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풀린다"…내곡·세곡동 단숨에 2억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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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떠보기식 후보지 흘리기…시장 불안
軍골프장 있는 태릉주변 아파트값 '들썩'
갈매지구 1억 올라
은평뉴타운 인근, 기획부동산이
벌써 땅 매입해 쪼개 팔고 있어
軍골프장 있는 태릉주변 아파트값 '들썩'
갈매지구 1억 올라
은평뉴타운 인근, 기획부동산이
벌써 땅 매입해 쪼개 팔고 있어
주택 공급 확대에 나선 정부가 서울 그린벨트 해제 방침을 거듭 밝히자 개발 대상으로 거론되는 지역 부동산이 들썩이고 있다. 최종 확정되지 않은 후보지역이 당정 고위 관계자 입을 통해 미리 나오면서 부동산 가격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로 거론되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의 아파트 가격이 최근 1억~2억원 급등했다. 지난 14~15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국토교통부가 잇달아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부터 발 빠른 투자자들이 몰려들어서다. 내곡동 서초포레스타2단지 전용면적 84㎡는 5일 13억4000만원에 매매됐으나 현재 호가는 2억원 이상 뛴 15억5000만원에 달한다. 세곡동 강남LH1단지 전용 59㎡도 한 달 전보다 1억원이 넘게 올라 12억원대를 호가한다. 세곡동 대로변 땅은 올해 초만 해도 3.3㎡당 1000만원대 초반에 거래됐지만 현재는 1400만원에 나와 있다. 내곡동 일대 토지주들은 매물로 내놨던 논밭을 거둬들였다. 내곡동 K공인 관계자는 “개발 수혜지역 땅을 사달라는 문의가 많지만 땅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어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개발 후보지로 거론되는 그린벨트는 내곡동 가구단지 일대, 세곡동 자동차면허시험장 주변, 강남구 수서역 인근, 양재동 식유촌마을과 송동마을 등이다.
군골프장이 있는 태릉 인근 아파트값도 들썩이고 있다. 태릉골프장 인근 경기 구리시 갈매지구 갈매역아이파크 전용 84㎡는 최근 1주일 새 7억5000만원에서 8억2000만원으로 호가가 상승했다. 주변 군부대가 개발 대상지로 거론되는 은평뉴타운 인근에서는 벌써 기획부동산이 땅을 매입해 쪼개 팔고 있다. 택지 개발 후보군 가운데 군 시설은 성남·88·뉴서울·태릉골프장과 내곡동 예비군훈련장, 은평뉴타운 인근 군부대 등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택지 개발 계획은 발표 전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야 하고, 계획 발표와 함께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투기를 차단해야 한다”며 “당정 관계자들이 떠보기식으로 후보지를 흘리고 다니는 탓에 부동산시장이 더 불안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강남 그린벨트 주변은 집도 안보고 계약"…땅값 뛰어도 부르는 게 값
“전화 몇 통 주고받는 사이에도 집주인들이 호가를 수천만원씩 올려요. 매수자들도 급한 마음에 집도 안 보고 계약금을 넣습니다.”
17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일대의 중개업소. 주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가 해제 후보지로 거론되자 이 지역 아파트 매수를 문의하는 전화가 몰렸다. 아침부터 집을 보러 오는 매수자들의 발걸음도 줄을 이었다. 내곡동 J공인 대표는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로 인근 구축 아파트 매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며칠 새 호가가 1억~2억원씩 뛰고 있다”고 말했다. 주변 그린벨트 땅값도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만 믿고 샀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곡동 내 가구단지 일대와 예비군훈련장 등이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인근 아파트값도 들썩이고 있다. 이들 지역은 2012년 보금자리주택지구를 조성한 뒤 남은 부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내곡동 ‘서초더샵포레’ 전용면적 59㎡는 지난달 말 10억9300만원에 거래됐다가 현재는 매매가 12억원대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 기대로 호가가 1억원 넘게 뛰었다. 내곡동 D공인 대표는 “주변에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면 일대 인프라가 발달할 것으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세곡동과 수서역 일대도 비슷한 분위기다. 세곡동에서는 복정역 인근과 자동차면허시험장 주변의 그린벨트가 해제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집주인들이 시세 상승에 대한 기대로 매물을 거둬들여 단지별로 거래 가능한 매물이 한두 개뿐이었다. 세곡동 ‘강남LH1단지’에선 총 809가구 중 시장에 나온 매물이 단 한 건(전용 59㎡)이다. 지난달 17일 10억9000만원에 손바뀜한 주택형이 현재 호가가 12억원대다. 세곡동 K공인 대표는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이 들려오자 집주인이 계약하는 자리에서 2000만원을 높였는데도 계약이 성사됐다”고 말했다.
