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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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 업계가 '프롭테크(Prop Tech)'에 빠졌다. 프롭테크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용어다. 정보 기술을 결합한 부동산 서비스 산업인데, 최근들어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지도기반의 시세나 매물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은 물론이고 아파트 관리, 부동산 금융, 청약서비스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과거에는 IT기반의 스타트업들이 주로 영위를 했다면, 이제는 전통 건설·부동산 업계에서 IT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프롭테크 사업은 덩치를 키우고 있다.

23일 한국프롭테크포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6개로 출범했던 이 포럼의 회원사는 현재 79개에 달한다. 6개월 만에 회원수가 3배로 불어났다. 최근에도 회원사들이 유입되고 있어 상반기 중으로 100개사가 넘을 전망이다. 회원사가 늘면서 분야도 세분화됐다. △부동산정보 서비스 △부동산 개발(디벨로퍼) △공간 공유 플랫폼 △부동산 임대관리 서비스 △부동산 VR(가상현실) 및 IoT(사물인터넷) 등이다.

전날 서울 역삼동에서 열렸던 '프롭테크비전 컨퍼런스 2019'에는 정부 및 유관 기관 관계자를 비롯해 학계, 연구계 전문가, 대학생 등 150명 이상이 참석했다. 한국프롭테크포럼 초대의장인 안성우 직방 대표는 개회사를 통해 "세계적으로 다양한 분양에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일어나고 있으며 부동산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안 의장은 영국에서 매년 열리고 있는 프롭테크 컨퍼런스를 소개하면서 "프롭테크가 더 나은 주거와 일상을 위한 미래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포럼이 부동산 산업 혁신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인사말을 하고 있는 프롭테크 포럼 초대의장인 안성우 직방 대표.
인사말을 하고 있는 프롭테크 포럼 초대의장인 안성우 직방 대표.
김이탁 국토교통부 도시재생사업기획단장은 축사를 통해 "공간을 중심으로 기술을 이야기하는 이같은 포럼에 젊은 분들이 많아서 놀랐다"며 "프롭테크 사업이 젊은 청년과 스타트업, 디벨로퍼와 함께 부동산 산업을 이끌고 도시재생까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 이석준 우미건설 대표 등 중견 건설사 및 디벨로퍼 대표들도 참석했다. 회원사로 LG전자를 비롯해 화성, 안강건설, 한양건설, 성지제강 등도 포함됐다. 업계 관계자는 "프롭테크도 기존의 건축물이나 제품들과 사물인터넷(IoT) 등을 통해 연결되어야 하는 부분들이 필요하다"며 "업체들간의 협업이나 신규사업 개척에 있어서도 프롭테크는 반드시 알아야 하는 분야다"라고 전했다.

회원사가 아님에도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도 있었다. 분양 마케팅회사인 미드미디앤씨 이월무 대표는 "분양 현장에서 고객들을 직접 대하는 업무를 하다보니 프롭테크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하고 있다"며 "청약 부적격자를 줄이기 위해 자신의 청약가점과 부적격 여부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청약365' 앱을 자체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건설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프롭테크 시장은 2013년부터 본격화돼 2017년에는 13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미국, 영국, 중국 등에서는 프롭테크를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여기고 활발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손정의 회장은 미국 프롭테크 스타트업 오픈도어에 4억 달러(4500억 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상무가 '프롭테크비전 컨퍼런스 2019'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상무가 '프롭테크비전 컨퍼런스 2019'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산업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게 얼마되지 않았다. 시장규모는 정확히 가늠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국내 프롭테크 관련 기업들은 매물·중개, 공유경제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토교통부가 '부동산 서비스 산업 진흥법'을 작년 6월부터 시행하면서 부동산 빅데이터가 대거 공개됐다.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됐지만, 동시에 누구나 데이터를 짜맞출수 있다보니 부실한 스타트업 기업이 발생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프롭테크 업계 관계자는 "자체의 콘텐츠나 기술없이 지도에 데이터만 뿌려놓고 '프롭테크 기업'을 자청하는 일부 스타트업들도 있다"며 "성장하는 산업이고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만큼 옥석가리기도 동시에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배형민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가 다가오는 도시와 공간에 대한 미래적 성찰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R&D연구소 상무는 지난 10년 이상의 주거 트렌드와 세대 간 취향 변화를 들려주는 ‘세대와 공간 트렌드 2019’를 소개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 실장은 프롭테크의 등장과 시장 형성의 과정, 프롭테크 기업사례 등을 설명했다. 글로벌 투자기업인 골드만삭스 PIA 이재현 대표가 글로벌 프롭테크 산업에 대한 투자 현황을 발표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