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제주살이도 옛말…'뚝뚝' 떨어지는 제주도 집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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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제주 가속화에 코로나19 상태까지 겹쳐
빈집 늘어나고 집값 급락…1년 새 2억씩 빠지기도
유행처럼 번지던 제주살이 '시들'
중국발 투자 열풍도 꺾여
빈집 늘어나고 집값 급락…1년 새 2억씩 빠지기도
유행처럼 번지던 제주살이 '시들'
중국발 투자 열풍도 꺾여
“요즘 집 보러 오는 사람 없어요. 전화 문의도 현지인들한테서만 간간히 올 뿐 거의 끊겼다고 보면 됩니다.”(제주시 노형동 N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제주살이’ 열풍으로 한때 뜨거웠던 제주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다. 거래는 뚝 끊겼고 집값 하락폭도 점점 커지고 있다. 중국발(發) 투자열풍이 사그라들었고 공급과잉으로 인한 집값 하락이 지속되고 있던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친 탓이다.
제주를 오가는 항공편이 급감하고 관광산업이 위축되면서 인구유입이 감소됐다. 유행처럼 번졌던 '제주 한달살기'를 위한 집을 비롯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수익형 부동산(게스트 하우스), 시세차익을 고려한 투자 등 제주주택 수요는 전방위적으로 감소했다.
◆제주, 서귀포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폭락’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제주 서귀포 강정동 중흥S클래스 전용 84㎡는 지난달 4억1500만원에 실거래됐다. 이 주택형은 2018년 12월만 해도 6억1100만원에 실거래되던 아파트다. 거래가만 놓고보면 약 1년 반만에 2억원 가량 떨어진 셈이다. 집값은 계속해서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계속해서 매수세가 줄더니 거래가 거의 안되고 있다”며 “3~4년 전 가격으로 회귀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제주시 노형동 노형e편한세상 전용 126㎡은 1년새 2억원 가까이 폭락했다. 이 주택형은 지난해 3월 8억3000만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찍었지만 작년 말부터 계속 가격이 떨어지는 추세다. 지난 2월에는 6억5000만원에 겨우 새주인을 찾았다. 노형동 부영3차아파트 전용 84㎡도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 이 주택형은 2018년 11월 4억8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에는 3억9500만원에 손바뀜하며 1년반새 1억원가량 내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제주 주택가격상승률이 -0.12%을 기록했다. 올 초까지만 보합권이었지만, 이제는 하락폭을 키우는 모양새다. 주택 거래량도 줄어들고 있다. 제주도 전체 거래량은 작년 초 1500건을 넘어섰지만 지난 3월엔 1052건으로 떨어졌다. 외지인 투자자들의 감소폭은 더 컸다. 특히 서울 사람들의 매입건수는 작년 초 135명을 기록했지만 3월엔 42명에 그쳐 68.3% 넘게 급감했다.
새 아파트도 잘 팔리지 않는 분위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제주도내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 3월 말 기준 779가구에 달한다. 2016년 90가구에 불과했지만 3년새 8배 이상 증가했다. 서귀포시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K대표는 “올 초 분양한 단지들도 대부분 미분양을 기록했다”며 “최근 매매시장 침체 분위기를 감안하면 적체 물량이 쉽게 줄 것 같진 않다”고 전망했다.
◆땅값도 '뚝', 경매시장까지 '꽁꽁'
제주 부동산 시장 불황의 여파는 주택시장 뿐만 아니라 땅값에서도 나타난다. 제주도의 올해 1분기 지가변동률은 –0.94%를 기록해 전국 17개시‧도 중 유일하게 하락했다. 같은 기간 전국이 0.92%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2015~2016년만 해도 연간 지가상승률이 각각 7.57%, 8.33%에 달해 전국에서 가장 높았지만 상황이 역전됐다. 토지거래량에서도 제주도 부동산 시장의 불황이 드러난다. 올 1분기 제주도의 전체 토지 거래량은 작년 1분기 대비 15.3% 줄었다. 순수 토지거래량만을 놓고 보면 26.5% 급감했다. 거래량 하락률 모두 전국 1위다.
