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크로바 재건축, 쏙 빠진 특화설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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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속형 선택이 유리, 사업 빨라질 것" vs "랜드마크 포기…10년前 성냥갑 설계"
조합원 '새 설계안' 찬반 논쟁
조합원 '새 설계안' 찬반 논쟁
서울 송파구 ‘미성·크로바’ 아파트가 스카이브리지, 미디어파사드, 커튼월 등 화려한 특화설계안을 버리고 성냥갑 모양의 설계를 선택했다. 새 설계안이 나오자 조합원 의견은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일부 조합원은 “실속형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서울시 인허가 통과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른 조합원들은 “잠실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란 꿈은 물건너갔다. 10년 전 지은 아파트와 다를 게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 압박에 특화설계 포기”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미성·크로바 재건축 조합은 지난달 23일 대의원회를 열고 재건축 설계변경계획승인안을 공개했다. 이 조합은 지난해 5월 서울시에 설계변경안을 제출했다. 서울시는 약 3개월에 걸쳐 산하 부서들과 해당 변경안을 놓고 협의했다. 지난해 8월 이를 토대로 한 의견을 조합에 전달했다. 이날 조합이 공개한 승인안은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전제로 서울시 협의 의견을 반영한 안이다.
서울시 의견이 반영되면서 시공사 수주전에서 롯데건설이 제시한 특화설계가 대부분 빠졌다. 롯데건설은 2017년 시공사로 선정된 이후 중앙광장 조성, 지하주차장 확대, 스카이브리지 3개 설치, 미디어파사드 조성, 커튼월 적용 등 다양한 특화설계안을 조합에 제안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서울시가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해줄 테니 공공성을 높이고 주변 경관에 어울리게 설계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조합원 총회를 거쳐 결정된 설계안인 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승인안에는 도로변에 인접한 아파트 동(棟)의 높이를 최저 6층으로 낮추고, 임대 가구의 가구당 면적을 줄이는 내용이 포함됐다. 새 아파트의 임대 가구 면적은 사업시행계획에서 대부분 전용면적 59㎡로 정했으나, 변경안에는 이보다 작은 면적의 임대 가구가 추가됐다. 조합 관계자는 “높이 등 특별건축구역 지정에 따른 혜택을 받고 사업 속도도 높일 수 있어 서울시 요청을 일부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조합원들은 “서울시 압박에 특화설계를 포기했다”며 “지역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영원히 놓쳤다”고 주장했다.
미성크로바 재건축 조합은 이런 변경 계획이 담긴 건축심의안을 지난달 서울시에 제출했다. 제출된 계획안은 서울시 건축위원회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요즘 시대에 성냥갑이라니”
미성아파트와 크로바아파트는 각각 1230가구와 120가구 규모다. 두 단지가 한 필지를 나눠 쓴다. 지하철 2호선 잠실나루역, 5호선 몽촌토성역, 9호선 한성백제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트리플 역세권 단지다. 주변에 잠실 롯데월드타워, 올림픽공원 등 생활기반시설이 풍부하다. 이처럼 입지 여건이 뛰어난 대단지이다보니 재건축 후 랜드마크 아파트가 될 것이란 기대가 컸다.
서울시가 과도한 특화설계를 억제하고 있어 이 같은 방침을 수용한 단지가 계속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인허가권자인 서울시가 공공성과 재산권의 조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재건축 단지들은 서울시 방침을 수용할지 아니면 상품성을 적극적으로 개선할지를 두고 상황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특화설계를 적용한 아파트와 그렇지 않은 아파트의 입주 후 가격 격차가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일부 강남권 단지는 적극적으로 특화설계안을 적용하고 있다.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래미안원베일리)은 지난해 7월 건축심의변경안 조건부 가결 판정을 받았다. 이 변경안에는 새 아파트의 한강 인접 동에 스카이브리지를 설치하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시는 스카이브리지 설치가 설계 및 경관심의를 거친 내용이기 때문에 인허가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서울시 압박에 특화설계 포기”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미성·크로바 재건축 조합은 지난달 23일 대의원회를 열고 재건축 설계변경계획승인안을 공개했다. 이 조합은 지난해 5월 서울시에 설계변경안을 제출했다. 서울시는 약 3개월에 걸쳐 산하 부서들과 해당 변경안을 놓고 협의했다. 지난해 8월 이를 토대로 한 의견을 조합에 전달했다. 이날 조합이 공개한 승인안은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전제로 서울시 협의 의견을 반영한 안이다.
서울시 의견이 반영되면서 시공사 수주전에서 롯데건설이 제시한 특화설계가 대부분 빠졌다. 롯데건설은 2017년 시공사로 선정된 이후 중앙광장 조성, 지하주차장 확대, 스카이브리지 3개 설치, 미디어파사드 조성, 커튼월 적용 등 다양한 특화설계안을 조합에 제안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서울시가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해줄 테니 공공성을 높이고 주변 경관에 어울리게 설계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조합원 총회를 거쳐 결정된 설계안인 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승인안에는 도로변에 인접한 아파트 동(棟)의 높이를 최저 6층으로 낮추고, 임대 가구의 가구당 면적을 줄이는 내용이 포함됐다. 새 아파트의 임대 가구 면적은 사업시행계획에서 대부분 전용면적 59㎡로 정했으나, 변경안에는 이보다 작은 면적의 임대 가구가 추가됐다. 조합 관계자는 “높이 등 특별건축구역 지정에 따른 혜택을 받고 사업 속도도 높일 수 있어 서울시 요청을 일부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조합원들은 “서울시 압박에 특화설계를 포기했다”며 “지역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영원히 놓쳤다”고 주장했다.
미성크로바 재건축 조합은 이런 변경 계획이 담긴 건축심의안을 지난달 서울시에 제출했다. 제출된 계획안은 서울시 건축위원회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요즘 시대에 성냥갑이라니”
미성아파트와 크로바아파트는 각각 1230가구와 120가구 규모다. 두 단지가 한 필지를 나눠 쓴다. 지하철 2호선 잠실나루역, 5호선 몽촌토성역, 9호선 한성백제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트리플 역세권 단지다. 주변에 잠실 롯데월드타워, 올림픽공원 등 생활기반시설이 풍부하다. 이처럼 입지 여건이 뛰어난 대단지이다보니 재건축 후 랜드마크 아파트가 될 것이란 기대가 컸다.
서울시가 과도한 특화설계를 억제하고 있어 이 같은 방침을 수용한 단지가 계속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인허가권자인 서울시가 공공성과 재산권의 조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재건축 단지들은 서울시 방침을 수용할지 아니면 상품성을 적극적으로 개선할지를 두고 상황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특화설계를 적용한 아파트와 그렇지 않은 아파트의 입주 후 가격 격차가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일부 강남권 단지는 적극적으로 특화설계안을 적용하고 있다.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래미안원베일리)은 지난해 7월 건축심의변경안 조건부 가결 판정을 받았다. 이 변경안에는 새 아파트의 한강 인접 동에 스카이브리지를 설치하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시는 스카이브리지 설치가 설계 및 경관심의를 거친 내용이기 때문에 인허가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