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권 분양시장에서 미계약이 발생하고 있지만 청약시장이 얼어붙었다고 평가하기는 ‘시기상조’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위례 등 분양가가 싼 지역의 청약시장이 여전히 과열 분위기인 데다 대출 규제 탓에 발생한 잔여물량을 현금부자들이 ‘주워 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지난 17일 이뤄진 서대문구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의 잔여가구 청약에 5000여 명의 청약자가 몰렸다. 평균 경쟁률은 33.5 대 1을 나타냈다. 소형인 전용면적 48㎡는 134.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당초 일반분양 물량의 41%가 계약을 포기하자 서울 청약시장도 식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대출에 의존하지 않는 현금보유자들이 잔여물량을 경쟁적으로 쓸어담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분양가가 3.3㎡(평)당 2469만원으로 높게 책정된 데다 중도금 대출도 되지 않아 무주택자들이 계약을 망설였다”며 “현금부자들이 기다렸다는 듯 매입해간 점을 감안할 때 집값 상승 기대감은 여전히 살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노원구 공릉동 ‘태릉 해링턴 플레이스(일반분양 560가구)’ 분양에서도 62가구의 잔여물량이 나왔다. 하지만 잔여물량 청약에서 평균 61.9 대 1, 최고 365 대 1의 높은 경쟁률이 나왔다. 같은 달 동대문구 ‘e편한세상 청계센트럴포레’ 잔여물량(90가구) 추첨에도 3000여 명이 몰렸다.

1순위 청약을 시작하기 전 이뤄지는 사전 무순위 청약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동대문구 ‘청량리 한양수자인’의 무순위 청약에는 1만4000여 명이 뛰어들었다. 1순위 청약자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한 대형 건설회사 분양팀장은 “주택을 보유하고 있어 청약당첨이 불가능한 현금부자들로선 좋은 입지의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특별 분양’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