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남권 첫 특1급 호텔인 신도림 쉐라톤디큐브시티호텔(사진)이 오피스 빌딩으로 바뀐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누적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외국계 자산운용사에 매각되면서다. 밀레니엄힐튼서울에 이어 서울 시내 특급 호텔들이 줄줄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쉐라톤디큐브시티호텔의 최대주주인 대성산업은 최근 케펠자산운용과 호텔 매각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케펠자산운용은 싱가포르계 자산운용사로 지난해 신도림 디큐브시티 오피스 빌딩도 매입했다. 부동산 업계는 케펠 측이 호텔을 오피스로 바꾸고 기존에 인수한 건물과 함께 대규모 오피스 타운을 조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이 끊기고 결혼식, 돌잔치 등 부대 사업마저 급감해 호텔 사업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호텔 측은 용도 전환을 위해 오는 11월까지 결혼식을 포함한 연회장 예약을 받고 이후 예약된 일정은 취소했다. 대성산업 측은 “호텔 매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리 연회장 운영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호텔은 2011년 신도림 복합단지 디큐브시티 조성 사업 당시 오피스, 리테일, 주거시설 등과 함께 건립됐다. 서울 서남권 유일한 특1급 호텔로 스타우드가 직접 경영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총 19층 규모에 269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4개의 레스토랑과 바, 9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그랜드볼룸을 포함해 12개의 연회장도 갖췄다.

호텔은 대성산업이 자체 시행·시공했다. 하지만 공사 과정에서 과도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2011년부터 자산 매각에 나섰다. 대성산업은 제이알투자운용을 통해 위탁관리리츠를 설립했고 2013년 제이알11호위탁관리리츠와 제이알12호기업구조조정리츠가 각각 디큐브시티 오피스와 호텔을 매입했다. 두 리츠의 지분 투자자로는 각각 국민연금, 대성산업이 들어왔다. 리츠가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상 호텔의 최대주주는 대성산업이다.

업계에선 서울 강남권 호텔에서 시작된 위기가 시내 중심부와 외곽으로 번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 2월 강남권 최초의 특급 호텔로 이름을 알린 서초구 반포동의 쉐라톤팔래스호텔은 약 40년 만에 영업을 종료하고 주거용 시설로 변신을 준비 중이다. 강남구 역삼동의 르메르디앙호텔(옛 리츠칼튼), 용산구 이태원동의 크라운호텔, 남산 밀레니엄힐튼호텔 등도 헐리고 오피스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윤아영/김채연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