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업체 과장 광고?
투자자 소송 시작
쏟아지는 미군 임대용 주택
평택 미군 임대주택 시장이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소규모 부동산개발업체들이 지나치게 많은 미군 임대용 주택을 공급한 영향이다. 일부 집주인들이 분양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공방도 시작됐다.
22일 팽성읍 일대 중개업소들의 말을 종합하면 평택주한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와 오산미공군기지 주변에 몰린 미군 임대용 주택의 공실률은 20%를 넘는다. 공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미군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한국인 임차인을 들인 곳도 많다. 팽성읍 안정리 A공인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미군기지 주변에 공급이 넘쳐나는 걸 모르고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안개 낀 날 15중 충돌이 나는 것하고 똑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군 임대용 주택 매입이 끊이지 않는 건 미군을 들이면 안정적으로 높은 임대료를 받을 수 있어서다. 미군이 지급하는 임차료는 계급에 따라 월 140만~200만원 선으로 정해져 있다. 주한미군 주택과에서 계약을 체결할 뿐 아니라 꼬박꼬박 임차료를 내는 까닭에 월세 지연이나 체납 우려가 없다. 미군이 2060년까지 주둔할 예정이어서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이런 조건에 매력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업체들이 미군기지 주변에 단독주택 빌라 오피스텔 아파트 등 다양한 형태의 미군 임대용 주택을 쏟아냈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이들이 공급한 물량이 1만 가구를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미군 임차인은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고 있다. 오산기지 인근 K공인 관계자는 “미군 임차인을 들인 곳이 공급물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세 200만원 받는다더니…
오산기지 인근의 빌라를 매입한 일부 투자자들은 분양업체를 상대로 소송에 들어갔다. 분양업체의 허위과장광고에 속아 집을 매입한 만큼 손해를 배상하라는 취지다. 1심에선 투자자들이 승소했다. 현재 2심이 진행되고 있다. 원고들은 피고가 분양 홍보를 하는 과정에서 평택과 오산으로 이전하는 미군 수를 부풀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분양업체는 평택시 한미협력사업단이 발표한 숫자를 있는 그대로 제시했을 뿐, 숫자를 부풀리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미군 임대용 주택을 공급한 업체들은 한미협력사업단이 제시한 자료를 들어 평택과 오산으로 이전하는 인원이 각각 3만9302명과 1만167명에 달한다고 홍보했다. 이 숫자는 군무원 도급업자 등을 모두 포함한 숫자다. 국방부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에 따르면 서울 용산 등에서 평택으로 이전하는 미군은 총 1만7000여 명이다. 현재는 1만1000여 명이 이주했다.
소송전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분양업체가 영외 거주자 숫자를 과도하게 부풀리거나 예상 수익률을 높게 제시해서다. 한 분양회사는 2016년 단지형 빌라를 분양하면서 “평택미군기지 밖에 필요한 주택 수가 4만8900가구에 달한다”며 현재 완공했거나 짓고 있는 주택이 1만 가구에도 못 미쳐 공급이 턱없이 모자란다”고 홍보했다. 또 다른 분양업체는 “연 7% 이상의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다”고 광고했다.
그러나 평택미군기지의 영외 거주자는 2000~3000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인근 중개업소들은 예상했다. 기지 안에 아파트 2000여 가구가 있는 데다 2만 명 가까이 수용할 수 있는 원룸(33㎡ 규모)도 있어서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미군이 영외거주자 숫자를 명확하게 밝힐 이유가 없다”며 “분양업체들이 영외거주자 수를 지나치게 많게 추정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택=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