경매시장 거래 건수도 감소 추세다. 경매에 나온 물건 4건 중 3건은 주인을 못 찾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 토지 낙찰률(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은 24.6%에 그쳤다. 총 207개 물건이 경매에 나왔는데, 51건만 주인을 찾았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74.6%에 불과했다. 제주 경매 시장에서 토지는 최근 20개월 동안 월별 낙찰가율이 한 번도 100%를 넘지 못했다. 대부분 감정가보다 낮게 낙찰됐다는 얘기다. 제주 토지 시장이 뜨거웠던 2016년 낙찰률이 70%, 낙찰가율은 123.2%였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반의 반토막 난 셈이다. 국토부는 "제주 제2공항과 오라관광단지 개발 부진과 고점 인식으로 인한 투자 수요 위축, 경기 침체 등으로 땅값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국외·국내 투자자들 다 떠났다"
전문가들은 인구 유출을 제주 집값 하락의 주원인으로 지목했다. 서울에서 제주로 오는 인구보다 제주에서 서울로 떠나는 인구가 많다는 얘기다. 작년에는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제주에서 서울로의 인구이동건수가 증가했다.
통계청의 인구이동 통계 자료를 보면 2019년에는 제주에서 서울로 총 10명이 순이동(전입-전출)했다.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서울로의 전입인구가 더 많았다. 제주로의 순이동은 2015년 4083명에 달해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2016년 3831명 △2017년 3195명 △2018년 2109명 등으로 매년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는 10명이지만 서울로 떠난 이들의 인구수가 더 많아지게 됐다.
제주시 Y공인 관계자는 “2010년 이후 은퇴 노년층이나 국제입학을 노린 강남권 거주자들이 유행처럼 제주에 밀려 들어왔지만 최근엔 한풀 꺾이는 분위기”라며 “생각보다 적응이 쉽지 않고 최근 관광산업이 침체되면서 일자리나 경기가 불안정해진 점도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사드 사태와 한한령, 코로나19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중국발 투자 열풍이 사그라든 점도 부동산시장 침체 분위기에 한 몫 했다. 노형동 I공인 대표는 “제2공항 등 개발사업이 활발하지 않은 데다 이젠 개발할 땅도 마땅치 않다”며 “요즘 중국 쪽 투자자들이 거의 빠져나가 건설 경기가 예전만 못하다. 제주도 집값이 하락할 기미가 보이자 국내 투자자들도 급격히 사라져 제주도 집값 하락세가 거세지고 있다”고 전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제주살이’ 열풍으로 한때 뜨거웠던 제주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다. 거래는 뚝 끊겼고 집값 하락폭도 점점 커지고 있다. 중국발(發) 투자열풍이 사그라들었고 공급과잉으로 인한 집값 하락이 지속되고 있던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친 탓이다.
제주를 오가는 항공편이 급감하고 관광산업이 위축되면서 인구유입이 감소됐다. 유행처럼 번졌던 '제주 한달살기'를 위한 집을 비롯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수익형 부동산(게스트 하우스), 시세차익을 고려한 투자 등 제주주택 수요는 전방위적으로 감소했다.
◆제주, 서귀포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폭락’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제주 서귀포 강정동 중흥S클래스 전용 84㎡는 지난달 4억1500만원에 실거래됐다. 이 주택형은 2018년 12월만 해도 6억1100만원에 실거래되던 아파트다. 거래가만 놓고보면 약 1년 반만에 2억원 가량 떨어진 셈이다. 집값은 계속해서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계속해서 매수세가 줄더니 거래가 거의 안되고 있다”며 “3~4년 전 가격으로 회귀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제주시 노형동 노형e편한세상 전용 126㎡은 1년새 2억원 가까이 폭락했다. 이 주택형은 지난해 3월 8억3000만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찍었지만 작년 말부터 계속 가격이 떨어지는 추세다. 지난 2월에는 6억5000만원에 겨우 새주인을 찾았다. 노형동 부영3차아파트 전용 84㎡도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 이 주택형은 2018년 11월 4억8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에는 3억9500만원에 손바뀜하며 1년반새 1억원가량 내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제주 주택가격상승률이 -0.12%을 기록했다. 올 초까지만 보합권이었지만, 이제는 하락폭을 키우는 모양새다. 주택 거래량도 줄어들고 있다. 제주도 전체 거래량은 작년 초 1500건을 넘어섰지만 지난 3월엔 1052건으로 떨어졌다. 외지인 투자자들의 감소폭은 더 컸다. 특히 서울 사람들의 매입건수는 작년 초 135명을 기록했지만 3월엔 42명에 그쳐 68.3% 넘게 급감했다.
