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타기 외교 끊고 美·日과 '밀착' 바람직…中·러 리스크 줄이는데 집중해야"
“윤석열 정부가 전략적 모호성을 버리고 블록화되는 국제질서 변화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봅니다.” (안호영 전 주미대사)

국내 외교·안보·통상 전문가들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 안보 및 경제 동맹을 강화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다만 이 과정에서 중국·러시아 관계에서 생길 수 있는 비용과 위험을 세밀히 분석해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경제신문사가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지난 17일 개최한 좌담회에서다. ‘윤석열 정부 1년 외교 성과와 향후 과제’를 주제로 열린 이날 좌담회에는 안호영 전 대사와 이상현 세종연구소장 외에 신각수 전 주일대사,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유명희 전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한·미·일 ‘프렌드 쇼어링’ 효과 커”

참석자들은 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잇달아 연 정상회담이 국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안 전 대사는 “지난해 말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발표에서 보듯이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버리고 국제 정치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본다”며 “자유민주주의 및 시장경제 질서가 도전받고 있는 상황에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질서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모호하게 행동하는 건 중국으로 하여금 ‘한국은 협박하면 겁먹는 국가’란 인식을 갖게 해 협상 레버리지를 넘겨주게 된다”고 했다.

신 전 대사는 “지난 10년간 한·일관계가 계속 악화해 ‘복합 다중골절’ 상태였다”며 “12년 만에 한·일 셔틀외교가 복원된 것은 (박진) 장관의 말처럼 컵에 나머지 절반의 물을 채우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신 전 대사는 “작년 11월 캄보디아에서 열린 ‘한·미·일 3국 파트너십’ 선언을 보면 단순히 북핵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을 넘어 기술·경제 분야까지 포괄적 협력 의지를 보여줬다”며 “이번 G7 및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작년 선언에 추가로 살을 붙이는 작업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유 전 본부장은 “신뢰할 수 있는 국가 간에 공급망을 구축하는 ‘프렌드 쇼어링’이 활발해지고 있는데 한국에 있어 미국과 일본은 최적의 파트너”라며 “올초 LG에너지솔루션이 일본 혼다와 함께 미국 오하이오주에 북미에 공급할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기로 한 게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IRA 협상 때 국내 기업 피해 최소화”

우려도 적지 않았다. 강 교수는 “한국은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미·일을 합친 것보다 크다”며 “반도체 공장 등을 중국에 투자해 놓은 상태에서 정치적 패러다임이 경제와 디커플링되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가치동맹 기조를 내세우더라도 중국·러시아 등 국가와의 관계에서 리스크(위험)와 코스트(비용)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며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 문제 등에서 러시아에 진출한 기업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전 본부장은 “미국 인플레이션 방지법(IRA)상에 해외 우려 단체(FEOC) 조항과 같은 우리 기업의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조항이 남아있다”며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온 합의를 바탕으로 올해 미국이 가이던스를 정할 때 업계 이익이 반영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과거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서는 후발 개발도상국 이익이 보장됐는데, 블록화된 무역체제를 상징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선 미국의 이익이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G7 정상회의 참여를 계기로 향후 한국이 주요 8개국(G8) 등에 정식 합류할 수 있도록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안 전 대사는 “과거 주요 20개국(G20)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우던 때도 있었지만 현재는 이해관계 충돌로 공동성명도 채택하지 못한다”며 “역설적으로 G7의 역할이 다시 중요해졌고, 한국도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지난달 윤 대통령의 방일 전에 야당과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설득을 더 했다면 반발이 덜했을 것이라 본다”며 “향후 정책 추진과정에서 백브리핑, 자문회의 등을 통해 더 많은 국민에게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사진=이솔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