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당 상가 연면적 '전국 1위'
공실 장기화…상가 임대료 '뚝뚝'
5년 전 450만원→올초 100만원
주거지 인근 1층은 공실 드물어
역세권 위주로 상가 ‘텅텅’
대부분 도심지는 외부 인구가 유입되는 역세권 주변 상권이 가장 활성화되기 마련이다. 송도는 그렇지 않았다. 20일 국제업무지구역 1번 출구를 나오니 송도센트로드를 바로 마주할 수 있었다. 점심 식사가 한창일 시간이었지만 상가 주변 길가에는 십여 명의 사람만이 한적한 거리를 채우고 있었다. 이 건물은 2011년 준공된 단지(오피스텔 264실, 45층 높이)로 상가는 이 건물 1~3층에 있다.
이 건물 1층에 있는 총 61개 점포 가운데 일부 식당, 카페 등만 영업 중이었다. 아예 비어 있는 상가는 26개에 달했다. 2011년 입주를 시작한 이후 단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다는 것이 현지 점포주들의 설명이다. 한식집을 운영하는 김모씨(42)는 “여기 오피스텔이 있다 해도 주변에 건물이 이거 달랑 하나라 일하거나 놀러 오는 사람들이 없다”며 “인건비 때문에 장사를 접는 게 오히려 나을 것 같아 고민 중”이라고 푸념했다.
국제업무지구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떨어진 커낼워크(2009년 준공, 상가 353실)는 공실이 장기화되면서 임대료가 대폭 깎였다. 이 건물 1층 전용면적 55㎡ 상가는 올초 월 임대료 100만원에 계약이 됐다. 이전에는 월 임대료로 320만원을 받던 곳이다. 2층 전용면적 132㎡ 상가는 5년 전 월 임대료가 450만원이었지만 작년 12월 320만원으로 조정됐다. 상가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임대료가 깎여 공실이 많이 해소되긴 했지만 임대 수익률이 대폭 하락했다”며 “임대료와 연동된 매매가도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울상”이라고 말했다.
인천대입구역 주변도 마찬가지였다. 인천대입구역 5번 출구를 나서면 도보 5분 거리에 상가건물이 밀집한 지역이 있다. 대부분 비어 있었다. 간판이 걸려 있는 곳이 드물 정도였다. 2016년 입주를 시작한 시카고타워는 상가 총 25실 중 14곳이 공실이었다. 인근의 반도타워는 총 34실 중 19곳이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렇다 보니 월 임대료 시세(1층 전용면적 33㎡ 기준)가 상가들이 대거 입주를 시작했던 2017년 초 250만~300만원에서 현재 180만~200만원으로 떨어졌다.
역세권과 달리 주거시설 주변 상가는 선방하고 있다. 주상복합과 상가건물이 밀집한 해양경찰청 주변에서 1층 공실은 찾기 쉽지 않았다. 10곳 중 1~2곳이 문을 닫았지만 다른 상권들과 같은 공실 수준이었다. 인천대입구역 J공인 관계자는 “역세권에서 멀어지고 아파트가 밀집한 주거지역에 가까워질수록 상가 건물이 들어차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거주민들이 있어서 외부 유입 인구와는 상관없이 상권이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과잉공급, 앵커시설 개발지연 탓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에 따르면 송도는 거주 인구당 상가 연면적(작년 기준)이 9.14㎡에 달한다. 수도권 인접 신도시 중 가장 넓은 면적이 공급됐다. 상가 공실로 악명 높은 별내신도시와 위례신도시도 각각 5.35㎡, 3.59㎡밖에 되지 않는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송도는 애초에 거주인구만으로 상가를 감당할 수 없게 설계됐다”며 “외부 인구가 들어와야만 상권이 살아날 수 있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외부 인구를 끌어들이는 역세권의 앵커시설 개발도 줄줄이 지연되고 있다. 국제업무지구역은 동쪽으로 약 34만㎡가 나대지로 방치된 상태다. 도시계획상 이 지역은 국제병원과 그와 관련된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10년 넘게 국제병원 사업자를 찾지 못했다. 국제업무지구역 국제병원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국제병원 유치를 위해 힘쓰고 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소식이 없다”고 밝혔다.
인천대입구역 사거리에는 본래 내년 개장이 예정됐던 롯데 쇼핑몰이 지난달에서야 착공했고 인근 이랜드 쇼핑몰은 내년 준공이 목표지만 아직 인허가조차 받지 못했다. 신세계 쇼핑몰은 구체적인 사업계획 없이 부지를 놀리고 있다. 상황은 더욱 나빠질 전망이다. 송도에는 상가가 올해 말까지 133만9258㎡, 내년 말까지 138만3409㎡ 추가 공급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초기 도시계획을 할 때 배후지나 수요 예측이 잘못돼 문제가 더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