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강남 다주택자 "전월세 올려서 세금 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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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 팔겠다…매물 거둬"
"세금 부담보다 집값 상승 가치 더 커"
"전세 올리거나 반전세를 놓고 버티겠다"
"세금 부담보다 집값 상승 가치 더 커"
"전세 올리거나 반전세를 놓고 버티겠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과 강남 대치동에 각각 아파트를 소유한 김모 씨(67)는 내년 종합부동산세만 6800만원대로 올해보다 세 부담이 4200만원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김 씨는 느긋하다. 전셋값이 급등한 데다 매물도 적어 보증금을 올리거나 인상분을 월세로 돌려 받을 계획이어서다. 김 씨는 “세를 놓고 있는 집이 올해만 전세가격이 2억원은 뛰었다”며 “종부세나 재산세 등 세금은 전세나 월세로 충분히 충당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 주변 다주택자들도 이같은 분위기다.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 등 고가 주택이 밀집한 지역의 중개업소에는 집주인들의 전월세 인상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전셋값을 얼마나 올릴 수 있는지, 전세를 반전세로 돌릴 수 있을지 등이 주요 내용이다. 7·10 대책에 세 부담이 늘자 집주인이 세입자들에게 인상분을 떠넘길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될 전망이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1단지 전용 94㎡에선 지난달 15건의 전월세 거래 중 9건이 월세를 낀 계약이었다. 그 중 8층 매물은 보증금 9억에 120만원선에서 세입자를 찾았다. 이 단지의 전세 시세는 17억원선이다. 은마아파트 사거리에 있는 Y공인 관계자는 “최근엔 보증금 3억에 530만원의 월세를 끼고 나오곤 한다”고 전했다.
서초동에선 42년차 진흥 아파트 전용 131㎡에서 지난달 반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보증금 4억원에 월세는 95만원이다. 이 단지의 전세가격은 올 초까지만해도 6억원대 중반선에서 7억원대에 형성돼있었다. 하지만 최근 가격이 8억원까지 뛰면서 반전세 매물도 늘었다. 전세가격 상승률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1% 올라 43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강동구(0.22%), 강남·송파구(0.16%), 서초구(0.15%) 등 강남4구 지역에서 전셋값이 많이 뛰면서 서울 전세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내 전세시장은 이미 ‘공급자 우위’로 굳혀지는 분위기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7월 첫째주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73.3으로 집계됐다. 이 지표는 0~200 범위에서 산출되는데 기준점인 100을 초과할수록 ‘공급부족’이 심하다는 의미다. 지난해 3월 첫째주(94.5) 이후 100을 넘어섰고 이후 66주간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
서울 마포와 송파에 각각 아파트를 보유한 박모 씨(54)는 “재산세나 종부세가 아무리 올라도 집값이 폭등하는 것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라며 “매매 시세 변동이 일주일씩이 아니라 하루 단위로 움직이고 있고 전셋값도 받쳐주고 있어 세금을 어떻게 내야할 지에 대한 고민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강남구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종부세가 오른 만큼 거래세도 늘어나다보니, 가지고 있으나 집을 파나 세 부담은 다 있다”며 “다들 전셋값을 올리거나 반전세를 놓고 버티자는 분위기”라고 했다.
‘다주택자 세부담 강화’로 시장에 매물이 풀릴 것이라던 정부 의도와는 다르게 시장은 ‘강남 주택 세습화’로 오히려 매물 잠김 현상이 견고해지는 양상이다. 부담은 세입자들만 떠안게 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방배동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유모 씨(46)는 “재계약을 석달 정도 남겨두고 있는데 최근 집주인이 연락을 해 집을 반전세로 돌리겠다고 했다”며 “80만원씩 월세를 더 주거나 집을 비워달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정부는 종부세 인상으로 전세금이 더 폭등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가능성이 낮다”고 일축하는 중이다. 정부는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을 기존 계약에도 적용해 임차인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선 임대차 3법 도입 추진으로 다주택자들이 늘어난 세금 부담을 전셋값을 일시에 올리는 방식으로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크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 등 고가 주택이 밀집한 지역의 중개업소에는 집주인들의 전월세 인상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전셋값을 얼마나 올릴 수 있는지, 전세를 반전세로 돌릴 수 있을지 등이 주요 내용이다. 7·10 대책에 세 부담이 늘자 집주인이 세입자들에게 인상분을 떠넘길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될 전망이다.
