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발 집값 하락세로 경기 분당신도시 집값은 약세지만 판교신도시는 엔씨소프트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사옥 확장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판교신도시 삼평동 K공인 관계자) 13일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엔씨소프트, 카카오 등 ICT 기업들이 성남시 판교신도시에서 신사옥 마련에 나서면서 부동산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라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꿋꿋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새 사옥 인근에 있어 편리하게 출퇴근할 수 있는 ‘직주근접’ 수요가 많다는 분석이다.
판교푸르지오그랑블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엔씨소프트와 카카오발 호재

엔씨소프트는 자사가 주도하는 컨소시엄 형태로 판교구청 예정부지에 대한 인수의향서를 성남시에 제출하는 등 사옥 확장에 나섰다. 해당 부지는 분당구 삼평동 641 일대로, 2만5718㎡ 규모다. 감정평가액은 8094억원이다. 신분당선 판교역과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어 판교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불린다. 현재 성남시가 임시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기존 판교 본사는 수용 인원을 넘어섰고 직원들이 외부로 분산돼 효율이 떨어진 상태”라며 “다만 성남시와 (판교구청 부지를 최종) 계약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지난달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판교역 인근 ‘판교 알파돔시티 6-1블록’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건물 전체를 임차하는 방식이고 계약 기간은 10년이다. 알파돔시티는 지하 7층~지상 15층, 연면적 16만2775㎡ 규모다. 내년 10월 준공 예정이다. 카카오는 2022년 5월부터 계열사가 순차적으로 입주할 계획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와 카카오발 개발이 이뤄지면 판교신도시의 직주근접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월세와 전세 수요도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푸르지오그랑블 등 수요 꾸준해

IT 두 공룡이 판교 사옥 건립을 추진하면서 일대 집값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3040세대 직원이 주축을 이루는 ICT 기업 특성상 오피스텔 수요가 늘 수 있다. 판교역 인근 중심상업지구에 있는 ‘판교 효성인텔리안’, ‘판교 KCC웰츠타워’ 등의 월세 시세는 코로나19 사태에도 견조하다. 판교테크노밸리의 풍부한 배후 수요로 인근 오피스텔 공실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백현동 K공인 관계자는 “판교역 주변 오피스텔 전용 26㎡는 보증금 1000만원 기준으로 지난달 초에 비해 월세가 75만원에서 80만원으로 올랐다”며 “전세·반전세의 경우 입주 시기에 상관없이 매물만 기다리겠다는 예약자도 많다”고 전했다.

아파트 매수 문의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판교 대장주로 꼽히는 백현동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전용면적 105㎡ 매물 호가는 19억~19억5000만원에 형성됐다. 지난 3월 전용 105㎡가 18억6000만원에 실거래됐다. 대형 평수인 전용 117㎡ 기준 호가는 25억5000만~27억원에 이른다. 보평초·중·고가 가까이 있어 인기가 많은 삼평동 ‘봇들마을9단지’는 전용 101㎡ 매물이 16억5000만~17억5000만원에 나와 있다.

‘워라밸’ 문화가 확산되면서 기업이 인근에 있는 직주근접 수요가 각광 받고 있는 것도 판교 집값에 호재로 작용했다. 서울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공사가 본격화되면서 인근 청담·잠실 아파트 매수 문의가 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백현동 J공인 대표는 “ICT 기업의 사옥 확장은 분명 호재지만 판교 집값에 선반영된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며 “판교까지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이 가능한 분당과 광교도 대체재로 부각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