새 아파트도 잘 팔리지 않는 분위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제주도내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 3월 말 기준 779가구에 달한다. 2016년 90가구에 불과했지만 3년새 8배 이상 증가했다. 서귀포시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K대표는 “올 초 분양한 단지들도 대부분 미분양을 기록했다”며 “최근 매매시장 침체 분위기를 감안하면 적체 물량이 쉽게 줄 것 같진 않다”고 전망했다.
◆땅값도 '뚝', 경매시장까지 '꽁꽁'
제주 부동산 시장 불황의 여파는 주택시장 뿐만 아니라 땅값에서도 나타난다. 제주도의 올해 1분기 지가변동률은 –0.94%를 기록해 전국 17개시‧도 중 유일하게 하락했다. 같은 기간 전국이 0.92%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2015~2016년만 해도 연간 지가상승률이 각각 7.57%, 8.33%에 달해 전국에서 가장 높았지만 상황이 역전됐다. 토지거래량에서도 제주도 부동산 시장의 불황이 드러난다. 올 1분기 제주도의 전체 토지 거래량은 작년 1분기 대비 15.3% 줄었다. 순수 토지거래량만을 놓고 보면 26.5% 급감했다. 거래량 하락률 모두 전국 1위다.
경매시장 거래 건수도 감소 추세다. 경매에 나온 물건 4건 중 3건은 주인을 못 찾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 토지 낙찰률(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은 24.6%에 그쳤다. 총 207개 물건이 경매에 나왔는데, 51건만 주인을 찾았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74.6%에 불과했다. 제주 경매 시장에서 토지는 최근 20개월 동안 월별 낙찰가율이 한 번도 100%를 넘지 못했다. 대부분 감정가보다 낮게 낙찰됐다는 얘기다. 제주 토지 시장이 뜨거웠던 2016년 낙찰률이 70%, 낙찰가율은 123.2%였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반의 반토막 난 셈이다. 국토부는 "제주 제2공항과 오라관광단지 개발 부진과 고점 인식으로 인한 투자 수요 위축, 경기 침체 등으로 땅값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국외·국내 투자자들 다 떠났다"
전문가들은 인구 유출을 제주 집값 하락의 주원인으로 지목했다. 서울에서 제주로 오는 인구보다 제주에서 서울로 떠나는 인구가 많다는 얘기다. 작년에는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제주에서 서울로의 인구이동건수가 증가했다.
통계청의 인구이동 통계 자료를 보면 2019년에는 제주에서 서울로 총 10명이 순이동(전입-전출)했다.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서울로의 전입인구가 더 많았다. 제주로의 순이동은 2015년 4083명에 달해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2016년 3831명 △2017년 3195명 △2018년 2109명 등으로 매년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는 10명이지만 서울로 떠난 이들의 인구수가 더 많아지게 됐다.
제주시 Y공인 관계자는 “2010년 이후 은퇴 노년층이나 국제입학을 노린 강남권 거주자들이 유행처럼 제주에 밀려 들어왔지만 최근엔 한풀 꺾이는 분위기”라며 “생각보다 적응이 쉽지 않고 최근 관광산업이 침체되면서 일자리나 경기가 불안정해진 점도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사드 사태와 한한령, 코로나19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중국발 투자 열풍이 사그라든 점도 부동산시장 침체 분위기에 한 몫 했다. 노형동 I공인 대표는 “제2공항 등 개발사업이 활발하지 않은 데다 이젠 개발할 땅도 마땅치 않다”며 “요즘 중국 쪽 투자자들이 거의 빠져나가 건설 경기가 예전만 못하다. 제주도 집값이 하락할 기미가 보이자 국내 투자자들도 급격히 사라져 제주도 집값 하락세가 거세지고 있다”고 전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