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의 한 모델하우스에 관람객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주의 한 모델하우스에 관람객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스1)
경기도 비규제지역인 파주와 여주, 양평 등에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과거 공급되는 아파트마다 미분양이 발생했던 지역이었다. 하지만 6·17대책 이후 비규제지역으로 남게 되면서 집값이 오르고 미분양도 사라졌다. 준 신축 아파트값이 신고가를 연일 기록하면서 새로 공급되는 아파트는 '로또'가 됐다.

이들 지역은 서울을 중심으로 고양시나 성남시, 하남시 등보다 더 외곽인 도시들이다. 서울 집값의 영향력이 미약했던 지역이었다. 최근 수도권 전역에서 전셋값이 상승하면서 이들 지역은 조명을 받고 있다. 규제를 덜받고 내 집 마련을 하겠다는 수요자들이 몰린 탓이다. 직접 거주는 하지 않더라도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세대주가 아니어도 1순위 대상이고 추첨으로도 당첨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전셋값 폭등으로 서울의 전세난민들이 주변 도시로 이동하고, 기존의 경기도 상급지에 있던 세입자들은 또다시 외곽으로 밀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파주 운정신도시 3지구에서 분양 예정인 '운정신도시 제일풍경채 그랑퍼스트'의 홈페이지에는 누적 방문자수가 25만명이 넘었다. 이 단지는 전용면적 59~84㎡의 1926가구 대단지다. 분양가가 (최고가 기준) 전용 59㎡는 3억2360만원이고, 84㎡는 4억3070만원이다. 비규제지역이지만,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기존에 공급됐던 아파트와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주변 시세 오른 탓에…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로또'돼

운정신도시에서는 6·17대책 이후 아파트마다 신고가가 쏟아지면서 '운정신도시 제일풍경채 그랑퍼스트'는 로또 아파트가 되고 있다. 목동동 힐스테리트 운정(2998가구)의 전용 59㎡는 이달들어 5억1500만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와 비교하면 2억 가까이 차이가 나는 셈이다. 목동동 '운정신도시센트럴푸르지오'(1956가구) 전용 84㎡는 지난 25일 7억6000만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파주 내에 전용 84㎡ 거래가로도 최고수준이다. 분양가와는 3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파주시는 비규제지역으로 무주택자의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을 최대 70%까지 적용 받을 수 있다. 1주택 이상을 소유한 사람도 청약 1순위 자격이 부여되고, 기존 주택 당첨 여부 및 세대주 여부와 관계없이 청약이 가능하다. 전용 85㎡ 이하 분양물량의 60%를 추첨제로 공급한다. 입주 전에 분양권도 전매할 수 있다. 대단지다보니 시공기간이 길어져 입주가 2024년 1월 예정이다. 비규제 택지지구의 전매제한 기간(3년) 이후에 소유권 등기가 이뤄진다.
전세 품귀와 전셋값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에 매물 정보란이 아예 비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세 품귀와 전셋값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에 매물 정보란이 아예 비어있다. (사진=연합뉴스)
분양 관계자는 "운정신도시에서는 미분양이 늘 골칫거리였고, 3지구는 이제 조성되는 단계다보니 걱정이 많았다"면서도 "막상 분양 일정을 시작하니 파주는 물론 서울, 고양시와 김포에서도 전화가 오고 있다"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마찬가지로 비규제지역인 김포시에서는 최근 신축 아파트의 시세가 6억원(전용 84㎡) 이상으로 뛰었다. 그러나 분양이 없다보니 파주로 이동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판교신도시까지 연결되는 경강선이 지나는 여주시도 분양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여주시는 역세권 중심으로 택지지구가 개발되거나 지역주택조합을 중심으로 아파트가 주로 공급됐다. 경기도청에 따르면 여주시의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 1월만 하더라도 115가구였지만, 8월 현재 5가구로 줄었다.

경기도 전세난민들, 내 집 찾아 여주로 양평으로…

여주시 교동의 A공인중개사는 "판교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이 분당이나 판교는 워낙 비싸다보니 광주시에서 전세나 자가로 사는 경우들이 많았다"며 "이제는 여주까지 집을 알아보러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분양권 매매도 비교적 활발히 되고 있다. 내년 12월 준공 예정인 '여주역푸르지오클라테르'(551가구)의 경우 전용 84㎡의 분양권에 최대 7000만원까지 웃돈이 붙었다.

경의중앙선 양평역이 있는 양평군 주변에서는 올해 아파트 공급이 한창이다. 대부분 미분양을 기록했지만, 현지에서는 계약이 꾸준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B건설사 분양 관계자는 "집을 가지고 있어야 작게나마라도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심리가 있는 것 같다"며 "양평이 과거에는 세컨드 하우스로 집을 찾던 곳이었다면, 이제는 내 집 마련의 대안으로 생각하는 지역이 됐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 전문가는 "경기도 외곽도시들은 전셋값이 수년간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세입자들도 분양에 큰 관심이 없었다"며 "집값이 너무 올라서 매입은 어렵고 최근 전셋값까지 요동치면서 '어떻게든 집을 장만하자'는 수요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