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서울시 '몽니' 또 이긴 사직2구역…3년 만에 사업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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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조합원 자격 문제"…법제처 "문제 없다"
구역해제 이어 또 몽니…감사원 "행정신뢰 훼손"
구역해제 이어 또 몽니…감사원 "행정신뢰 훼손"
서울 도심 노른자 땅인 사직2구역 재개발이 3년 만에 본궤도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시의 고의적인 사업 방해에도 조합이 잇따라 판정승을 거둬서다. 대법원과 감사원에 이어 법제처도 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명함도 못 찍은 조합장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법제처는 사직2구역이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기간 동안 토지나 건물을 사들였던 이들도 조합원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지난 22일 내렸다. 서울시가 이들의 조합원 자격을 문제삼으며 관련 인·허가에 제동을 걸었지만 문제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사직2구역은 사직터널 인근의 낡은 단독·다가구 주택을 허물고 새 아파트 12개 동, 486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서울시가 2017년 역사문화를 보존하겠다는 이유로 정비구역에서 직권해제하면서 3년가량 사업이 중단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서울시의 이 같은 결정이 잘못됐다며 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기사회생한 조합은 곧바로 새 집행부 꾸리기에 나섰다. 그러자 서울시는 다시 이를 가로막았다. 구역에서 해제된 기간 동안 새롭게 토지등소유자가 된 이들에게 사업 동의 여부부터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직2구역에선 직권해제됐던 2017년 3월부터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지난해 4월까지 2년여 동안 조합원 260명 가운데 51명이 바뀌었다. 서울시가 이를 빌미로 조합설립변경인가를 막아서면서 새 집행부는 1년여 동안 명함조차 파지 못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아직 임원등기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며 “서울시의 방해로 1년 이상 아무런 행정절차도 진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뀐 51명을 모두 조합원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제처 유권해석이 나오면서 사업이 곧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그동안 미뤄진 조합설립변경인가와 임원등기가 조만간 진행될 예정”이라며 “법령해석에 7개월이나 소요될 만큼 사안을 판단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법적 논란 있어도 구역해제”
서울시가 사직2구역 개발을 가로막은 건 한두 차례가 아니다. 지난해 연말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따르면 2013년 사직2구역 조합이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할 때부터 종로구청에 인가를 보류하도록 지시했다. 한양도성 지형과 경관 등 역사자산을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사직2구역을 아예 직권해제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역사문화 보존을 위한 구역해제는 관련 법적 근거가 없다는 내부 검토 결과가 나오자 아예 조례 개정을 추진했다. 당시 서울시 도시활성화과는 박원순 시장에게 “법적 논란이 있더라도 구역해제가 가능한 기준을 발굴하겠다”면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 또한 병행하겠다”고 보고했다. 박 시장은 보고대로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서울시의 도정법 개정 요청을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서울시는 2016년 조례를 개정한 뒤 1년 만에 사직2구역을 직권해제했다. 서울시가 역사문화 보존 근거를 위해 마련한 조례 개정안의 조문은 지난해 아예 삭제됐다. 위법성 문제가 제기돼서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법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 국민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조례를 개정하고 이를 근거로 정비구역을 해제했다”며 “박 시장은 행정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지적했다. ◆구역 한복판 ‘알박기’ 논란도
조합은 정비구역이 부활한 뒤에도 서울시가 ‘알박기’를 하는 등 사업을 고의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법원 판결 닷새 만이던 지난해 4월30일 구역 한복판에 들어선 캠벨 선교사주택을 서울시가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했기 때문이다. 조합이 재개발을 추진하면서 사들였다가 사업비 압박 등으로 서울시에 매각한 건물이다.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되면 구역 내 존치 등이 결정될 수 있다. 선교사주택 부지는 사직2구역 전체 사업면적(2만7329㎡)의 14%가량(3765㎡)을 차지한다.
조합은 선교사주택을 다른 장소로 이축하기로 합의했지만 서울시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옮겨 짓는 것조차 막으려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서울시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선교사주택 이축 계획을 담은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안 자체가 반려됐다”며 “재개발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역사도심관리 기본계획에 따라 등록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조합이 제기한 우수건축자산 지정 취소소송에 대한 법원의 선고는 6월 23일로 예정돼 있다.