"전월세 올라도 세입자 금방 찾아"
대치동 인근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이 일대 아파트에서는 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돌리는 보증부월세가 급증하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늘어난 보유세를 충당하기 위해 다달이 현금을 받을 수 있는 월세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권에서 ‘전세 대란’ 조짐이 일면서 주택 임대 수요가 치솟은 덕에 반전세 매물이 나와도 금방 세입자를 찾는다. 대치동 D공인 대표는 “매물 10건 중 8~9건은 월세를 낀 물건”이라고 말했다.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1단지 전용 94㎡에선 지난달 15건의 전월세 거래 중 9건이 월세를 낀 계약이었다. 그 중 8층 매물은 보증금 9억에 120만원선에서 세입자를 찾았다. 이 단지의 전세 시세는 17억원선이다. 은마아파트 사거리에 있는 Y공인 관계자는 “최근엔 보증금 3억에 530만원의 월세를 끼고 나오곤 한다”고 전했다.
서초동에선 42년차 진흥 아파트 전용 131㎡에서 지난달 반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보증금 4억원에 월세는 95만원이다. 이 단지의 전세가격은 올 초까지만해도 6억원대 중반선에서 7억원대에 형성돼있었다. 하지만 최근 가격이 8억원까지 뛰면서 반전세 매물도 늘었다. 전세가격 상승률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1% 올라 43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강동구(0.22%), 강남·송파구(0.16%), 서초구(0.15%) 등 강남4구 지역에서 전셋값이 많이 뛰면서 서울 전세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내 전세시장은 이미 ‘공급자 우위’로 굳혀지는 분위기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7월 첫째주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73.3으로 집계됐다. 이 지표는 0~200 범위에서 산출되는데 기준점인 100을 초과할수록 ‘공급부족’이 심하다는 의미다. 지난해 3월 첫째주(94.5) 이후 100을 넘어섰고 이후 66주간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
'강남 주택 세습화' 매물 고임 현상
집주인은 종부세 인상분 적용 시점이 내년 6월인 데다가, 지금은 이사철이 한참 지난 여름 비수기다보니 전월세를 올리면서 관망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집을 팔기 보다는 전월세로 세금 인상 압박을 견디겠다는 분위기다. 매도를 고려치 않는 이유는 세금 부담보다 집값 상승 가치가 더 클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서울 마포와 송파에 각각 아파트를 보유한 박모 씨(54)는 “재산세나 종부세가 아무리 올라도 집값이 폭등하는 것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라며 “매매 시세 변동이 일주일씩이 아니라 하루 단위로 움직이고 있고 전셋값도 받쳐주고 있어 세금을 어떻게 내야할 지에 대한 고민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강남구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종부세가 오른 만큼 거래세도 늘어나다보니, 가지고 있으나 집을 파나 세 부담은 다 있다”며 “다들 전셋값을 올리거나 반전세를 놓고 버티자는 분위기”라고 했다.
‘다주택자 세부담 강화’로 시장에 매물이 풀릴 것이라던 정부 의도와는 다르게 시장은 ‘강남 주택 세습화’로 오히려 매물 잠김 현상이 견고해지는 양상이다. 부담은 세입자들만 떠안게 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방배동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유모 씨(46)는 “재계약을 석달 정도 남겨두고 있는데 최근 집주인이 연락을 해 집을 반전세로 돌리겠다고 했다”며 “80만원씩 월세를 더 주거나 집을 비워달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정부는 종부세 인상으로 전세금이 더 폭등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가능성이 낮다”고 일축하는 중이다. 정부는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을 기존 계약에도 적용해 임차인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선 임대차 3법 도입 추진으로 다주택자들이 늘어난 세금 부담을 전셋값을 일시에 올리는 방식으로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크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