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은 다음달 유예기간이 끝나는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분양 보증을 신청했다. 둔촌주공재건축 조합 제공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은 다음달 유예기간이 끝나는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분양 보증을 신청했다. 둔촌주공재건축 조합 제공
일반분양가 책정을 두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줄다리기를 하던 서울 둔촌동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이 결국 원안대로 분양보증을 신청했다. 관리처분계획 변경을 통해 확정한 분양가(3.3㎡당 3550만원)를 고수한 것이다. 심사가 거절될 경우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수 없다. 후분양 전환 등 분양 계획이 당초와 달라질 가능성도 있어 청약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조합 3.3㎡당 3550만원 고수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조합이 HUG에 분양보증을 신청했다. 지난해 관리처분계획 변경을 통해 확정한 일반분양가는 3.3㎡당 평균 3550만원이다.

둔촌주공 '벼랑끝 분양가' 3550만원 강행
조합의 요구가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HUG와의 사전 협의에서 절충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합은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를 책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지 맞은편 올림픽선수촌아파트 매매가는 3.3㎡당 5000만원 안팎이다. 그러나 HUG는 고분양가 관리규정에 따라 3.3㎡당 3000만원 안팎의 분양가를 책정해야 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조합원 개개인의 분담금이 수천만원에서 억대까지 증가할 수 있다.

조합이 HUG와 접점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분양보증 신청을 서두른 것은 분양가 상한제 때문이다. 상한제 유예기간인 다음달 28일까지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려면 일정이 빠듯하다. 반포나 개포 등 강남권에서 분양을 준비하는 재건축조합은 앞서 분양한 단지들이 분양가 결정의 기준이 된다. 그러나 둔촌주공이 있는 강동구는 최근 1년 분양 실적이 없어 가격 기준이 모호하다. 분양보증에 대한 HUG의 결정을 봐야 대안 마련도 가능한 셈이다. 최찬성 둔촌주공 조합장은 “결과가 언제 나올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늦어도 이달 안엔 분양보증의 가부를 확인해야 후속 절차를 진행하거나 다른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를 분양하려면 분양보증이 필수적인 절차다. 건설사 등이 도산하더라도 HUG가 아파트를 분양받은 이들의 분양대금을 책임지는 조건이다. 대신 HUG의 분양가 통제를 받아야 한다. 심사엔 통상 1~2주가 걸린다. 조합은 이 보증서를 받아야 구청에 분양승인을 신청할 수 있다.

상한제 ‘촉각’…후분양 가능성도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은 올림픽공원 인근에 들어선 낡은 주공아파트를 헐고 새 아파트 85개 동, 1만2032가구를 짓는 것이다. 단일 단지로는 역대 최대 규모 재건축이다. 2017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아 일찌감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했다. 그러나 철거 과정에서 뜻밖에 석면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업이 지연돼 상한제 적용 위기까지 왔다.

조합이 총회에서 확정한 가격에 분양보증서를 발급받으면 다음달께 일반분양이 이뤄진다. 심사가 거부되면 우선 대의원회에서 일반분양가를 소폭 조정해 다시 신청할 수 있다. 대의원회는 총 부담금(2800억원)의 10%인 280억원 범위에서 조합원 분담금 조정이 가능하도록 권한을 위임받았다. 그러나 이를 3.3㎡당 분양가로 환산할 경우 대의원회 임의로 조정 가능한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큰 폭으로 분양가를 조정해야 한다면 관리처분계획 변경 총회를 다시 열어 조합원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 이 경우 공람 기간만 한 달이 걸리는 데다 총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어 상한제 적용이 유력해진다. 일부 조합원은 목표했던 분양가를 받아내지 못하면 집행부를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조합원은 “조합이 낮은 분양가를 받아 와선 분양촉진비와 예비비로 차액을 충당할 가능성도 있다”며 “조합원의 피해가 커질 경우 해임 총회를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한제 유예기간 안에 대안 마련에 실패할 경우 아예 후분양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다만 단지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3조1600억원대의 공사비 조달이 문제다. 선분양하면 분양 계약자들의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공사비를 조달할 수 있지만 후분양한다면 금융회사에 이자를 내고 돈을 끌어와야 한다. 결국 금융비용이 나중에 일반분양자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분양시장에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올해 서울에 예정된 분양 물량 가운데 5분의 1가량이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대기 수요가 다른 단지들의 청약 경쟁률이나 기존 주택의 매매가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