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9억원…강남 아파트 '반값' 이상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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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한양1차 "5년전 채권·채무로 가등기
당시 가격으로 본등기한 것"
당시 가격으로 본등기한 것"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들이 잇따라 시세보다 10억원 이상 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이거나 준공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신축 아파트들이다. 국토교통부와 관할 구청은 탈세를 위한 저가 거래 등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정밀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거래? 편법 증여?
15일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재건축을 추진 중인 압구정동 신현대11차 183.41㎡가 지난 1월 23억원(6층)에 거래됐다. 신현대11차의 현재 호가는 35억원 수준이다. 이번 거래 이후인 2월에도 34억4000만원(3층)에 팔렸다.
지난달에는 잠원동 아크로리버뷰 신반포 78.5㎡가 10억9258만원(8층)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7월 말 25억3000만원에 거래된 주택형이다. 지난해 6월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는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신축 아파트로 인기가 높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아파트 전체가 아닌 일부 지분이 거래됐거나 전세 거래가 매매 거래로 잘못 등록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없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분 거래는 실거래가 시스템을 통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계약의 세부 내용을 살펴본 결과 지분 거래가 아니라 아파트 전체를 매매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상 저가 거래가 전세 거래가 아니라 매매 거래라는 것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편법 증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강화, 양도소득세 중과 등의 조치가 나오자 ‘큰손’들이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편법 증여를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세무 전문가들에 따르면 취득가액이나 주택 보유 현황 등의 조건에 따라 저가 양수·도가 단순 증여보다 유리할 수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은 “최근 증여의 소지가 보이는 저가 양수·도 의심 거래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저가 양수·도는 차액의 크기와 특수관계 여부 등에 따라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이뤄진 건축물 증여 건수는 전년보다 20.9% 증가한 13만524건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최대치다.
국토부와 자치구들은 일부 아파트의 거래 내역을 들여다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절차상의 문제는 없지만 편법 증여가 있는지 면밀히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세 절반 가격에 거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1차’ 전용 78㎡는 이달 초 9억원(2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 같은 면적의 아파트(6층) 거래 가격은 22억원이었다. 현재 호가는 18억원 수준이다.
한양1차는 1977년 12월 입주한 936가구 규모 아파트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데다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을 이용할 수 있는 초역세권 아파트여서 인기가 높다. 이번에 거래된 아파트는 5년 전 가등기를 해둔 물건이다. 최근 본등기를 진행해 매매신고가 이뤄졌다. 매수자는 법인으로 매도자와 채권·채무 관계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등기는 본등기의 순위를 확보하기 위해 임시로 하는 등기로, 설정일 이후 발생하는 채권보다 우선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세무전문가들은 대부분의 가등기가 지인 간에 이뤄지는 점을 들어 매도·매수자가 절세를 일정 부분 염두에 뒀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 시세를 22억원, 최초 취득가격을 8억원으로 가정했을 때 2주택자인 매도자는 7억원 이상의 양도세를 아낄 수 있다. 만약 친족 간 거래라면 매수자의 취득세 증여세 부담도 대폭 줄어든다. 우 세무사는 “담보 가등기가 아니라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라면 가등기 시점에 당시의 가격으로 매매 예약이 된 것”이라며 “현 시세를 기준으로 증여세 등이 과세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지분 거래? 편법 증여?
15일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재건축을 추진 중인 압구정동 신현대11차 183.41㎡가 지난 1월 23억원(6층)에 거래됐다. 신현대11차의 현재 호가는 35억원 수준이다. 이번 거래 이후인 2월에도 34억4000만원(3층)에 팔렸다.
지난달에는 잠원동 아크로리버뷰 신반포 78.5㎡가 10억9258만원(8층)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7월 말 25억3000만원에 거래된 주택형이다. 지난해 6월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는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신축 아파트로 인기가 높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아파트 전체가 아닌 일부 지분이 거래됐거나 전세 거래가 매매 거래로 잘못 등록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없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분 거래는 실거래가 시스템을 통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계약의 세부 내용을 살펴본 결과 지분 거래가 아니라 아파트 전체를 매매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상 저가 거래가 전세 거래가 아니라 매매 거래라는 것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편법 증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강화, 양도소득세 중과 등의 조치가 나오자 ‘큰손’들이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편법 증여를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세무 전문가들에 따르면 취득가액이나 주택 보유 현황 등의 조건에 따라 저가 양수·도가 단순 증여보다 유리할 수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은 “최근 증여의 소지가 보이는 저가 양수·도 의심 거래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저가 양수·도는 차액의 크기와 특수관계 여부 등에 따라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이뤄진 건축물 증여 건수는 전년보다 20.9% 증가한 13만524건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최대치다.
국토부와 자치구들은 일부 아파트의 거래 내역을 들여다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절차상의 문제는 없지만 편법 증여가 있는지 면밀히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세 절반 가격에 거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1차’ 전용 78㎡는 이달 초 9억원(2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 같은 면적의 아파트(6층) 거래 가격은 22억원이었다. 현재 호가는 18억원 수준이다.
한양1차는 1977년 12월 입주한 936가구 규모 아파트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데다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을 이용할 수 있는 초역세권 아파트여서 인기가 높다. 이번에 거래된 아파트는 5년 전 가등기를 해둔 물건이다. 최근 본등기를 진행해 매매신고가 이뤄졌다. 매수자는 법인으로 매도자와 채권·채무 관계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등기는 본등기의 순위를 확보하기 위해 임시로 하는 등기로, 설정일 이후 발생하는 채권보다 우선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세무전문가들은 대부분의 가등기가 지인 간에 이뤄지는 점을 들어 매도·매수자가 절세를 일정 부분 염두에 뒀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 시세를 22억원, 최초 취득가격을 8억원으로 가정했을 때 2주택자인 매도자는 7억원 이상의 양도세를 아낄 수 있다. 만약 친족 간 거래라면 매수자의 취득세 증여세 부담도 대폭 줄어든다. 우 세무사는 “담보 가등기가 아니라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라면 가등기 시점에 당시의 가격으로 매매 예약이 된 것”이라며 “현 시세를 기준으로 증여세 등이 과세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