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원 웃돈에도…기관 특별공급은 '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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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극 청약경쟁률 왜?
신혼부부 수백 대 1 '바늘구멍'
서울 올 기관추천 모두 미달
신혼부부 수백 대 1 '바늘구멍'
서울 올 기관추천 모두 미달
‘195 대 1’ vs ‘0.25 대 1’.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나온 극과 극의 청약 경쟁률이다. 청약시장이 과열되면서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세 자릿수 경쟁률을 넘겼다. 그 와중에도 기관추천 유형은 미달했다. 추천 신청 절차가 분양가 공개 전에 이뤄지다 보니 막상 가격이 책정된 이후엔 청약 의사를 접는 수요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미달 속출하는 기관추천
31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서울 동작동에서 청약을 받은 ‘이수스위첸포레힐즈’는 1순위 청약에서 44.6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하루 앞서 진행된 특별공급 경쟁이 더 치열했다. 15가구 모집에 1460명이 청약통장을 던져 97.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신혼 특별공급에선 7가구 공급에 1369명이 몰려 195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전용면적 59㎡ 경쟁률은 206 대 1까지 치솟았다. 다른 유형 경쟁도 바늘구멍을 방불케 했다. 노부모부양은 51 대 1, 자녀를 최소 세 명 이상 두고 있어야 하는 다자녀가구 특별공급은 1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기관추천 특별공급에선 청약 전쟁이 남의 나라 얘기다. 4가구를 모집한 이 유형에선 단 한 명이 신청하는 미달사태가 발생했다. 기관추천은 정부 각 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사전에 자격을 가려 대상자를 추천하는 특별공급 유형이다. 중소기업 근로자나 장기복무 군인, 국가유공자, 장애인 등이 대상이다.
같은 날 특별공급 청약을 받은 성내동 ‘힐데스하임올림픽파크’에서도 기관추천은 0.5 대 1로 미달됐다. 2가구가 배정됐지만 한 명만 지원했다. 신혼 특별공급이 73.3 대 1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 같은 상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가운데 기관추천에서 미달을 면한 단지는 한 곳도 없다. 기관추천을 모집한 19개 단지의 평균 경쟁률은 0.5 대 1에 불과하다. 총 459가구를 모집했지만 257명이 청약하는 데 그쳤다. 0.78 대 1을 기록한 ‘송파시그니처롯데캐슬’이 가장 높았다. 일단 기관 추천인으로 선정되기만 하면 당첨은 떼놓은 당상인 셈이다.
“미달 나올 수밖에 없어”
미달이 속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각 기관의 대상자 추천 일정이 분양 공고가 나기 전에 진행되는 까닭이다. 기관들은 통상 단지별 공고일 1~2개월 전에 추천 대상자를 모집한다. 기관별로 정한 배점에 따라 추천 대상자와 예비대상자를 선정해 사업 주체에 통보한다.
이 시점까지 해당 단지 분양가가 어느 정도인지는 기관도, 신청자도 모른다. 추천 대상자로 선정되더라도 분양가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공고된다면 아예 특별공급 청약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자격을 포기해야 한다. 가격도 모르는 상태로 추천 여부에 대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구조다 보니 미달이 줄줄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각 기관에 분양 공고 이후 추천인 모집을 하라고 권고했다.
