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 논란 없애자"…한남3구역 재입찰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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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건설사 움직임 '촉각'
갈현1·옥수한남하이츠도 재입찰
"시공사 선정 리스크 선제 대응"
갈현1·옥수한남하이츠도 재입찰
"시공사 선정 리스크 선제 대응"
시공사 선정을 둘러싸고 잡음이 불거졌던 서울 주요 정비사업장들이 ‘위법성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재입찰에 나서고 있다. 건설사가 1차 입찰에서 제시한 설계나 수주조건 등이 불법 논란에 휩싸이자 아예 판을 엎고 새로 가겠다는 것이다.
“리스크 털고 가는 게 유리”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재개발과 옥수동 한남하이츠재건축은 최근 재입찰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열었다. 두 현장 모두 1차 입찰에서 제안 내용의 위법 가능성이 제기된 사업장들이다.
갈현1구역이 실시한 지난달 11일 입찰에는 롯데건설과 현대건설이 참여했다. 조합은 “설계도면 누락 등의 문제가 있다”며 현대건설 자격을 박탈해 재입찰을 추진 중이다.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를 선정한 뒤 설계안 등의 문제가 드러나면 일정이 더 많이 늦어질 수 있다”며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문제 소지를 최대한 일찍 해소하고 가자는 취지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13일 두 번째 현장설명회에는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등이 참여했다.
한강변에 있는 알짜 사업장인 한남하이츠 역시 지난 11일 현장설명회를 열었다. 유력한 후보였던 현대건설이 지난달 31일 첫 번째 입찰에 불참하면서 유효입찰이 성립되지 않았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정부가 한남3구역 입찰에 참여한 시공사들의 설계안에 대해 강도 높은 특별점검을 하고 있다”며 “같은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설계안을 재점검할 시간이 필요해 첫 번째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입찰 설명회엔 GS건설과 현대건설이 참여했다.
조합과 건설사의 셈법이 복잡해진 것은 법적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5월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을 개정하며 ‘대안설계 10% 제한’ 규정을 신설했다. 시공사가 기존 설계안의 10%를 넘는 범위에서 변경을 제안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시공사 선정과정의 위법 행위를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 역시 부담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실현 가능성 없는 설계 변경안을 제시해 수주한 뒤 공사비를 증액시키는 패턴이 관행처럼 반복돼 왔다”며 “앞으로 선제 점검을 해 문제가 드러나면 시공사에 대한 행정처분과 고발 등 강력한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원점서 다시 시작 바람직”
공사비가 2조원에 육박해 시공사들이 가장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남3구역 역시 다음달 15일로 예정된 시공사 선정을 취소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위법 행위가 드러나면 조합과 시공사 모두 큰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시공사들은 15000억원에 달하는 입찰 보증금을 몰수당한다.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르면 시공사는 규정 위반 시 입찰 자격을 박탈당한다. 입찰보증금은 조합에 귀속된다. 조합은 사업 지연 걱정을 해야 한다. 보증금을 몰수당한 건설사들이 소송에 나서면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어렵다. 서울시도 규정대로 조치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히긴 했지만 시장 혼란과 부동산 경기 위축 등의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각계 전문가들과 합동조사팀을 꾸려 지난 4일부터 이 사업장에 대한 특별 점검을 진행 중이다. 15일까지 현장점검을 마치고 이달 중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 다수의 위법사항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주전에 참여한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은 기존 설계안을 10% 이상 바꾸는 혁신설계, 분양가 보장, 민간에 임대아파트 통매각, 조합사업비 전액 무이자 대여 등 위법 소지가 있는 내용을 제안했다. 김향훈 법무법인 센트로 대표변호사는 “혁신설계는 도정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재산상 이익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나 시공사의 과장광고로 볼 수 있다”며 “건설사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는 분양가를 보장하겠다고 한 것 역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입찰무효 및 보증금 몰수가 가능한 수준의 위법사항들이 모든 시공사에서 발견됐다”며 “입찰에 참여한 시공사들이 자발적으로 조합과 논의해 문제 없는 설계안으로 재입찰한다면 제재하지 않는 것을 전향적으로 고려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리스크 털고 가는 게 유리”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재개발과 옥수동 한남하이츠재건축은 최근 재입찰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열었다. 두 현장 모두 1차 입찰에서 제안 내용의 위법 가능성이 제기된 사업장들이다.
갈현1구역이 실시한 지난달 11일 입찰에는 롯데건설과 현대건설이 참여했다. 조합은 “설계도면 누락 등의 문제가 있다”며 현대건설 자격을 박탈해 재입찰을 추진 중이다.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를 선정한 뒤 설계안 등의 문제가 드러나면 일정이 더 많이 늦어질 수 있다”며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문제 소지를 최대한 일찍 해소하고 가자는 취지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13일 두 번째 현장설명회에는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등이 참여했다.
한강변에 있는 알짜 사업장인 한남하이츠 역시 지난 11일 현장설명회를 열었다. 유력한 후보였던 현대건설이 지난달 31일 첫 번째 입찰에 불참하면서 유효입찰이 성립되지 않았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정부가 한남3구역 입찰에 참여한 시공사들의 설계안에 대해 강도 높은 특별점검을 하고 있다”며 “같은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설계안을 재점검할 시간이 필요해 첫 번째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입찰 설명회엔 GS건설과 현대건설이 참여했다.
조합과 건설사의 셈법이 복잡해진 것은 법적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5월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을 개정하며 ‘대안설계 10% 제한’ 규정을 신설했다. 시공사가 기존 설계안의 10%를 넘는 범위에서 변경을 제안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시공사 선정과정의 위법 행위를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 역시 부담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실현 가능성 없는 설계 변경안을 제시해 수주한 뒤 공사비를 증액시키는 패턴이 관행처럼 반복돼 왔다”며 “앞으로 선제 점검을 해 문제가 드러나면 시공사에 대한 행정처분과 고발 등 강력한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원점서 다시 시작 바람직”
공사비가 2조원에 육박해 시공사들이 가장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남3구역 역시 다음달 15일로 예정된 시공사 선정을 취소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위법 행위가 드러나면 조합과 시공사 모두 큰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시공사들은 15000억원에 달하는 입찰 보증금을 몰수당한다.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르면 시공사는 규정 위반 시 입찰 자격을 박탈당한다. 입찰보증금은 조합에 귀속된다. 조합은 사업 지연 걱정을 해야 한다. 보증금을 몰수당한 건설사들이 소송에 나서면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어렵다. 서울시도 규정대로 조치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히긴 했지만 시장 혼란과 부동산 경기 위축 등의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각계 전문가들과 합동조사팀을 꾸려 지난 4일부터 이 사업장에 대한 특별 점검을 진행 중이다. 15일까지 현장점검을 마치고 이달 중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 다수의 위법사항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주전에 참여한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은 기존 설계안을 10% 이상 바꾸는 혁신설계, 분양가 보장, 민간에 임대아파트 통매각, 조합사업비 전액 무이자 대여 등 위법 소지가 있는 내용을 제안했다. 김향훈 법무법인 센트로 대표변호사는 “혁신설계는 도정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재산상 이익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나 시공사의 과장광고로 볼 수 있다”며 “건설사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는 분양가를 보장하겠다고 한 것 역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입찰무효 및 보증금 몰수가 가능한 수준의 위법사항들이 모든 시공사에서 발견됐다”며 “입찰에 참여한 시공사들이 자발적으로 조합과 논의해 문제 없는 설계안으로 재입찰한다면 제재하지 않는 것을 전향적으로 고려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