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장기전세 '오세훈 아파트'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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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공사 "재정부담" 공급중단
시세 80%에 최장 20년 임대
면적제한 없어 강남·대형 공급
올해 위례·고덕강일 '마지막'
시세 80%에 최장 20년 임대
면적제한 없어 강남·대형 공급
올해 위례·고덕강일 '마지막'
서울시의 대표적 임대주택인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이 도입 12년 만에 사실상 폐지 절차를 밟는다.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신규 공급을 사실상 중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장기전세주택은 주변 전세 시세의 80% 안팎에 최장 20년간 집을 빌려주는 임대주택이다. 무주택 중산층이 대상이다. 제도 축소로 중산층 실수요자들이 공공 주거 지원의 사각지대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라지는 ‘오세훈 아파트’
17일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 등에 따르면 서울지역 장기전세주택의 신규 공급이 크게 감소할 예정이다. 기존 장기전세주택에서 발생하는 빈집에 대한 입주자 모집은 기존대로 한다. 다만 새 장기전세의 공급은 점진적으로 줄여나가기로 가닥을 잡았다.
2007년 도입한 장기전세주택은 주변 전세 시세보다 저렴하게 집을 빌려주는 임대주택이다. 오세훈 전 시장 시절 주요 시정사업으로 추진했다. 서울시 산하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직접 짓거나 재건축단지에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고 이에 따라 늘어난 집을 일부 매입해 공급했다. 이를 통해 반포자이와 래미안퍼스티지 등 강남 주요 재건축단지에도 장기전세가 공급됐다.
장기전세주택은 다른 공공주택과 달리 공급 면적에 제한이 없다. 이 때문에 대형 주택형을 중심으로 미계약이 많았다.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애초 이 같은 대형 주택형 공급만 중단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아예 장기전세 전체를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서울주택도시공사 관계자는 “강남권 단지나 대형 주택형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다고 해도 청약 대상자들이 감당하기에 벅차다”며 “정부 시책에 맞춰 청년이나 신혼부부 대상 소형 임대주택으로 전환해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정부가 신혼부부에게 공급할 예정인 공적 주택 20만 가구 물량이 확대될 수도 있다는 게 서울주택도시공사의 설명이다.
3만 가구 이상 공급된 장기전세의 신규 물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도입 초반만 해도 연간 3000가구 안팎의 입주자를 모집했다. 2017년 245가구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엔 31가구로 줄었다. 올해도 하반기 436가구만 입주자를 받는 것으로 예정됐다.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위례신도시(2020년 상반기·685가구)와 고덕강일공공주택지구(2021년 하반기·1722가구)에 짓는 물량이 사실상 마지막이다.
장기전세주택은 줄어들지만 행복주택은 늘어난다. 행복주택은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등에게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다. 장기전세와 마찬가지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지만 월세형으로 공급한다는 차이가 있다. 관련 근거는 이미 마련됐다. 서울시의 ‘공공주택 건설 및 공급 등에 관한 조례’는 그동안 재건축조합에서 매입한 집을 장기전세로만 공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7년 2월부턴 행복주택으로도 공급할 수 있도록 개정됐다. 서울시는 이를 근거로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지 못한 재건축단지의 임대용 주택을 행복주택 규모(전용면적 60㎡) 이하로 짓도록 유도하고 있다. 매입계약 또한 장기전세가 아니라 행복주택으로 맺기로 했다. 지난해엔 장기전세로 공급할 예정이던 565가구가 행복주택으로 전환됐다.
누적 손실 1조원 육박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장기전세주택을 운영하면서 입은 손실은 9631억원이다. 2015~2017년엔 3년 연속 연간 손실 규모가 2000억원을 넘었다. 지난해에도 1700억원가량의 손실을 봤다. 앞으로도 보증금 수익은 제한된 반면 수선비용과 감가상각비 등 비용은 계속 증가해 임대손실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행복주택 등 다른 임대주택은 매월 임대수익이 발생하는 데 비해 장기전세는 2년 단위 계약인 데다 보증금 인상률도 연 5%로 제한돼 있다. 사업자인 서울주택도시공사의 현금흐름이 막힐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장기전세를 행복주택으로 전환하면 국고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장기전세는 재건축 아파트를 매입하는 경우 전액 서울시 예산을 써야 한다. 행복주택은 가구당 3000만원가량의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지원 대상 면적도 종전 전용 45㎡에서 60㎡로 확대됐다. 매달 현금 수익을 쥐면서 국고 보조도 받는 행복주택이 재정적 측면에선 유리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한때는 ‘혁신적 공공임대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제도 축소나 수정은 예견됐던 일”이라며 “유지 및 운영비를 벌 수 없다 보니 원래부터 재정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전형진/민경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17일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 등에 따르면 서울지역 장기전세주택의 신규 공급이 크게 감소할 예정이다. 기존 장기전세주택에서 발생하는 빈집에 대한 입주자 모집은 기존대로 한다. 다만 새 장기전세의 공급은 점진적으로 줄여나가기로 가닥을 잡았다.
