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를 시청하지 않는 국민은 수신료를 내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법안을 국민의힘이 발의했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모든 국민에게 KBS 수신료를 강제 납부하도록 하는 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21일 방송법 제64조 개정안을 발의했다. 방송법 64조는 ‘TV 수상기를 소지한 사람은 TV 수상기를 등록하고 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이 개정되지 않으면 KBS 수신료가 전기료와 분리 징수되더라도 국민의 수신료 납부 의무는 사라지지 않는다. 정해진 기한 내에 KBS 수신료를 내지 않으면 3%의 가산금을 무는 것은 물론 미납기간이 누적되면 구상권 청구 등 법적인 제재도 받을 수 있다.

박 의원은 개정안에서 TV 수상기가 있더라도 TV 방송을 시청하지 않거나 유료방송 가입자일 경우 수신료를 면제 또는 감면할 수 있도록 했다. KBS 시청이 아니라 광고를 목적으로 설치된 병원 및 헬스장의 TV도 수신료가 강제 부과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해당 TV로 KBS를 보지 않는다는 민원이 접수되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KBS가 증명해야 수신료 부과가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TV(IPTV)와 유선방송, 위성방송 가입자는 KBS 수신료의 상당 부분을 감면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유료방송들이 이미 KBS에 재송신료를 내고 있는 만큼 시청자가 현재와 같은 수신료를 KBS에 납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분리 징수 이후 국민에게 수신료 납부의 진정한 선택권을 부여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21대 국회 내에서는 법안 처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KBS 수신료 분리 징수부터 ‘언론 탄압’이라며 반대하고 있어서다. 민주당은 방송법에 KBS 수신료와 전기료 통합 징수를 못 박는 ‘TV 수신료 강제통합징수법’을 내놨다.

변재일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해당 법안을 발의하며 “수신료 징수 방식의 결정은 공영방송 존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시행령 단 한 줄만 바꿔 공영방송을 길들이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기정통위에서 양당이 상반된 법안을 갖고 맞서면서 어느 쪽 법안도 입법화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