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거래분석원', 부모가 자녀 전세 얻어준 것도 단속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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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사실상의 부동산시장 감독기구 설립을 공식화했다. 이상·불법 거래를 근절해 과열된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한 조치로 부동산거래분석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기관명에 '감독'이라는 단어를 빼고 "감독기구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조직이 개인의 거래를 좀 더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게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전세자금을 일부 융통해주는 등 관행적으로 묵인되던 거래행위까지 단속하면 사회적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금융정보분석원과 자본시장조사단을 참고해 부동산거래분석원을 만들겠다고 했다. 금융정보분석원은 1000만원 이상의 모든 금융거래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자본시장조사단은 주가조작과 내부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등을 규제한다.
현재 대응반은 9억원이 넘는 주택 거래를 들여다보고 있다. 감독기구에서도 이같은 기준을 준용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원을 넘은 것을 고려하면 서울의 절반 이상의 아파트 거래를 정부가 면밀히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상적인 거래행위를 모두 점검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 거래행위를 감독하고 필요에 따라 지휘까지 하는 금융감독원과는 권한과 규모에서 모두 축소된 형태가 될 것"이라며 "감독기구가 설립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이 부동산 거래행위 중 어디까지를 정상으로 판단할지도 관건이다. 원칙적으로는 부모가 자녀에게 전세자금을 융통해주는 행위도 '이상거래' 행위로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 증여세 포탈 혐의를 씌울 수 있어서다. 현재 증여세 면제는 성년 자녀는 5000만원, 미성년 자녀는 2000만원까지만 가능하다. 분석원이 전세 거래에도 자금조달계획서를 내도록 하면 이같은 자금흐름이 금방 드러나 처벌될 수 있다.
정부는 우선 임대사업자의 공적의무 위반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주택 임대사업자가 보유중인 등록임대주택의 임대의무기간 준수, 임대료 증액제한(5%이내), 임대차계약 신고 등을 확인한다. 홍 부총리는 "공적의무를 위반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 등록말소 및 세제혜택 환수 등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거래와 관련해 정부는 세금, 대출, 실거래가 여부, 임대차 거래 현황 등을 이미 모니터링하고 있다. 세금은 국세청이, 대출은 금융감독원이 담당하면서 이상거래 여부와 불법 행위 등을 단속할 수 있다. 여기에 자금 흐름 전반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금융정보분석원이 국세청에 이상 부동산 거래를 조사토록 요청할 수도 있다. 한국감정원에서는 부동산거래질서교란행위 신고센터를 운영하며 문제가 있는 부동산 거래를 단속하고 있다. 청약 전반도 감정원이 책임진다. 불법 전매 등은 지방자치단체가 이미 규제를 하고 있다.
부동산 매매가격과 전월세 등은 다양한 제도와 장치로 파악이 가능하다. 매매가격은 기본적으로 등기부등본에 명시돼 법원에 등록된다. 전세가액은 동사무소에 확정일자를 받는 과정에서 드러나며, 파악이 가장 어려운 월세조차도 세입자의 월세 세액공제 신청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이같은 감시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감독 기구를 새롭게 설치한다는 것은 직접 개입 등 이보다 더 심한 규제를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부동산 시장도 결국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수급 상황에 따른 시장 균형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공급을 늘리고 있고, 투기수요를 잡아내면 경제학원론에 나오는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진단이다.
한국경제학회가 지난달 18~24일 학회의 경제토론 패널에 소속된 경제학자 중 37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이번 조사에서 ‘수도권 주택가격의 폭등이 재건축 억제로 공급이 부족한 가운데 양도소득세 중과 등으로 매물이 감소한 탓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답변자 76%가 동의했다. ‘강하게 동의한다’고 응답한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도권 선호지역에 공급이 줄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며 “수요·공급의 경제원칙을 반영하지 않고 가격을 통제하는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에 어려움을 가중시켰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의 진단과는 정 반대의 상황해석이다.
주택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한 정책으로 78%가 ‘공급대책’을 꼽았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건축·재개발을 적극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강화대책’을 거론한 응답자는 11%에 불과했고 ‘대출규제’를 꼽은 경제학자는 한 명도 없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정부는 기관명에 '감독'이라는 단어를 빼고 "감독기구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조직이 개인의 거래를 좀 더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게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전세자금을 일부 융통해주는 등 관행적으로 묵인되던 거래행위까지 단속하면 사회적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부모의 전세자금 융통도 이상거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제5차 부동산 시장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부동산시장 교란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불법행위 대응반을 '부동산거래분석원'으로 확대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13명 규모인 대응반을 확대해 개인의 거래를 더 집중적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명칭에서 '감독'이라는 단어는 빠졌지만 사실상 거대한 부동산 감독기구가 생긴다는 것으로 파악된다.정부는 금융정보분석원과 자본시장조사단을 참고해 부동산거래분석원을 만들겠다고 했다. 금융정보분석원은 1000만원 이상의 모든 금융거래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자본시장조사단은 주가조작과 내부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등을 규제한다.
