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신공항 백지화 발표 이후 가덕도 신공항 추진 기대로 집값이 뛰고 있는 경남 창원시 의창구의 한 아파트 단지.  /한경DB
김해신공항 백지화 발표 이후 가덕도 신공항 추진 기대로 집값이 뛰고 있는 경남 창원시 의창구의 한 아파트 단지. /한경DB
“김해신공항 건설 사업 백지화 발표가 나오자 가덕도와 가까운 경남 창원에 살 만한 아파트나 토지가 있는지 묻는 전화가 쏟아지고 있습니다.”(창원시 용지동의 한 공인중개사)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신공항 건설이 무산되면서 경남 거제·창원 일대 부동산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여당을 중심으로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건립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방침이 굳어졌기 때문이다. 거제시 상동 A공인 관계자는 “이번 주말 서울, 세종 등에서 거제 ‘임장(현지답사)’을 예약한 외지인 투자자만 벌써 다섯 팀을 넘었다”고 말했다.

거제·창원 매수 문의 급증

18일 법원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거제의 토지(대지, 임야, 전답 등 포함) 낙찰률(경매 건수 대비 낙찰 비율)과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지난달 모두 전달 대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거제의 토지 낙찰률은 30.38%를 기록했다.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치다. 토지 낙찰가율도 60.67%로 집계됐다. 지난 8월 49.92%와 9월 56.94%에 이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가덕도 신공항 인근 거제·창원 부동산 '들썩'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높을수록 해당 지역의 경매 열기가 뜨겁다는 뜻이다. 지난달부터 가덕도 신공항이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매수세가 몰렸다. 거제시 상동 K공인 관계자는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 발표 이전부터 가덕도 신공항 건립이 재추진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며 “배후 수요를 누릴 수 있는 거제, 창원 등을 중심으로 땅과 아파트를 사겠다는 문의가 급증했다”고 했다.

거제 아파트 매수세도 커지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2022년 입주 예정인 고현동 ‘e편한세상유로아일랜드’ 전용 84㎡ 분양권은 현재 4억원대에서 실거래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3억5000만원대에서 거래된 주택형이다. 이 단지 분양권 거래도 지난달 3건에 그쳤지만 이달 들어서는 벌써 7건에 달한다. 고현동 B공인 관계자는 “남부내륙고속철도(서부경남KTX) 착공 소식에 가덕도 신공항 호재까지 더해졌다”며 “재건축을 추진 중인 고현동 ‘고현주공’ 등 인기 단지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업체들의 잇단 수주 소식으로 집값이 꿈틀대기 시작한 창원도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창원시 용지동 ‘용지더샵레이크파크’ 전용 59㎡는 지난 3일 7억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현재 호가는 7억8000만원까지 올랐다. 용지동 H공인 관계자는 “가덕도 신공항까지 건설되면 그동안 조선업 침체로 하락세에 빠졌던 창원 주택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했다.

김해공항 일대는 아직 ‘잠잠’

김해공항 인근 중개업소들은 “백지화 결정이 났지만 부산 강서구 명지동 등 일대 부동산시장은 아직 잠잠한 편”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근 부산 지역의 집값 상승 열기가 뜨거운 데다 비행기 소음 등 공항 건립에 따른 부작용이 사라질 수 있다는 기대도 있기 때문이다.

명지동 ‘부산명지 중흥S-클래스 에듀오션’ 전용 84㎡는 지난 7일 4억8500만원 신고가에 거래를 마쳤다. 명지동 M공인 관계자는 “김해신공항은 기존 공항을 확장하는 것이어서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크지 않았다”며 “오히려 소음 문제를 우려해 이사를 고민하는 주민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가덕도 부동산에도 문의가 쏟아지고 있지만 실제 거래로는 많이 이어지지 않고 있다. 해안 지역의 집을 지을 수 있는 대지는 3.3㎡당 250만~300만원 정도인 것도 있지만, 수용 가능성이 있어 조심하는 분위기다. 가덕도 H공인 대표는 “신공항 추진 소식을 듣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기 전에 매수하려는 수요가 많지만 싼값에 수용될 수 있어 거래 자체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가덕도 신공항이 확정되더라도 건립까지는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특히 공항 인근 지역은 소음이나 건물 높이 제한 등으로 토지 활용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