2007년 도입한 장기전세주택은 주변 전세 시세보다 저렴하게 집을 빌려주는 임대주택이다. 오세훈 전 시장 시절 주요 시정사업으로 추진했다. 서울시 산하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직접 짓거나 재건축단지에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고 이에 따라 늘어난 집을 일부 매입해 공급했다. 이를 통해 반포자이와 래미안퍼스티지 등 강남 주요 재건축단지에도 장기전세가 공급됐다.
장기전세주택은 다른 공공주택과 달리 공급 면적에 제한이 없다. 이 때문에 대형 주택형을 중심으로 미계약이 많았다.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애초 이 같은 대형 주택형 공급만 중단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아예 장기전세 전체를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서울주택도시공사 관계자는 “강남권 단지나 대형 주택형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다고 해도 청약 대상자들이 감당하기에 벅차다”며 “정부 시책에 맞춰 청년이나 신혼부부 대상 소형 임대주택으로 전환해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정부가 신혼부부에게 공급할 예정인 공적 주택 20만 가구 물량이 확대될 수도 있다는 게 서울주택도시공사의 설명이다.
3만 가구 이상 공급된 장기전세의 신규 물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도입 초반만 해도 연간 3000가구 안팎의 입주자를 모집했다. 2017년 245가구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엔 31가구로 줄었다. 올해도 하반기 436가구만 입주자를 받는 것으로 예정됐다.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위례신도시(2020년 상반기·685가구)와 고덕강일공공주택지구(2021년 하반기·1722가구)에 짓는 물량이 사실상 마지막이다.
장기전세주택은 줄어들지만 행복주택은 늘어난다. 행복주택은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등에게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다. 장기전세와 마찬가지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지만 월세형으로 공급한다는 차이가 있다. 관련 근거는 이미 마련됐다. 서울시의 ‘공공주택 건설 및 공급 등에 관한 조례’는 그동안 재건축조합에서 매입한 집을 장기전세로만 공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7년 2월부턴 행복주택으로도 공급할 수 있도록 개정됐다. 서울시는 이를 근거로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지 못한 재건축단지의 임대용 주택을 행복주택 규모(전용면적 60㎡) 이하로 짓도록 유도하고 있다. 매입계약 또한 장기전세가 아니라 행복주택으로 맺기로 했다. 지난해엔 장기전세로 공급할 예정이던 565가구가 행복주택으로 전환됐다.
누적 손실 1조원 육박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장기전세주택을 운영하면서 입은 손실은 9631억원이다. 2015~2017년엔 3년 연속 연간 손실 규모가 2000억원을 넘었다. 지난해에도 1700억원가량의 손실을 봤다. 앞으로도 보증금 수익은 제한된 반면 수선비용과 감가상각비 등 비용은 계속 증가해 임대손실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행복주택 등 다른 임대주택은 매월 임대수익이 발생하는 데 비해 장기전세는 2년 단위 계약인 데다 보증금 인상률도 연 5%로 제한돼 있다. 사업자인 서울주택도시공사의 현금흐름이 막힐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장기전세를 행복주택으로 전환하면 국고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장기전세는 재건축 아파트를 매입하는 경우 전액 서울시 예산을 써야 한다. 행복주택은 가구당 3000만원가량의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지원 대상 면적도 종전 전용 45㎡에서 60㎡로 확대됐다. 매달 현금 수익을 쥐면서 국고 보조도 받는 행복주택이 재정적 측면에선 유리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한때는 ‘혁신적 공공임대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제도 축소나 수정은 예견됐던 일”이라며 “유지 및 운영비를 벌 수 없다 보니 원래부터 재정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전형진/민경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