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여, 하루라도 빨리 집부터 사라"…'빠숑'의 경고 [강영연의 인터뷰집]
"나에게 집은 무엇일까" '인터뷰 집'은 이런 의문에서 시작했습니다.

투자 가치를 가지는 상품, 내가 살아가는 공간. 그 사이 어디쯤에서 헤매고 있을 집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오를만한 아파트를 사는 것이 나쁜 건 아닙니다. 그것으로 돈을 버는 것도 죄악은 아니겠죠. 하지만 누구나 추구해야하는 절대선도 아닐 겁니다.

기사를 통해 어떤 정답을 제시하려는 게 아닙니다. 누가 옳다 그르다 판단할 생각도 없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각자가 원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나누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집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인터뷰는 나이, 직업, 학력, 지역 등에서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려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말씀하시고 싶은 분, 내 주변에 사람을 추천해주시고 싶으시다면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직접 찾아가 만나겠습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7일 한국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오른 것은 '공급 부족'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실거주 요건 강화,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임대차 신고제) 도입 등으로 시장의 거래 자체가 막힌 것이 가격 상승을 부채질 했다고 분석했다.

젊은이들에게는 하루라도 빨리 내집을 마련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안정적인 주거가 있는 상황에서 투자를 해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내집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부터 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했다.

◆"서울 집값, 떨어질 이유 없다"

빠숑이라는 필명으로 더 유명한 김 소장은 한국 부동산이 다른 나라에 비해 급격히 오른 것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의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지만 매칭은 별개 문제라는게 그의 생각이다. 예를 들어 3채의 집과 3명의 사람이 있다고 하자. 3명이 각각 A, B, C 집을 하나씩 가지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3명이 모두 A라는 집을 원하고 기다리고 있다면 A집의 가격은 오를수 밖에 없다. 반면 아무도 원하지 않는 B, C집은 가격이 떨어진다. 김 소장은 "집이 남아 돌아도 오르는 집은 오를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주택보급율을 근거로 공급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이번 정부는 2017년 집이 충분하다고 선언하고 물리적으로 공급을 하지 않았다"며 "공급을 안 하니까 가격이 오르고, 지금이 아니면 영영 못 살 수 있다는 불안감에 집을 사면서 가격이 더욱 오르는 악순환에 빠져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임대차 3법, 실거주 요건 강화 등의 정책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고 김 소장은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그냥 시장을 내버려뒀다면 2019년과 2020년에 부동산 시장은 하락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서울에 연평균 3만5000세대의 신규물량이 공급되는데, 2019년과 2020년에는 각각 4만5000세대, 5만세대가 공급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 정책으로 인해 시장에 매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는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고, 임대차 3법 등이 도입되면서 전세, 매매 양쪽에서 거래가 모두 막혔다"며 "사실상 시장이 멈추고, 서울로 못 들어 오는 사람들이 경기도, 인천으로 몰리며 그 지역까지 집 값까지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지역 집 값은 떨어지기 힘들것이라고 했다. 그는 "올해 공급 물량은 2만5000세대로 작년을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내년은 2만세대도 안 된다"며 "서울 집 값은 떨어질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실수요자를 투기로 모는 정부

그는 2016년 이후 서울 부동산 시장에 투기세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모두 실거주 목적의 실수요자라는 것이다. 그는 "투기는 집에 살 의향이 없고, 매매를 통해 시세차익만 얻으려는 것"이라며 "시장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해지면서 사실상 이것은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2013년에서 2015년 정도에 갭투자 광풍이 불었지만 지금은 매매가가 전세가 보다 크게 올라 갭투자가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매수자 대부분이 실거주 목적이기 때문에 시장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도 진단했다. 김 소장은 "투기 수요는 비싸면 안 사지만 실수요는 비싸도 산다"며 "실수요마저 줄이려고 자꾸 '투기'라는 누명을 씌우는데, 무조건 투기 세력으로만 보는 프레임을 바꿔야한다"고 조언했다.

2030세대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로 집을 사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집의 주 매수층은 여전히 4050세대입니다. 다만 규제 등으로 살 수도 팔 수도 없게 되면서 묶여있는 경우가 많죠. 이런 가운데 2030세대 중 여유가 있는 일부가 집을 사면서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영끌도 불가능해 능력있는 소수만 집을 살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가 40%에 불과한데 그게 영끌이라고 할 수 있냐"며 "결국 60%의 현금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인데 그건 능력이 되는 사람이 많은 것"이라고 했다.

