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비사업 23곳 '일몰제'에 존폐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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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현대·한양, 신반포2차 등
1일까지 조합설립 안돼 무산 위기
서울시 "선별 구제하겠다"
부담금·상한제에 주민들 시큰둥
1일까지 조합설립 안돼 무산 위기
서울시 "선별 구제하겠다"
부담금·상한제에 주민들 시큰둥
서울시 내 20여 곳의 재개발·재건축구역이 중대 기로에 섰다. 2일부터 ‘정비사업 일몰제’가 시행되지만 아직까지 조합을 설립하지 못해 구역이 해제될 공산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들 재개발·재건축 구역은 일단 서울시에 일몰제 적용 시기를 늦춰달라는 ‘기한 연장’을 신청했지만 심의 과정에서 받아들여질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수년간 공들여온 정비사업이 수포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데드라인’ 다가오는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일몰제란 사업 진척이 더딘 곳을 정비구역에서 해제하는 절차다. 2012년 1월 31일 이전 정비계획이 수립된 구역에서 승인된 추진위원회는 2020년 3월 2일까지 조합설립 신청을 마쳐야 한다. 이 기한을 넘기면 시장이나 군수가 직권으로 해제할 수 있다.
1일 한국경제신문이 서울시 내 재개발·재건축구역을 전수조사한 결과 23개 사업장이 2일부터 일괄 일몰 대상에 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압구정특별건축계획3~5구역과 신반포2차 등 강남권의 굵직한 재건축 단지가 대거 포함됐다.
‘데드라인’이 다가오는 추진위들은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23개 사업장 모두 서울시에 일몰기한 연장을 요청하고 심의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신설동 신설1구역은 지난달 28일에야 가까스로 신청서를 냈다. 추진위 관계자는 “토지 등 소유자 30%의 동의를 얻어야 일몰 연장 신청이 가능한데 코로나19 영향으로 면회조차 안 되는 집이 많았다”며 “지금 단계에선 추정이 불가능한 사업계획과 사용비용, 비례율까지 서류로 내야 해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강남 ‘대어급’ 재건축 단지들도 줄줄이 일몰 연장 대열에 합류했다. 재건축사업이 사실상 답보 상태에 놓인 압구정3~5구역은 올해 초 일찌감치 기한 연장 서류 제출을 마쳤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 상한제, 층수 제한 등의 규제에 가로막힌 영향이다. 사업성을 떨어뜨리는 규제가 많아 굳이 재건축에 속도를 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송파동 한양2차는 조합설립동의율(75%)을 채웠지만 동(棟)별 동의율(50%) 기준에 미달해 기한 연장을 신청했다. 잠원동 신반포24차, 방배동 방배삼호 등도 아직 조합 설립을 하지 못했다. 동·호 배정이나 사업 주도권에 대한 갈등으로 늦어지는 곳도 있다. 박양진 신반포2차 추진위원장 직무대행은 “동의율 확보가 지지부진해 재건축 사업이 17년째 멈춰 있다”며 “일단 지난주 일몰 연장을 신청하면서 구청에서 긍정적인 답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구역별로 들여다볼 것”
일몰기한을 연장해달라고 신청해도 반드시 정비구역이 유지되는 건 아니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최종적으로 심의하는 과정에서 변수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색·증산뉴타운 증산4구역도 이 같은 절차를 거쳐 구역이 해제됐다. 재개발·재건축에 반대하는 주민이 많거나 추진 주체가 불분명하면 사업 지속을 장담할 수 없다. 미아동 미아11구역은 주민 30% 동의로 일단 연장 신청을 했지만 추진위원회가 운영되지 않고 있다. 강북구청 관계자는 “새 집행부가 공석인 상태이기 때문에 도시계획위원회 결과를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의도 목화, 광장아파트도 추진위 대신 구청이 나서서 일을 처리했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추진위가 유명무실해 주민들 의견을 물어 구청장 직권으로 일몰 연장 신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잠원동 신반포26차는 일몰 연장을 신청하지 않고 아예 소규모 재건축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이 경우 ‘빈집 및 소규모 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을 따르기 때문에 일반 재건축처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몰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서울시는 그동안 각 구청에 15차례나 공문을 보내 구역별 일몰 연장 신청을 독려했다. ‘뉴타운 출구전략’ 등으로 그동안 정비구역을 대거 해제해온 것과 비교하면 전향적인 기조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된 ‘전면적 일몰 연장’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부 추진위에서 기한을 놓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안내한 것”이라며 “사업의 정상 진행 여부와 주민들의 의견 등을 검토해 구역 존치와 해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는 곳이 많아지면 요즘 선호도가 높은 신축 아파트 공급이 그만큼 부족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개발구역이 해제되면 행위 제한도 풀려 신축 빌라가 늘어나 정비사업을 다시 추진해도 노후도 요건을 충족하기 힘들어진다”며 “재건축의 경우엔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가면 마땅한 대안 사업이 아예 없다”고 지적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데드라인’ 다가오는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일몰제란 사업 진척이 더딘 곳을 정비구역에서 해제하는 절차다. 2012년 1월 31일 이전 정비계획이 수립된 구역에서 승인된 추진위원회는 2020년 3월 2일까지 조합설립 신청을 마쳐야 한다. 이 기한을 넘기면 시장이나 군수가 직권으로 해제할 수 있다.
