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알짜' 범계역 상권 "강남 안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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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레이더
압구정·종로보다 임대료 비싸
33㎡ 분양가 20억에도 '뭉칫돈'
유동인구 20만명…수요 탄탄
판매·서비스까지 업종도 다양
압구정·종로보다 임대료 비싸
33㎡ 분양가 20억에도 '뭉칫돈'
유동인구 20만명…수요 탄탄
판매·서비스까지 업종도 다양
경기 안양 평촌신도시 범계로데오상권 건물주들은 서울 강남역 주변 건물주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강남역 못지않은 임대료를 받고 있어서다.
이곳에서 상가 분양을 준비 중인 한 건설회사 관계자는 “임대료를 조사해 보니 서울 강남권 못지않아 깜짝 놀랐다”며 “20년 이상 분양사업을 했지만 서울 근처에 이 같은 알짜 상권이 있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상가 한 동 분양에 2000억원 몰려
범계로데오거리는 범계역 앞 롯데백화점부터 평촌대로까지 400m가량 쭉 뻗은 상가를 말한다. 규모는 약 10만㎡로 인근 중앙공원(11만㎡)보다 작지만 수도권에서 가장 비싼 상권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범계역 일대 집합상가의 3.3㎡당 월 임대료는 23만892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 안양역(13만680원), 야탑역(11만8800원), 분당(15만9720원)보다 높은 편이다. 서울 대표 상권인 종로(16만710원)와 건국대입구(20만8890원), 압구정(21만8130원)보다 비싸다. 신촌(24만1560원), 강남대로(26만5320원) 일대 상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역과 가까울수록 임대료가 비싼 편이다. 현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범계역 2번출구에서 이어진 1층 상가는 전용 30㎡ 임대료가 월 700만원에 달하는 곳도 있다. 중앙 분수광장 인근 전용 36㎡의 월 임대료는 300만원 수준이다. H공인중개 관계자는 “폐업하는 점포가 나오면 금세 다른 점포가 들어설 정도로 회전이 빨라 공실은 거의 없는 편”이라며 “주변 다른 곳에 가게를 낼 만한 상가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매가와 분양가가 치솟고 있다. 호계동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지하철 4호선 범계역 앞 옛 NC백화점 자리에 들어서는 오피스텔 ‘힐스테이트 범계역 모비우스’의 1층 상가 예상 분양가는 3.3㎡당 2억원 수준이다. 이달 초 분양될 이 상가 전용면적 33㎡를 분양받기 위해선 20억원의 현금이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2층 상가의 예상 분양가도 높은 편이다. 3.3㎡당 8000만~1억원 선이다. 이 상가의 분양 관계자는 “가격과 관계없이 꼭 분양받고 싶다는 의향을 나타내는 투자자가 많다”고 말했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임대료가 서울 강남역 상권 수준으로 높다는 점을 잘 아는 인근 건물주들이 주요 대기 매수자”라고 전했다.
분양대행사에 따르면 상가 분양가를 3.3㎡당 2억원 수준에 책정했는데도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 있다. 정식 분양에 앞서 2억원 이상의 잔액 증명을 제출하며 사전 예약한 투자자만 1000명을 넘는다. 상가 한 동에 2000억원가량의 현금이 몰린 셈이다.
◆배후인구 10만 명 독점상권
평촌신도시 조성과 함께 조성된 범계로데오거리는 3만8600여 가구의 배후 주거단지가 동서남북을 둘러싸고 있다. 입지상 소비자가 다른 상권으로 빠져나가지 않는 형태의 전형적인 ‘항아리 상권’에 해당한다. 로데오거리에서 횡단보도만 건너면 아파트가 나올 정도로 가깝다. 사실상 독점상권인 데다 더 이상 규모가 커지기도 어려워 소비인구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노선은 범계역 주변으로 발달했다. 관공서와 병원 등도 밀집해 유동인구는 하루평균 20만 명 안팎이다. 상권 자체의 집객 요인도 많다. 단순한 먹자골목형 상가가 아니라 판매와 서비스 등까지 업종이 다양하다.
시간대별, 요일별 유동인구에 큰 차이가 없는 이유다. 가장 붐비는 금요일(15.3%)과 토요일(15.1%)의 비중이 주중(13.7~14.9%)과 비슷한 편이다. 백화점에서 쇼핑을 마친 이들의 동선과 이어진다는 장점도 있다.