청약이 미달하는 것과 별개로 각 기관에 추천 신청을 하는 사전 경쟁은 치열하다. 서울의 경우 추천 대상자로 선정되는 데만 기본 100 대 1의 경쟁을 뚫어야 한다. 중소기업 근로자 특별공급 추천을 담당하는 서울지방중소벤처기업청 관계자는 “중소 건설사 아파트에도 기본적으로 세 자릿수 이상은 지원한다”며 “가장 최근 청약한 단지의 경우 한 명을 모집하는 데 142명이 몰렸다”고 전했다. 국군복지단 관계자는 “송파구에서 분양한 단지엔 400명 이상의 장기근속 군인이 내 집 마련을 위해 기관추천을 신청했다”며 “서울에선 근속기간과 무주택기간, 부양가족 등을 따진 배점에서 100점 만점에 85점 안팎은 돼야 추천인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기관추천 가구 수 비율은 법으로 정해져 있지만 기관별 배정은 사업 시행자가 임의로 정할 수 있다. 예컨대 4가구라면 각 기관에 1가구씩 배정하거나 두 곳의 기관에 2가구씩 나눌 수 있다. 이때 한쪽에선 경쟁이 발생하고 다른 한쪽에선 미달이 되더라도 미달 물량은 1순위자에게 넘어간다. 한 대형 건설사 분양팀 관계자는 “경쟁이 발생한 기관으로 물량을 넘겨 배정분을 특별공급에서 모두 소화하는 게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나온 극과 극의 청약 경쟁률이다. 청약시장이 과열되면서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세 자릿수 경쟁률을 넘겼다. 그 와중에도 기관추천 유형은 미달했다. 추천 신청 절차가 분양가 공개 전에 이뤄지다 보니 막상 가격이 책정된 이후엔 청약 의사를 접는 수요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미달 속출하는 기관추천
31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서울 동작동에서 청약을 받은 ‘이수스위첸포레힐즈’는 1순위 청약에서 44.6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하루 앞서 진행된 특별공급 경쟁이 더 치열했다. 15가구 모집에 1460명이 청약통장을 던져 97.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신혼 특별공급에선 7가구 공급에 1369명이 몰려 195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전용면적 59㎡ 경쟁률은 206 대 1까지 치솟았다. 다른 유형 경쟁도 바늘구멍을 방불케 했다. 노부모부양은 51 대 1, 자녀를 최소 세 명 이상 두고 있어야 하는 다자녀가구 특별공급은 1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기관추천 특별공급에선 청약 전쟁이 남의 나라 얘기다. 4가구를 모집한 이 유형에선 단 한 명이 신청하는 미달사태가 발생했다. 기관추천은 정부 각 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사전에 자격을 가려 대상자를 추천하는 특별공급 유형이다. 중소기업 근로자나 장기복무 군인, 국가유공자, 장애인 등이 대상이다.
같은 날 특별공급 청약을 받은 성내동 ‘힐데스하임올림픽파크’에서도 기관추천은 0.5 대 1로 미달됐다. 2가구가 배정됐지만 한 명만 지원했다. 신혼 특별공급이 73.3 대 1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 같은 상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가운데 기관추천에서 미달을 면한 단지는 한 곳도 없다. 기관추천을 모집한 19개 단지의 평균 경쟁률은 0.5 대 1에 불과하다. 총 459가구를 모집했지만 257명이 청약하는 데 그쳤다. 0.78 대 1을 기록한 ‘송파시그니처롯데캐슬’이 가장 높았다. 일단 기관 추천인으로 선정되기만 하면 당첨은 떼놓은 당상인 셈이다.
“미달 나올 수밖에 없어”
미달이 속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각 기관의 대상자 추천 일정이 분양 공고가 나기 전에 진행되는 까닭이다. 기관들은 통상 단지별 공고일 1~2개월 전에 추천 대상자를 모집한다. 기관별로 정한 배점에 따라 추천 대상자와 예비대상자를 선정해 사업 주체에 통보한다.
이 시점까지 해당 단지 분양가가 어느 정도인지는 기관도, 신청자도 모른다. 추천 대상자로 선정되더라도 분양가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공고된다면 아예 특별공급 청약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자격을 포기해야 한다. 가격도 모르는 상태로 추천 여부에 대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구조다 보니 미달이 줄줄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각 기관에 분양 공고 이후 추천인 모집을 하라고 권고했다.
청약이 미달하는 것과 별개로 각 기관에 추천 신청을 하는 사전 경쟁은 치열하다. 서울의 경우 추천 대상자로 선정되는 데만 기본 100 대 1의 경쟁을 뚫어야 한다. 중소기업 근로자 특별공급 추천을 담당하는 서울지방중소벤처기업청 관계자는 “중소 건설사 아파트에도 기본적으로 세 자릿수 이상은 지원한다”며 “가장 최근 청약한 단지의 경우 한 명을 모집하는 데 142명이 몰렸다”고 전했다. 국군복지단 관계자는 “송파구에서 분양한 단지엔 400명 이상의 장기근속 군인이 내 집 마련을 위해 기관추천을 신청했다”며 “서울에선 근속기간과 무주택기간, 부양가족 등을 따진 배점에서 100점 만점에 85점 안팎은 돼야 추천인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기관추천 가구 수 비율은 법으로 정해져 있지만 기관별 배정은 사업 시행자가 임의로 정할 수 있다. 예컨대 4가구라면 각 기관에 1가구씩 배정하거나 두 곳의 기관에 2가구씩 나눌 수 있다. 이때 한쪽에선 경쟁이 발생하고 다른 한쪽에선 미달이 되더라도 미달 물량은 1순위자에게 넘어간다. 한 대형 건설사 분양팀 관계자는 “경쟁이 발생한 기관으로 물량을 넘겨 배정분을 특별공급에서 모두 소화하는 게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