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안 팔아요"…강남 아파트 돈 있어도 못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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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백현동의 판교푸르지오그랑블에 살고 있는 박진아 씨(46·가명)는 최근 ‘강남 갈아타기’를 하는 과정에서 심신이 완전히 지쳤다.지금 아니면 강남 입성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 두 주간 주말을 반납하고 강남·서초구 중개업소를 여러 군데 돌며 집을 구하러 다녔지만 매물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한 두 개 나와 있는 집도 사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면 주인이 갑자기 가격을 올리거나 매물을 거뒀다. 박씨는 “서초동에서 14억원대 매물이 나왔길래 딱 하루 고민하다가 다음날 가계약금 넣겠다고 중개업소에 연락을 했더니 집주인이 7000만원을 더 올려받겠다고 하더라”며 “고민 끝에 그래도 사겠다고 했는데 집주인이 결국 ‘집을 안 팔겠다’며 돌아섰다”고 말했다.
◆“더 오를텐데”…매도인 계약 파기 속출
집값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강남 집주인들의 콧대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많은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중이다. 박씨처럼 강남권 집을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
서울 개포동 개포주공6단지 인근 K공인 대표는 “오늘 오전에만 매수 문의 전화를 10통 넘게 받았지만 매물이 없다”며 “특히 전용 84㎡ 이하 중소형 면적은 ‘집만 나오면 사겠다’는 대기자가 십수 명이지만 매물은 지역 내에서도 한두개 있을까 말까하다”고 전했다. 서초래미안·유원서초아파트 등을 주로 중개하는 S공인 대표도 “최근 한 단지에서 전용 59㎡ 매물이 모처럼 나오자 동시에 매수인 6명이 집을 보겠다고 찾아왔다”며 “이 중 2명이 집을 보자마자 계좌번호를 불러 달라고 했지만 집주인이 계좌번호를 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도자에 의한 계약 파기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매매 계약서까지 썼다가 가파르게 뛰는 집값을 보고 뒤늦게 팔지 않겠다고 하는 식이다. 최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레이크팰리스 아파트에선 전용 84㎡ 집주인이 가계약금(3000만원)으로 받은 돈의 두배를 돌려주고 매도 의사를 철회했다. 두세 달 새 호가가 2억원 넘게 뛰다 보니 매도인이 더 보유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 설명이다. 이 단지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다 보니 2000만~3000만원가량을 받고 가계약을 체결한 매도인이 그만큼의 돈을 포기하고 매도 의사를 철회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 때문에 일부 매수자는 혹시 계약이 파기될까 중도금을 앞당겨 내기도 하고, 중개업소들도 중도금을 서둘러 치르기를 권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금 아니면 못 산다” 강남 부동산 매물 품귀 현상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월간 ‘매매수급지수’는 100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다시 100선을 회복했다. 또 작년 9·13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처음으로 매도자 우위로 전환했다. 특히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와 강동구가 속한 동남권은 102.6으로 전체 권역 중 지수가 가장 높았다. 기준점인 100보다 클 수록 집을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불안감이 대기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며 ”올초 집값 하락기에 기회를 잡지 못했던 실수요자들도 주택 구입 대열에 뛰어들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강남구 도곡동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서경현 씨(43)는 “몇 달 만에 수억원 올랐다는 지인들의 얘기를 들을 때 마다 더 늦기 전에 무조건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지금 전세살고 있는 집의 경우 집주인의 투자금 규모보다 내 보증금이 더 많이 들어갔지만 돈은 주인만 벌었다”고 푸념했다.
집값 안정을 위해선 공급 물량이 늘어야 하지만 정부 정책은 되레 ‘공급 절벽’을 부추기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분양가 상한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로 서울의 주요 주택 공급원인 재건축·재개발이 위축될 것이란 예상이다. 이상우 익스포넨셜 대표는 “전문가들의 시장 전망이 빠르게 전파되면서 강남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고 있다”며 “강남 아파트는 절대가격이 높아 상승율이 작아도 ‘억대’로 오르는 만큼 심리적으로 느껴지는 가격 오름세는 더 가파르다”고 말했다.
