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뛰는데…첫발부터 꼬인 '30만가구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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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1 공급대책 1년
주민·지자체 반대로 지지부진
1차 공공택지 후보 17곳 중
지구 지정은 경기 4곳 불과
주민·지자체 반대로 지지부진
1차 공공택지 후보 17곳 중
지구 지정은 경기 4곳 불과
![3만8000여 가구 규모의 신도시가 조성될 경기 고양시 창릉동 일대. 한경DB](https://img.hankyung.com/photo/201909/AA.20581316.1.jpg)
![집값 뛰는데…첫발부터 꼬인 '30만가구 공급'](https://img.hankyung.com/photo/201909/AA.20584232.1.jpg)
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6월 셋째주(17일) 상승 전환(0.01%)한 뒤 1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추석 이후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는 단지가 속출하면서 서울 반포동 집값은 3.3㎡당 1억원에 육박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주택 공급 지연으로 집값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택지지구 지정 속도 내도 모자랄 판에…'상한제'로 공급 위축시켜
수도권 30만가구 공급 차질 불 보듯
수도권 30만 가구 공급을 위해 국토교통부가 작년 9월 21일 발표한 1차 택지 가운데 두 번째로 큰 광명 하안2지구(5400가구)는 현재까지 진척된 게 없다. 지난해 10월 주민공람은 했지만 이후 지구지정은커녕 사전 절차인 환경영향평가도 요원한 상태다. 박승원 광명시장이 “일방적 행정”이라며 국토부와 대립각을 세운 데 이어 지역 주민들도 교통 대책 미비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값 뛰는데…첫발부터 꼬인 '30만가구 공급'](https://img.hankyung.com/photo/201909/AA.20583387.1.jpg)
국토부는 작년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발표 여드레 만인 9월 21일 ‘수도권 30만 가구 주택공급 확대 방안’ 세부안을 공개했다. 규제만으론 서울 집값을 안정시킬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3기 신도시 조성 계획도 이때 발표했다. 우선 1차 발표에선 신도시를 제외한 17곳의 택지를 공개했다. 수도권에 공공주택지구 여섯 곳(2만4960가구)을 지정하고 서울 유휴부지 11곳(9130가구)을 활용해 총 3만4090가구의 새집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들 중 지구지정을 한 곳은 의왕 청계2지구(2560가구)와 성남 신촌지구(1100가구), 시흥 하중지구(3500가구), 의정부 우정지구(4600가구) 등 네 곳뿐이다. 이들도 당초 목표 기한인 올해 상반기를 넘겨 지난 7월 말에야 지구지정을 완료했다.
반발이 거세 공청회조차 열지 못한 곳이 많다. 고양 탄현(3000가구)은 지구지정 중간 단계인 환경영향평가 초안도 만들지 못했다. 3000가구 규모의 성남 낙생 또한 환경단체 반발에 부딪혔다. 성남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도시의 환경적 기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이미 대단위 개발사업이 진행 중인 곳에 또 집을 지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헐값 보상’에 반발하는 주민들의 움직임도 격해지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주민 의견 수렴 등 사전에 갈등 요인을 줄이지 못해 목표로 한 기간 안에 30만 가구를 공급하는 게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민간의 서울 새 아파트 공급도 뚝 끊길 분위기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여파다. 재개발·재건축단지는 일반분양 수입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들 제도를 적용받으면 수익성이 악화돼 추진 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1 대 1 재건축을 검토하는 단지가 늘어나는 것도 공급 위축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1 대 1 재건축은 일반분양을 하지 않거나 극소량만 하는 재건축 방식이다.
당장 2년 뒤부터 서울 공급량은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부동산114가 집계한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내년 4만1512가구에서 2021년 2만644가구로 크게 줄어든다. 분양을 제때 하지 못하고 미룬 정비사업 단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입주가 반 토막 나는 2021년은 정부가 30만 가구 공급(분양)을 시작하겠다고 못 박은 시기이기도 하다. 택지 확보가 더 늦어지면 공급부족이 가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택지조성 계획이 100% 이뤄져도 집이 부족한 상황에서 상한제가 거꾸로 공급을 조이고 있다”며 “서울에 필요한 만큼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선 정비사업 규제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석/전형진/민경진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