젊은이들에게는 하루라도 빨리 내집을 마련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안정적인 주거가 있는 상황에서 투자를 해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내 집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부터 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했다. 특히 월세는 살지 말라고 했다. 그는 "자가가 제일 좋지만 그게 안 되면 전세에 사는게 좋다"며 "아까운 월세를 내고 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집 값 안정화를 위해서는 집이 남아돌 때까지 집을 지어줘야한다고 했다. 그는 "국토교통부가 할 일은 규제를 만드는게 아니라 국토를 효율적으로 개발하는 것"이라며 "수요가 많은 지역에 집이 남아돌 때까지 공급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 놀고 있는 땅부터 활용해 빠르게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용산 정비창 부지만 해도 10년째 나대지로 두고 놀리고 있다"며 "서부면허시험장, 도봉운전면혀시험장, 용산 캠프킴 부지 등 공공에서 활용할 수 있는 부지부터 일단 시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10년 안에 강남포화, 강북 재조명 될 것

그는 살고 싶은 집으로 아파트라고 했다. 아파트의 가장 큰 장점은 보안을 꼽았다. 김 소장은 "여성과 어린이들은 경비원 아저씨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 계시고 안계신 것에 큰 차이를 느낀다"며 "아내와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이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외에 쓰레기 처리, 재활용 분리수거, 주차장 등 부대시설도 아파트는 편리해 좋다고 했다.

그는 결혼 후 처음으로 아파트에 살았다. 그 전까지는 다세대 주택에서 평생을 살아왔다. 그때산 1기 신도시 아파트가 자신의 인생을 바꾸었다고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출을 받았고, 그 돈으로 집을 샀습니다. 대출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했는데 그때부터 생각이 달라졌어요. 또 3년을 살다 이사했는데, 집 값이 두배로 올랐습니다. 월급을 모아서는 힘들었을 겁니다. 그때 돈을 벌었기 때문에 서울로 이사도 오고, 시작할 수 있었죠."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서울 용산에 있다. 산을 좋아하는 김 소장과 한강을 좋아하는 아내의 선호를 반영해 집의 위치를 골랐다. 아이들의 학교가 가까운 것도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그는 "다리만 건너면 강남이라 그곳의 상권, 교육시설 등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며 "한강과 남산 등에 언제든 산책을 나갈 수 있는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대학에 가고 나면 사대문 안으로 이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녹지도 있고, 고궁도 있고, 대형서점도 있고, 병원도 가까운 종로구에 살고 싶다"며 "책 읽기도 좋고, 산책하기도 좋고, 먹을 곳도 많아 편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종로구의 미래가치도 높게 평가했다. 그는 "강남은 10년 안에 포화될 것이고 수요가 강북으로 올라올 것"이라며 "용산역을 시작으로 서울역, 종로까지 업무시설이 더 많아지고, 그에 따라 부동산 가치도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집을 고를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하늘, 땅, 사람 이라고 했다. 먼저 하늘이 보이는 곳이 좋다고 했다. 밤이면 창 밖의 달이며, 별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고층 빌딩이 많은 곳에서는 하늘이 가려지기 때문에 선호하지 않는다. 또 아스팔트나 시멘트 대신 녹지가 보이는 땅을 볼 수 있는 집이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카페, 레스토랑, 학원 등 가족 단위로 사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환경에 살고 싶다"며 "여자 중·고생을 둔 엄마가 좋아하는 환경을 생각하면 쉽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집에 갖추고 싶은 것으로 서재와 드레스룸, 테라스를 꼽았다. 지금도 둘 곳이 없을 정도로 책이 많아 충분한 독립 공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드레스룸은 아내의 로망이어서 이뤄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아파트들은 발코니 확장을 기본으로 설계해서 확장을 안 하면 구조가 이상해 아쉽다"며 "비도 맞을 수 있고, 외부와 연결된 테라스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에게 집은 '보금자리'라고 했다. 김 소장은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하고 에너지를 충전하며 가족들과 함께 하는 보금자리가 바로 집"이라고 설명했다.

강영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