뒤이어 성능 확인을 위한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