현재 대응반은 9억원이 넘는 주택 거래를 들여다보고 있다. 감독기구에서도 이같은 기준을 준용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원을 넘은 것을 고려하면 서울의 절반 이상의 아파트 거래를 정부가 면밀히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상적인 거래행위를 모두 점검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 거래행위를 감독하고 필요에 따라 지휘까지 하는 금융감독원과는 권한과 규모에서 모두 축소된 형태가 될 것"이라며 "감독기구가 설립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이 부동산 거래행위 중 어디까지를 정상으로 판단할지도 관건이다. 원칙적으로는 부모가 자녀에게 전세자금을 융통해주는 행위도 '이상거래' 행위로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 증여세 포탈 혐의를 씌울 수 있어서다. 현재 증여세 면제는 성년 자녀는 5000만원, 미성년 자녀는 2000만원까지만 가능하다. 분석원이 전세 거래에도 자금조달계획서를 내도록 하면 이같은 자금흐름이 금방 드러나 처벌될 수 있다.
정부는 우선 임대사업자의 공적의무 위반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주택 임대사업자가 보유중인 등록임대주택의 임대의무기간 준수, 임대료 증액제한(5%이내), 임대차계약 신고 등을 확인한다. 홍 부총리는 "공적의무를 위반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 등록말소 및 세제혜택 환수 등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감독하고 있지 않은가
전문가들이 부동산시장 감독기구의 등장을 우려하는 것은 부동산 시장의 불법행위를 근절해야한다거나, 가격을 안정시켜야한다는 목표에 동의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단지, 해법이 틀렸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많은 감시기능이 이미 존재하고 있으며, 감독기구가 기존의 규제 수준으로 작동하는 한 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극히 적을 것이란 지적이다.부동산 거래와 관련해 정부는 세금, 대출, 실거래가 여부, 임대차 거래 현황 등을 이미 모니터링하고 있다. 세금은 국세청이, 대출은 금융감독원이 담당하면서 이상거래 여부와 불법 행위 등을 단속할 수 있다. 여기에 자금 흐름 전반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금융정보분석원이 국세청에 이상 부동산 거래를 조사토록 요청할 수도 있다. 한국감정원에서는 부동산거래질서교란행위 신고센터를 운영하며 문제가 있는 부동산 거래를 단속하고 있다. 청약 전반도 감정원이 책임진다. 불법 전매 등은 지방자치단체가 이미 규제를 하고 있다.
부동산 매매가격과 전월세 등은 다양한 제도와 장치로 파악이 가능하다. 매매가격은 기본적으로 등기부등본에 명시돼 법원에 등록된다. 전세가액은 동사무소에 확정일자를 받는 과정에서 드러나며, 파악이 가장 어려운 월세조차도 세입자의 월세 세액공제 신청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이같은 감시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감독 기구를 새롭게 설치한다는 것은 직접 개입 등 이보다 더 심한 규제를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요·공급 이론따라 가격 안정될 거라는 정부, 경제학자들은 "말도 안돼"
더 큰 문제는 정부의 문제해결 방식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의 가격 상승 원인을 '불법'과 '투기'로 규정하고 이를 징벌하면 해결이 된다는 식이어서다. 반면, 근본적인 문제인 공급 확대에 대해선 현실과 동떨어진 해석만 내놓고 있다.홍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부동산 시장도 결국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수급 상황에 따른 시장 균형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공급을 늘리고 있고, 투기수요를 잡아내면 경제학원론에 나오는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진단이다.
한국경제학회가 지난달 18~24일 학회의 경제토론 패널에 소속된 경제학자 중 37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이번 조사에서 ‘수도권 주택가격의 폭등이 재건축 억제로 공급이 부족한 가운데 양도소득세 중과 등으로 매물이 감소한 탓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답변자 76%가 동의했다. ‘강하게 동의한다’고 응답한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도권 선호지역에 공급이 줄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며 “수요·공급의 경제원칙을 반영하지 않고 가격을 통제하는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에 어려움을 가중시켰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의 진단과는 정 반대의 상황해석이다.
주택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한 정책으로 78%가 ‘공급대책’을 꼽았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건축·재개발을 적극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강화대책’을 거론한 응답자는 11%에 불과했고 ‘대출규제’를 꼽은 경제학자는 한 명도 없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