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수수료만 3000만원"…초보자 탈탈 터는 스타강사 '갭투자' 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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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매입-수선-관리…단계마다 수수료
'역전세 대납' 조건 등으로 '갭투자' 종용
'역전세 대납' 조건 등으로 '갭투자' 종용
수도권을 중심으로 ‘갭투자 컨설팅’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컨설팅업체들이 부동산 초보 투자자들을 꾀어 갭투자 물건을 알선해주고 이 과정에서 컨설팅 수수료와 중개수수료 등을 받는 수법이다. 이들은 전셋값이 떨어지는 ‘역전세’가 날 경우 차액을 대납해주겠다는 조건으로 홍보하면서 투자자들을 대거 모집했다. 하지만 정작 역전세가 나자 시치미를 뗐다. 결국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하나둘 백기를 들면서 세입자들의 피해 또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상담·매입·수선까지 관리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경기 수원과 용인, 화성 동탄신도시 등에서 갭투자자에 실패한 이들이 급매물을 내놓고 있다. 컨설팅업체의 말만 믿고 아파트 수십채에 갭투자를 했다가 손실을 본 이들이 내놓는 매물이다. 갭투자란 전세가격과 매매가격 차이가 적은 부동산을 세를 안고 사들이는 투자 방법이다. 소액 투자로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전셋값과 매매가격이 떨어지면 ‘역전세’나 ‘깡통전세’로 몰릴 수 있어 위험 부담이 높다.
컨설팅업체들의 ‘먹잇감’은 초보 투자자들이다. 부동산에 무지하지만 투자로 수익을 내고 싶은 사람들이 대상이다. 높게는 수백만원짜리 강연을 통해 사람을 끌어모아 분위기를 조성한 뒤 자연스럽게 컨설팅으로 유도한다. 책을 출간한 뒤 유명세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100만원 안팎의 컨설팅 수수료는 별도다. 한 컨설팅업체를 통해 투자했던 A씨는 “부동산에 대해 잘 모르면서 고분고분할 것 같은 사람들에게만 컨설팅을 해준다”며 “전셋값이 떨어져 역전세가 나면 그만큼의 돈을 세입자에게 대납해주겠다는 조건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인다”고 전했다. 컨설팅을 받은 투자자들은 대개 아파트 한 채당 1000만~2000만원을 들여 수십채씩 사들였다. 컨설팅업체가 위임장을 받아 계열 중개법인을 통해 거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컨설팅업자가 총 500만원 안팎의 수고비와 중개수수료까지 모두 가져간다. 한 투자자는 수년 전 경기 고양 화정동에 전용 59㎡ 아파트 한 가구를 사면서 컨설팅업체에 2100만원을 지불했다. 전세가격과 매매가격 차이는 600만원, 중개수수료는 90만원가량에 불과했다. 하지만 수고비과 수선비, 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총 1100만원 정도를 더 냈다.
수선비는 컨설팅업체들이 주로 쓰는 수법 가운데 하나다. “나중에 전세금을 높여 받으려면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면서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다. 당연히 명의가 분리된 관계회사를 통해 수선이 이뤄진다. 리모델링 비용은 소형 아파트 한 채당 600만~700만원가량이다. 투자자 한 명에게 아파트 한 채를 팔 때마다 적어도 1000만원 이상의 이윤을 남기는 구조인 셈이다.
◆‘깜깜이 투자’ 종점은 파국
문제는 마구잡이식 컨설팅과 투자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컨설팅을 받은 투자자들의 부동산은 대부분 고양과 수원 영통, 화성 동탄신도시 등에 몰려 있다. 이들 지역은 2~3년 사이 새 아파트 입주가 몰리면서 전세가격과 매매가격 모두 약세를 보인 곳이다. B씨는 “수십채를 사두면 ‘경제적 자유’를 금방 이룰 수 있다고 유혹했다”며 “절대로 역전세가 나지 않는 보물 같은 아파트라고 소개하더니 모조리 역전세를 맞았다”고 분개했다. 약속했던 역전세 대납은 이뤄지지 않았다. 계약서에 명문화되지 않은 조건 등을 이유로 컨설팅업체가 오리발을 내밀었다. 결국 투자자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세입자의 보증금을 자비 충당했다. 한 투자자는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기 위해 대출만 4억원을 받았다”며 “‘역월세’로 매달 세입자에게 이자처럼 돌려주는 돈도 200만원 이상”이라고 하소연했다.
역전세 대납 미이행 문제를 강경하게 따지는 일부 투자자들에겐 컨설팅업체 직원들이 위장 임차인으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대출을 일으키면 일단 퇴거하는 세입자의 보증금은 돌려줄 수 있는 까닭이다.
