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 둔촌주공, 이번엔 공사비 검증 '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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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제 前 내년 4월 분양 '차질'
공사비 10% 이상 늘어나면
한국감정원 등 검증 의무화
공사비 10% 이상 늘어나면
한국감정원 등 검증 의무화

상한제 피한 줄 알았는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에 따르면 △조합원 5분의 1 이상이 검증을 요청하거나 △공사비 증액 규모가 5% 이상(사업시행인가 이전 시공사 선정 시 10%이상)인 경우 반드시 공사비 검증을 받아야 한다. 건설사 관계자는 “인건비 및 물가상승률, 품질 강화와 관련한 법 개정 등을 고려하면 전국에 있는 모든 사업장에 의무 적용 다”고 호소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관리처분계획인가와 이주 등을 마쳐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사업장들이다. 총가구가 1만2000가구에 달해 ‘건국 이래 최대 재건축사업’으로 꼽히는 둔촌주공과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1단지 등이다. 둔촌주공은 당초 다음달 7일 관리처분변경 총회를 시작으로 남은 행정절차 등을 마무리하고 본공사 착공, 내년 초 일반분양 등을 계획하고 있었다.
상가조합원 등과의 갈등이 원만하게 해결되면 가까스로 4월 안 분양을 노려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던 개포주공1단지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 조합원은 “아무런 변수 없이 일정이 진행되더라도 상한제를 피할 수 있을지 없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데 공사비 검증까지 하라니 초조할 뿐”이라고 말했다.
서류 준비에만 10억원 “비현실적”
초안에 대해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실적으로 제출이 불가능한 서류들이 포함돼 있고 검증기간도 지나치게 길다는 게 정비업계의 주장이다. 둔촌주공 시공사 관계자는 “처음부터 내역 입찰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서류를 만드는 데만 2개월이 걸리고 협력업체를 통해 각종 서류를 준비하는 데만 약 10억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산됐다”며 “주 52시간 근로 시행 등 법규가 강화되면서 올라간 공사비만 해도 상당한 데 검증 과정에서 지나치게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개정안에 제출하도록 열거된 실시설계도면은 착공 직전에나 작성하고 ‘공량산출서(공정별 인원 서류)’ 등은 민간 공사비에선 아예 작성하지 않는 공공용 서류”라며 “사업이 장기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검증기간을 60일로 통일하고 보완 횟수도 한 번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주부터 한 뒤 내역도 없이 공사비를 증액하는 관행과 이 과정에서 조합 내 갈등과 손실이 발생하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취지”라며 “제대로 된 검토를 하기 위해 필요한 제출 서류와 기간을 제시한 것이며, 공사비 증액과 무관한 서류는 굳이 낼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