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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건설이 이달 선보인 경기 평택시 소사벌지구 ‘소사벌 포스코 더샵’ 전용 89㎡A 주택형은 층별로 12가지 가격대로 나뉘어 있다. 1층부터 9층까지 가격이 모두 다르고 상층부도 10~14층, 15~19층, 20층 이상으로 가격이 구분됐다. 1층 최저가(2억8622만원)와 최상층(3억4795만원)의 가격 차이는 21%(6173만원)에 달한다. 1~2년 전만 해도 아파트 층별 가격대는 4개 안팎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들어 층별로 가격을 다양하게 책정하는 ‘층별 가격 차등화’가 활발해지고 있다. 조망권의 가치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선호도가 낮은 저층을 조기에 분양하려는 마케팅 전략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층별로 세분화하는 분양가

대림산업이 경기 광주시 오포읍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태재’ 전용 74㎡는 층별로 1·2·3~4·5층 이상 등 4개의 가격대로 이뤄져 있다. 일반적인 가격 책정 체계를 적용한 단지다. 4층 이하 저층부 가격대와 기준(로열)층 등 크게 2개 부분으로 나눠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올 들어 층별로 가격대를 세분화하는 현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중흥건설이 지난달 경기 시흥 배곧신도시에서 선보인 ‘시흥 배곧 중흥 S-클래스’ 분양가격은 1·2·3·4·5~7·7~10·기준층(최고 29층) 등 모두 7개로 구분됐다.

GS건설이 서울 은평뉴타운에서 공급한 ‘은평 스카이뷰 자이’ 전용 84A㎡도 지상 3층(1~2층은 상가)부터 33층까지 모두 9개의 가격대가 존재한다. 지상 3층(4억9950만원)과 33층(5억7290만원)의 가격 차이는 14.7%(7340만원)까지 벌어진다. 서울 강남 한강변 아파트처럼 층별 조망 차이가 큰 곳은 가격 차이가 20%까지 난다.

삼성물산의 ‘래미안 구의 파크스위트’도 분양가를 저층인 4층까지와 5~6·7~10·11~14·15~23층 등 모두 8개로 나눠 차별화하고 있다. 전용 84A㎡의 저층(6억600만원)과 고층(6억9400만원) 가격 차이는 14.5%(8800만원)에 달한다.

대림산업이 올초 경기 하남 미사강변도시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미사’도 층에 따라 여섯 가지 가격대로 나눴다. 저층은 1·2·3~4층으로 세분화하고 나머지는 5~15·16~25·26~29층으로 구분했다.

김상국 삼성물산 주택사업본부 상무는 “조망권을 중시하는 수요자가 있는가 하면 높은 곳을 싫어하는 수요도 존재한다”며 “평균 금액은 종전과 비슷하게 하더라도 고층과 저층 수요자를 고려해 가격을 세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층과 고층 분양가 차이 20%

건설회사들은 주변 시세와 땅값 건축비 등 원가를 고려해 분양가격을 정한다. 1~2개월간 사전 영업을 통해 얻은 수요자의 반응을 참고한 가격이다. 분양가 심의를 거쳐 평균 분양가격이 정해지면 저층과 고층의 가격 차이를 조율한다. 기본적으로 판상(-자)형·남향·맞통풍·고층·넉넉한 서비스공간으로 이뤄진 가구의 분양가격이 가장 높게 책정된다. 탑상(타워)형·저층·일조권 침해 가구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우호재 포스코건설 마케팅그룹장은 “완공 뒤 아파트 가격은 같은 단지라도 제각각”이라며 “같은 평형대에서 최고가와 최저가의 차이는 지역 상황과 상품에 따라 20%를 웃돌기도 한다”고 말했다.

층별 분양가 차별화는 마케팅과도 관련이 있다. 저층 가격을 낮게 정해 미분양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다. 예컨대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900만원대라도 저층부 가격을 낮게 책정해 ‘800만원대 아파트’라고 홍보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조망권 등 전망에 대한 가치를 높게 부여하는 게 최근 경향이다. 홍록희 대림산업 주택사업본부 상무는 “법원 공매 가격도 일조시간, 층수, 거래횟수 등을 고려해 매겨진다”며 “판상(-자)형, 탑상형 등 상품의 품질과 층·향 등에 따른 가격 차별화가 보편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