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의 경제학
"저층은 가격 낮춰 미분양 줄이고 고층은 조망권 앞세워 가격 높여"
'은평 스카이뷰 자이'도 9개 분양가
대림산업이 경기 광주시 오포읍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태재’ 전용 74㎡는 층별로 1·2·3~4·5층 이상 등 4개의 가격대로 이뤄져 있다. 일반적인 가격 책정 체계를 적용한 단지다. 4층 이하 저층부 가격대와 기준(로열)층 등 크게 2개 부분으로 나눠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올 들어 층별로 가격대를 세분화하는 현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중흥건설이 지난달 경기 시흥 배곧신도시에서 선보인 ‘시흥 배곧 중흥 S-클래스’ 분양가격은 1·2·3·4·5~7·7~10·기준층(최고 29층) 등 모두 7개로 구분됐다.
GS건설이 서울 은평뉴타운에서 공급한 ‘은평 스카이뷰 자이’ 전용 84A㎡도 지상 3층(1~2층은 상가)부터 33층까지 모두 9개의 가격대가 존재한다. 지상 3층(4억9950만원)과 33층(5억7290만원)의 가격 차이는 14.7%(7340만원)까지 벌어진다. 서울 강남 한강변 아파트처럼 층별 조망 차이가 큰 곳은 가격 차이가 20%까지 난다.
삼성물산의 ‘래미안 구의 파크스위트’도 분양가를 저층인 4층까지와 5~6·7~10·11~14·15~23층 등 모두 8개로 나눠 차별화하고 있다. 전용 84A㎡의 저층(6억600만원)과 고층(6억9400만원) 가격 차이는 14.5%(8800만원)에 달한다.
대림산업이 올초 경기 하남 미사강변도시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미사’도 층에 따라 여섯 가지 가격대로 나눴다. 저층은 1·2·3~4층으로 세분화하고 나머지는 5~15·16~25·26~29층으로 구분했다.
김상국 삼성물산 주택사업본부 상무는 “조망권을 중시하는 수요자가 있는가 하면 높은 곳을 싫어하는 수요도 존재한다”며 “평균 금액은 종전과 비슷하게 하더라도 고층과 저층 수요자를 고려해 가격을 세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층과 고층 분양가 차이 20%
건설회사들은 주변 시세와 땅값 건축비 등 원가를 고려해 분양가격을 정한다. 1~2개월간 사전 영업을 통해 얻은 수요자의 반응을 참고한 가격이다. 분양가 심의를 거쳐 평균 분양가격이 정해지면 저층과 고층의 가격 차이를 조율한다. 기본적으로 판상(-자)형·남향·맞통풍·고층·넉넉한 서비스공간으로 이뤄진 가구의 분양가격이 가장 높게 책정된다. 탑상(타워)형·저층·일조권 침해 가구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우호재 포스코건설 마케팅그룹장은 “완공 뒤 아파트 가격은 같은 단지라도 제각각”이라며 “같은 평형대에서 최고가와 최저가의 차이는 지역 상황과 상품에 따라 20%를 웃돌기도 한다”고 말했다.
층별 분양가 차별화는 마케팅과도 관련이 있다. 저층 가격을 낮게 정해 미분양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다. 예컨대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900만원대라도 저층부 가격을 낮게 책정해 ‘800만원대 아파트’라고 홍보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조망권 등 전망에 대한 가치를 높게 부여하는 게 최근 경향이다. 홍록희 대림산업 주택사업본부 상무는 “법원 공매 가격도 일조시간, 층수, 거래횟수 등을 고려해 매겨진다”며 “판상(-자)형, 탑상형 등 상품의 품질과 층·향 등에 따른 가격 차별화가 보편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