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압구정, 대치동 등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민간 재건축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자 규제 완화 기대가 커지고 있어서다. 안정세로 접어드는 듯하던 서울 집값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로 준공 50년차인 여의도 시범아파트 전용 156㎡가 최근 신고가인 29억8000만원에 매매됐다.

지난 2월 10일 27억8000만원에 거래됐던 것이 한 달 반 만에 2억원이 뛰면서 ‘30억원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게 됐다. 이 아파트 전용 79㎡도 지난달 18억2000만원에 최고가를 새로 썼다. 2월 18억500만원에 팔린 주택형이다.

1971년 지어진 시범아파트는 규제에 발목이 잡힌 대표적인 단지다. 2017년 5월 안전진단에서 재건축 추진이 가능한 D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2018년 8월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를 통으로 개발하겠다”며 마스터플랜 발표를 예고한 뒤 사업이 기약 없이 멈췄다. 서울시는 지구단위계획격인 마스터플랜이 먼저 나와야 한다며 정비계획을 승인해주지 않고 있다.

압구정동 현대7차 전용 245㎡는 지난 5일 80억원에 거래됐다. 초대형이지만 ‘3.3㎡당 1억원’을 찍으면서 압구정 아파트 거래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신현대9·11·12차로 이뤄진 압구정2구역이 12일 조합설립인가를 받는 등 이 일대 재건축은 속도를 내고 있다.

대부분의 단지가 안전진단 절차를 밟고 있는 목동과 상계동에서도 신고가가 터지고 있다. 50층 재건축을 추진하던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에서는 35층 층수 규제(35층룰)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규제를 풀면 당장은 가격이 오르겠지만 결국 공급이 늘어난다는 신호가 돼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신연수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