대칭 구조인 평촌역로데오거리와 비교하면 차이가 극명하다. 평촌역로데오거리는 술집과 유흥업소 위주로 상권이 발달한 까닭에 낮에는 한산한 편이다. 가족 단위 또는 청소년들이 친구끼리 상권을 이용하기엔 다소 거리감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비해 범계역로데오거리는 최근 코인노래방과 스크린야구장 등 연령대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시설까지 늘어나는 추세다. 카페들은 낮에도 2층까지 만석일 때가 많다. 인근 P공인 관계자는 “몇 년 전 스타벅스가 문을 연 뒤 로데오거리 끝쪽 상권도 활기를 보이는 편”이라고 말했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업종이 집약된 데다 직장과 거주인구 등 배후 수요가 고정돼 상권의 경쟁력이 높다”며 “‘빨대효과’를 일으킬 큰 상권이 주변에 전무하다 보니 앞으로도 수요가 이탈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이곳에서 상가 분양을 준비 중인 한 건설회사 관계자는 “임대료를 조사해 보니 서울 강남권 못지않아 깜짝 놀랐다”며 “20년 이상 분양사업을 했지만 서울 근처에 이 같은 알짜 상권이 있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상가 한 동 분양에 2000억원 몰려
범계로데오거리는 범계역 앞 롯데백화점부터 평촌대로까지 400m가량 쭉 뻗은 상가를 말한다. 규모는 약 10만㎡로 인근 중앙공원(11만㎡)보다 작지만 수도권에서 가장 비싼 상권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범계역 일대 집합상가의 3.3㎡당 월 임대료는 23만892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 안양역(13만680원), 야탑역(11만8800원), 분당(15만9720원)보다 높은 편이다. 서울 대표 상권인 종로(16만710원)와 건국대입구(20만8890원), 압구정(21만8130원)보다 비싸다. 신촌(24만1560원), 강남대로(26만5320원) 일대 상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역과 가까울수록 임대료가 비싼 편이다. 현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범계역 2번출구에서 이어진 1층 상가는 전용 30㎡ 임대료가 월 700만원에 달하는 곳도 있다. 중앙 분수광장 인근 전용 36㎡의 월 임대료는 300만원 수준이다. H공인중개 관계자는 “폐업하는 점포가 나오면 금세 다른 점포가 들어설 정도로 회전이 빨라 공실은 거의 없는 편”이라며 “주변 다른 곳에 가게를 낼 만한 상가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매가와 분양가가 치솟고 있다. 호계동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지하철 4호선 범계역 앞 옛 NC백화점 자리에 들어서는 오피스텔 ‘힐스테이트 범계역 모비우스’의 1층 상가 예상 분양가는 3.3㎡당 2억원 수준이다. 이달 초 분양될 이 상가 전용면적 33㎡를 분양받기 위해선 20억원의 현금이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2층 상가의 예상 분양가도 높은 편이다. 3.3㎡당 8000만~1억원 선이다. 이 상가의 분양 관계자는 “가격과 관계없이 꼭 분양받고 싶다는 의향을 나타내는 투자자가 많다”고 말했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임대료가 서울 강남역 상권 수준으로 높다는 점을 잘 아는 인근 건물주들이 주요 대기 매수자”라고 전했다.
분양대행사에 따르면 상가 분양가를 3.3㎡당 2억원 수준에 책정했는데도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 있다. 정식 분양에 앞서 2억원 이상의 잔액 증명을 제출하며 사전 예약한 투자자만 1000명을 넘는다. 상가 한 동에 2000억원가량의 현금이 몰린 셈이다.
◆배후인구 10만 명 독점상권
평촌신도시 조성과 함께 조성된 범계로데오거리는 3만8600여 가구의 배후 주거단지가 동서남북을 둘러싸고 있다. 입지상 소비자가 다른 상권으로 빠져나가지 않는 형태의 전형적인 ‘항아리 상권’에 해당한다. 로데오거리에서 횡단보도만 건너면 아파트가 나올 정도로 가깝다. 사실상 독점상권인 데다 더 이상 규모가 커지기도 어려워 소비인구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노선은 범계역 주변으로 발달했다. 관공서와 병원 등도 밀집해 유동인구는 하루평균 20만 명 안팎이다. 상권 자체의 집객 요인도 많다. 단순한 먹자골목형 상가가 아니라 판매와 서비스 등까지 업종이 다양하다.
시간대별, 요일별 유동인구에 큰 차이가 없는 이유다. 가장 붐비는 금요일(15.3%)과 토요일(15.1%)의 비중이 주중(13.7~14.9%)과 비슷한 편이다. 백화점에서 쇼핑을 마친 이들의 동선과 이어진다는 장점도 있다.
대칭 구조인 평촌역로데오거리와 비교하면 차이가 극명하다. 평촌역로데오거리는 술집과 유흥업소 위주로 상권이 발달한 까닭에 낮에는 한산한 편이다. 가족 단위 또는 청소년들이 친구끼리 상권을 이용하기엔 다소 거리감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비해 범계역로데오거리는 최근 코인노래방과 스크린야구장 등 연령대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시설까지 늘어나는 추세다. 카페들은 낮에도 2층까지 만석일 때가 많다. 인근 P공인 관계자는 “몇 년 전 스타벅스가 문을 연 뒤 로데오거리 끝쪽 상권도 활기를 보이는 편”이라고 말했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업종이 집약된 데다 직장과 거주인구 등 배후 수요가 고정돼 상권의 경쟁력이 높다”며 “‘빨대효과’를 일으킬 큰 상권이 주변에 전무하다 보니 앞으로도 수요가 이탈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