1일 한국경제신문이 서울시 내 재개발·재건축구역을 전수조사한 결과 23개 사업장이 2일부터 일괄 일몰 대상에 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압구정특별건축계획3~5구역과 신반포2차 등 강남권의 굵직한 재건축 단지가 대거 포함됐다.
‘데드라인’이 다가오는 추진위들은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23개 사업장 모두 서울시에 일몰기한 연장을 요청하고 심의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신설동 신설1구역은 지난달 28일에야 가까스로 신청서를 냈다. 추진위 관계자는 “토지 등 소유자 30%의 동의를 얻어야 일몰 연장 신청이 가능한데 코로나19 영향으로 면회조차 안 되는 집이 많았다”며 “지금 단계에선 추정이 불가능한 사업계획과 사용비용, 비례율까지 서류로 내야 해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강남 ‘대어급’ 재건축 단지들도 줄줄이 일몰 연장 대열에 합류했다. 재건축사업이 사실상 답보 상태에 놓인 압구정3~5구역은 올해 초 일찌감치 기한 연장 서류 제출을 마쳤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 상한제, 층수 제한 등의 규제에 가로막힌 영향이다. 사업성을 떨어뜨리는 규제가 많아 굳이 재건축에 속도를 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송파동 한양2차는 조합설립동의율(75%)을 채웠지만 동(棟)별 동의율(50%) 기준에 미달해 기한 연장을 신청했다. 잠원동 신반포24차, 방배동 방배삼호 등도 아직 조합 설립을 하지 못했다. 동·호 배정이나 사업 주도권에 대한 갈등으로 늦어지는 곳도 있다. 박양진 신반포2차 추진위원장 직무대행은 “동의율 확보가 지지부진해 재건축 사업이 17년째 멈춰 있다”며 “일단 지난주 일몰 연장을 신청하면서 구청에서 긍정적인 답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구역별로 들여다볼 것”
일몰기한을 연장해달라고 신청해도 반드시 정비구역이 유지되는 건 아니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최종적으로 심의하는 과정에서 변수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색·증산뉴타운 증산4구역도 이 같은 절차를 거쳐 구역이 해제됐다. 재개발·재건축에 반대하는 주민이 많거나 추진 주체가 불분명하면 사업 지속을 장담할 수 없다. 미아동 미아11구역은 주민 30% 동의로 일단 연장 신청을 했지만 추진위원회가 운영되지 않고 있다. 강북구청 관계자는 “새 집행부가 공석인 상태이기 때문에 도시계획위원회 결과를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의도 목화, 광장아파트도 추진위 대신 구청이 나서서 일을 처리했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추진위가 유명무실해 주민들 의견을 물어 구청장 직권으로 일몰 연장 신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잠원동 신반포26차는 일몰 연장을 신청하지 않고 아예 소규모 재건축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이 경우 ‘빈집 및 소규모 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을 따르기 때문에 일반 재건축처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몰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서울시는 그동안 각 구청에 15차례나 공문을 보내 구역별 일몰 연장 신청을 독려했다. ‘뉴타운 출구전략’ 등으로 그동안 정비구역을 대거 해제해온 것과 비교하면 전향적인 기조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된 ‘전면적 일몰 연장’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부 추진위에서 기한을 놓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안내한 것”이라며 “사업의 정상 진행 여부와 주민들의 의견 등을 검토해 구역 존치와 해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는 곳이 많아지면 요즘 선호도가 높은 신축 아파트 공급이 그만큼 부족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개발구역이 해제되면 행위 제한도 풀려 신축 빌라가 늘어나 정비사업을 다시 추진해도 노후도 요건을 충족하기 힘들어진다”며 “재건축의 경우엔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가면 마땅한 대안 사업이 아예 없다”고 지적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