정부 규제 지역이 오히려 투자 유망처로 인식되는 역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동’ 단위로 핀셋 지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부동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지정 지역은 정부가 인증한 유망지”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잇단 대책에도 집값은 잠깐 주춤하다가 금방 더 뛰었다“며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낮은 상황에서 모든 정책을 강남 집값 잡기에 올인한 들 투자 심리를 꺾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더 오를텐데”…매도인 계약 파기 속출
집값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강남 집주인들의 콧대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많은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중이다. 박씨처럼 강남권 집을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
서울 개포동 개포주공6단지 인근 K공인 대표는 “오늘 오전에만 매수 문의 전화를 10통 넘게 받았지만 매물이 없다”며 “특히 전용 84㎡ 이하 중소형 면적은 ‘집만 나오면 사겠다’는 대기자가 십수 명이지만 매물은 지역 내에서도 한두개 있을까 말까하다”고 전했다. 서초래미안·유원서초아파트 등을 주로 중개하는 S공인 대표도 “최근 한 단지에서 전용 59㎡ 매물이 모처럼 나오자 동시에 매수인 6명이 집을 보겠다고 찾아왔다”며 “이 중 2명이 집을 보자마자 계좌번호를 불러 달라고 했지만 집주인이 계좌번호를 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도자에 의한 계약 파기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매매 계약서까지 썼다가 가파르게 뛰는 집값을 보고 뒤늦게 팔지 않겠다고 하는 식이다. 최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레이크팰리스 아파트에선 전용 84㎡ 집주인이 가계약금(3000만원)으로 받은 돈의 두배를 돌려주고 매도 의사를 철회했다. 두세 달 새 호가가 2억원 넘게 뛰다 보니 매도인이 더 보유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 설명이다. 이 단지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다 보니 2000만~3000만원가량을 받고 가계약을 체결한 매도인이 그만큼의 돈을 포기하고 매도 의사를 철회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 때문에 일부 매수자는 혹시 계약이 파기될까 중도금을 앞당겨 내기도 하고, 중개업소들도 중도금을 서둘러 치르기를 권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금 아니면 못 산다” 강남 부동산 매물 품귀 현상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월간 ‘매매수급지수’는 100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다시 100선을 회복했다. 또 작년 9·13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처음으로 매도자 우위로 전환했다. 특히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와 강동구가 속한 동남권은 102.6으로 전체 권역 중 지수가 가장 높았다. 기준점인 100보다 클 수록 집을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불안감이 대기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며 ”올초 집값 하락기에 기회를 잡지 못했던 실수요자들도 주택 구입 대열에 뛰어들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강남구 도곡동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서경현 씨(43)는 “몇 달 만에 수억원 올랐다는 지인들의 얘기를 들을 때 마다 더 늦기 전에 무조건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지금 전세살고 있는 집의 경우 집주인의 투자금 규모보다 내 보증금이 더 많이 들어갔지만 돈은 주인만 벌었다”고 푸념했다.
집값 안정을 위해선 공급 물량이 늘어야 하지만 정부 정책은 되레 ‘공급 절벽’을 부추기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분양가 상한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로 서울의 주요 주택 공급원인 재건축·재개발이 위축될 것이란 예상이다. 이상우 익스포넨셜 대표는 “전문가들의 시장 전망이 빠르게 전파되면서 강남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고 있다”며 “강남 아파트는 절대가격이 높아 상승율이 작아도 ‘억대’로 오르는 만큼 심리적으로 느껴지는 가격 오름세는 더 가파르다”고 말했다.
정부 규제 지역이 오히려 투자 유망처로 인식되는 역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동’ 단위로 핀셋 지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부동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지정 지역은 정부가 인증한 유망지”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잇단 대책에도 집값은 잠깐 주춤하다가 금방 더 뛰었다“며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낮은 상황에서 모든 정책을 강남 집값 잡기에 올인한 들 투자 심리를 꺾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