그린벨트 내 땅값도 올랐다. 세곡동의 한 대로변 부지는 올해 초만 해도 3.3㎡당 1000만원대 초반에 거래됐으나 현재 호가가 1400만원 수준이다. 3.3㎡당 시세가 300만~400만원 선인 내곡동의 한 농지의 경우 땅 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였다.
군 시설 부지에 택지를 조성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면서 태릉과 위례의 군골프장 인근도 들썩이고 있다. 국방부 소유의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은 149만6979㎡ 규모로 바로 옆 태릉선수촌 터까지 합치면 250만㎡에 이른다. 아파트 2만 가구 이상을 공급할 수 있다. 성남 위례 군골프장 인근 ‘위례 그린파크 푸르지오’ 전용 101㎡는 이달 3일 12억9500만원에 거래된 뒤 현재 호가는 14억원으로 뛴 상태다.
전문가들은 그린벨트 개발 호재를 좇아 투자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불확실한 정보를 믿고 땅을 사면 향후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구 지정과 토지보상 등 그린벨트 해제 및 개발까지 최소 5년 넘게 걸려 공급 효과가 작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재건축·재개발 규제 등 다각적인 공급 확대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연수/장현주/배정철 기자 sys@hankyung.com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로 거론되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의 아파트 가격이 최근 1억~2억원 급등했다. 지난 14~15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국토교통부가 잇달아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부터 발 빠른 투자자들이 몰려들어서다. 내곡동 서초포레스타2단지 전용면적 84㎡는 5일 13억4000만원에 매매됐으나 현재 호가는 2억원 이상 뛴 15억5000만원에 달한다. 세곡동 강남LH1단지 전용 59㎡도 한 달 전보다 1억원이 넘게 올라 12억원대를 호가한다. 세곡동 대로변 땅은 올해 초만 해도 3.3㎡당 1000만원대 초반에 거래됐지만 현재는 1400만원에 나와 있다. 내곡동 일대 토지주들은 매물로 내놨던 논밭을 거둬들였다. 내곡동 K공인 관계자는 “개발 수혜지역 땅을 사달라는 문의가 많지만 땅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어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개발 후보지로 거론되는 그린벨트는 내곡동 가구단지 일대, 세곡동 자동차면허시험장 주변, 강남구 수서역 인근, 양재동 식유촌마을과 송동마을 등이다.