투자자들이 큰 목돈을 잃고 손절에 나서는 과정에도 컨설팅업체가 개입한다. 매도를 요청하는 투자자가 생기면 다른 투자자를 꼬드겨와 물건을 떠넘기는 수법이다. 새로운 투자자에게 소개비를 받으면서 해당 거래에 대한 중개수수료도 양쪽에서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매수인과 매도인 모두 거래를 컨설팅업체에 위임하기 때문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한 컨설팅업체를 대상으로 형사고소와 고발을 준비 중인 투자자 C씨는 “임대사업자의 부동산은 임대사업자끼리만 사고팔 수 있기 때문에 등록을 종용한 뒤 이 같은 수법을 쓰고 있다”며 “부동산 거래의 이면을 알지 못해 호구처럼 당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일선 컨설팅업체들이 관리하는 부동산이 전국 수백~수천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유사한 피해는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부동산 업계는 보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제대로 된 공부 없이 손쉽게 투자하려는 생각이 컨설팅업체가 활개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준다”며 “남에게 모든 과정을 맡기는 ‘깜깜이 투자’는 자신은 물론 다른 이들의 피해까지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상담·매입·수선까지 관리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경기 수원과 용인, 화성 동탄신도시 등에서 갭투자자에 실패한 이들이 급매물을 내놓고 있다. 컨설팅업체의 말만 믿고 아파트 수십채에 갭투자를 했다가 손실을 본 이들이 내놓는 매물이다. 갭투자란 전세가격과 매매가격 차이가 적은 부동산을 세를 안고 사들이는 투자 방법이다. 소액 투자로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전셋값과 매매가격이 떨어지면 ‘역전세’나 ‘깡통전세’로 몰릴 수 있어 위험 부담이 높다.
컨설팅업체들의 ‘먹잇감’은 초보 투자자들이다. 부동산에 무지하지만 투자로 수익을 내고 싶은 사람들이 대상이다. 높게는 수백만원짜리 강연을 통해 사람을 끌어모아 분위기를 조성한 뒤 자연스럽게 컨설팅으로 유도한다. 책을 출간한 뒤 유명세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100만원 안팎의 컨설팅 수수료는 별도다. 한 컨설팅업체를 통해 투자했던 A씨는 “부동산에 대해 잘 모르면서 고분고분할 것 같은 사람들에게만 컨설팅을 해준다”며 “전셋값이 떨어져 역전세가 나면 그만큼의 돈을 세입자에게 대납해주겠다는 조건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인다”고 전했다. 컨설팅을 받은 투자자들은 대개 아파트 한 채당 1000만~2000만원을 들여 수십채씩 사들였다. 컨설팅업체가 위임장을 받아 계열 중개법인을 통해 거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컨설팅업자가 총 500만원 안팎의 수고비와 중개수수료까지 모두 가져간다. 한 투자자는 수년 전 경기 고양 화정동에 전용 59㎡ 아파트 한 가구를 사면서 컨설팅업체에 2100만원을 지불했다. 전세가격과 매매가격 차이는 600만원, 중개수수료는 90만원가량에 불과했다. 하지만 수고비과 수선비, 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총 1100만원 정도를 더 냈다.
수선비는 컨설팅업체들이 주로 쓰는 수법 가운데 하나다. “나중에 전세금을 높여 받으려면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면서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다. 당연히 명의가 분리된 관계회사를 통해 수선이 이뤄진다. 리모델링 비용은 소형 아파트 한 채당 600만~700만원가량이다. 투자자 한 명에게 아파트 한 채를 팔 때마다 적어도 1000만원 이상의 이윤을 남기는 구조인 셈이다.
◆‘깜깜이 투자’ 종점은 파국
문제는 마구잡이식 컨설팅과 투자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컨설팅을 받은 투자자들의 부동산은 대부분 고양과 수원 영통, 화성 동탄신도시 등에 몰려 있다. 이들 지역은 2~3년 사이 새 아파트 입주가 몰리면서 전세가격과 매매가격 모두 약세를 보인 곳이다. B씨는 “수십채를 사두면 ‘경제적 자유’를 금방 이룰 수 있다고 유혹했다”며 “절대로 역전세가 나지 않는 보물 같은 아파트라고 소개하더니 모조리 역전세를 맞았다”고 분개했다. 약속했던 역전세 대납은 이뤄지지 않았다. 계약서에 명문화되지 않은 조건 등을 이유로 컨설팅업체가 오리발을 내밀었다. 결국 투자자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세입자의 보증금을 자비 충당했다. 한 투자자는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기 위해 대출만 4억원을 받았다”며 “‘역월세’로 매달 세입자에게 이자처럼 돌려주는 돈도 200만원 이상”이라고 하소연했다.
역전세 대납 미이행 문제를 강경하게 따지는 일부 투자자들에겐 컨설팅업체 직원들이 위장 임차인으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대출을 일으키면 일단 퇴거하는 세입자의 보증금은 돌려줄 수 있는 까닭이다.
투자자들이 큰 목돈을 잃고 손절에 나서는 과정에도 컨설팅업체가 개입한다. 매도를 요청하는 투자자가 생기면 다른 투자자를 꼬드겨와 물건을 떠넘기는 수법이다. 새로운 투자자에게 소개비를 받으면서 해당 거래에 대한 중개수수료도 양쪽에서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매수인과 매도인 모두 거래를 컨설팅업체에 위임하기 때문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한 컨설팅업체를 대상으로 형사고소와 고발을 준비 중인 투자자 C씨는 “임대사업자의 부동산은 임대사업자끼리만 사고팔 수 있기 때문에 등록을 종용한 뒤 이 같은 수법을 쓰고 있다”며 “부동산 거래의 이면을 알지 못해 호구처럼 당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일선 컨설팅업체들이 관리하는 부동산이 전국 수백~수천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유사한 피해는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부동산 업계는 보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제대로 된 공부 없이 손쉽게 투자하려는 생각이 컨설팅업체가 활개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준다”며 “남에게 모든 과정을 맡기는 ‘깜깜이 투자’는 자신은 물론 다른 이들의 피해까지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