‘강 대 강’으로 대치하고 있지만 타협의 실마리도 보인다. 최근 박 시장이 조합원들과 만나 사직2구역의 개발 방향에 대한 논의를 가졌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는 “박 시장이 자신의 임기 안에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로 약속했다”며 “구릉지의 지형을 반영한 건축계획 등을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지형을 반영한 설계는 서울시가 지난해 발표한 ‘도시·건축 혁신안’의 일환이다. 서울시가 인·허가를 속도 있게 지원하는 대신 공공건축가 등을 파견해 정비계획이나 건축계획 등에 깊게 관여하는 게 골자다. 정비구역 재지정을 추진하는 금호동 3가의 1(옛 금호21구역) 등이 이 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영미 사직2구역 조합장 직무대행은 “행정적 지원이 이뤄진다면 서울시와 타협할 수 있는 여지는 열려 있다”며 “더 이상 범죄와 사고 우려 등이 있는 노후주거지로 방치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명함도 못 찍은 조합장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법제처는 사직2구역이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기간 동안 토지나 건물을 사들였던 이들도 조합원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지난 22일 내렸다. 서울시가 이들의 조합원 자격을 문제삼으며 관련 인·허가에 제동을 걸었지만 문제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사직2구역은 사직터널 인근의 낡은 단독·다가구 주택을 허물고 새 아파트 12개 동, 486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서울시가 2017년 역사문화를 보존하겠다는 이유로 정비구역에서 직권해제하면서 3년가량 사업이 중단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서울시의 이 같은 결정이 잘못됐다며 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기사회생한 조합은 곧바로 새 집행부 꾸리기에 나섰다. 그러자 서울시는 다시 이를 가로막았다. 구역에서 해제된 기간 동안 새롭게 토지등소유자가 된 이들에게 사업 동의 여부부터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직2구역에선 직권해제됐던 2017년 3월부터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지난해 4월까지 2년여 동안 조합원 260명 가운데 51명이 바뀌었다. 서울시가 이를 빌미로 조합설립변경인가를 막아서면서 새 집행부는 1년여 동안 명함조차 파지 못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아직 임원등기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며 “서울시의 방해로 1년 이상 아무런 행정절차도 진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뀐 51명을 모두 조합원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제처 유권해석이 나오면서 사업이 곧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그동안 미뤄진 조합설립변경인가와 임원등기가 조만간 진행될 예정”이라며 “법령해석에 7개월이나 소요될 만큼 사안을 판단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법적 논란 있어도 구역해제”
서울시가 사직2구역 개발을 가로막은 건 한두 차례가 아니다. 지난해 연말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따르면 2013년 사직2구역 조합이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할 때부터 종로구청에 인가를 보류하도록 지시했다. 한양도성 지형과 경관 등 역사자산을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사직2구역을 아예 직권해제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역사문화 보존을 위한 구역해제는 관련 법적 근거가 없다는 내부 검토 결과가 나오자 아예 조례 개정을 추진했다. 당시 서울시 도시활성화과는 박원순 시장에게 “법적 논란이 있더라도 구역해제가 가능한 기준을 발굴하겠다”면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 또한 병행하겠다”고 보고했다. 박 시장은 보고대로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서울시의 도정법 개정 요청을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서울시는 2016년 조례를 개정한 뒤 1년 만에 사직2구역을 직권해제했다. 서울시가 역사문화 보존 근거를 위해 마련한 조례 개정안의 조문은 지난해 아예 삭제됐다. 위법성 문제가 제기돼서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법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 국민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조례를 개정하고 이를 근거로 정비구역을 해제했다”며 “박 시장은 행정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지적했다. ◆구역 한복판 ‘알박기’ 논란도
조합은 정비구역이 부활한 뒤에도 서울시가 ‘알박기’를 하는 등 사업을 고의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법원 판결 닷새 만이던 지난해 4월30일 구역 한복판에 들어선 캠벨 선교사주택을 서울시가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했기 때문이다. 조합이 재개발을 추진하면서 사들였다가 사업비 압박 등으로 서울시에 매각한 건물이다.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되면 구역 내 존치 등이 결정될 수 있다. 선교사주택 부지는 사직2구역 전체 사업면적(2만7329㎡)의 14%가량(3765㎡)을 차지한다.
조합은 선교사주택을 다른 장소로 이축하기로 합의했지만 서울시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옮겨 짓는 것조차 막으려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서울시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선교사주택 이축 계획을 담은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안 자체가 반려됐다”며 “재개발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역사도심관리 기본계획에 따라 등록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조합이 제기한 우수건축자산 지정 취소소송에 대한 법원의 선고는 6월 23일로 예정돼 있다.
‘강 대 강’으로 대치하고 있지만 타협의 실마리도 보인다. 최근 박 시장이 조합원들과 만나 사직2구역의 개발 방향에 대한 논의를 가졌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는 “박 시장이 자신의 임기 안에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로 약속했다”며 “구릉지의 지형을 반영한 건축계획 등을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지형을 반영한 설계는 서울시가 지난해 발표한 ‘도시·건축 혁신안’의 일환이다. 서울시가 인·허가를 속도 있게 지원하는 대신 공공건축가 등을 파견해 정비계획이나 건축계획 등에 깊게 관여하는 게 골자다. 정비구역 재지정을 추진하는 금호동 3가의 1(옛 금호21구역) 등이 이 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영미 사직2구역 조합장 직무대행은 “행정적 지원이 이뤄진다면 서울시와 타협할 수 있는 여지는 열려 있다”며 “더 이상 범죄와 사고 우려 등이 있는 노후주거지로 방치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