군골프장이 있는 태릉 인근 아파트값도 들썩이고 있다. 태릉골프장 인근 경기 구리시 갈매지구 갈매역아이파크 전용 84㎡는 최근 1주일 새 7억5000만원에서 8억2000만원으로 호가가 상승했다. 주변 군부대가 개발 대상지로 거론되는 은평뉴타운 인근에서는 벌써 기획부동산이 땅을 매입해 쪼개 팔고 있다. 택지 개발 후보군 가운데 군 시설은 성남·88·뉴서울·태릉골프장과 내곡동 예비군훈련장, 은평뉴타운 인근 군부대 등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택지 개발 계획은 발표 전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야 하고, 계획 발표와 함께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투기를 차단해야 한다”며 “당정 관계자들이 떠보기식으로 후보지를 흘리고 다니는 탓에 부동산시장이 더 불안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남 그린벨트 주변은 집도 안보고 계약"…땅값 뛰어도 부르는 게 값
개발 후보지 말뿐인데…집값 단숨에 1억~2억 '껑충'
“전화 몇 통 주고받는 사이에도 집주인들이 호가를 수천만원씩 올려요. 매수자들도 급한 마음에 집도 안 보고 계약금을 넣습니다.”17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일대의 중개업소. 주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가 해제 후보지로 거론되자 이 지역 아파트 매수를 문의하는 전화가 몰렸다. 아침부터 집을 보러 오는 매수자들의 발걸음도 줄을 이었다. 내곡동 J공인 대표는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로 인근 구축 아파트 매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며칠 새 호가가 1억~2억원씩 뛰고 있다”고 말했다. 주변 그린벨트 땅값도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만 믿고 샀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계약 직전 2000만원 올려도 거래”
최근 당정이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서울의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한다는 소식에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 수서역 일대 등 강남권 그린벨트 인근 중개업소로 발 빠른 투자자가 몰려가고 있다.내곡동 내 가구단지 일대와 예비군훈련장 등이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인근 아파트값도 들썩이고 있다. 이들 지역은 2012년 보금자리주택지구를 조성한 뒤 남은 부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내곡동 ‘서초더샵포레’ 전용면적 59㎡는 지난달 말 10억9300만원에 거래됐다가 현재는 매매가 12억원대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 기대로 호가가 1억원 넘게 뛰었다. 내곡동 D공인 대표는 “주변에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면 일대 인프라가 발달할 것으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세곡동과 수서역 일대도 비슷한 분위기다. 세곡동에서는 복정역 인근과 자동차면허시험장 주변의 그린벨트가 해제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집주인들이 시세 상승에 대한 기대로 매물을 거둬들여 단지별로 거래 가능한 매물이 한두 개뿐이었다. 세곡동 ‘강남LH1단지’에선 총 809가구 중 시장에 나온 매물이 단 한 건(전용 59㎡)이다. 지난달 17일 10억9000만원에 손바뀜한 주택형이 현재 호가가 12억원대다. 세곡동 K공인 대표는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이 들려오자 집주인이 계약하는 자리에서 2000만원을 높였는데도 계약이 성사됐다”고 말했다.
그린벨트 내 땅값도 올랐다. 세곡동의 한 대로변 부지는 올해 초만 해도 3.3㎡당 1000만원대 초반에 거래됐으나 현재 호가가 1400만원 수준이다. 3.3㎡당 시세가 300만~400만원 선인 내곡동의 한 농지의 경우 땅 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였다.
전문가들 “투자 주의”
지하철 3호선 지축역 은평뉴타운 인근의 북한산 국립공원 자연녹지 일대는 벌써 기획부동산이 토지를 매입해 일반인에게 분양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기획부동산 2~3개 업체가 그린벨트 해제 소식을 듣고 개인 소유의 토지를 전부 매입한 뒤 토지 지분을 쪼개 투자자에게 팔고 있다.군 시설 부지에 택지를 조성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면서 태릉과 위례의 군골프장 인근도 들썩이고 있다. 국방부 소유의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은 149만6979㎡ 규모로 바로 옆 태릉선수촌 터까지 합치면 250만㎡에 이른다. 아파트 2만 가구 이상을 공급할 수 있다. 성남 위례 군골프장 인근 ‘위례 그린파크 푸르지오’ 전용 101㎡는 이달 3일 12억9500만원에 거래된 뒤 현재 호가는 14억원으로 뛴 상태다.
전문가들은 그린벨트 개발 호재를 좇아 투자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불확실한 정보를 믿고 땅을 사면 향후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구 지정과 토지보상 등 그린벨트 해제 및 개발까지 최소 5년 넘게 걸려 공급 효과가 작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재건축·재개발 규제 등 다각적인 공급 확대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연수/장현주/배정철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