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노른자 상가, 권리금 3억→0원…"장사한다는 사람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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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중대형 상가 공실률 38%
5곳 중 2곳이 문 닫은 꼴
강남 상가 '임대 대기'도 옛말
"건물주 임대료 인하 쉽지 않아
폐업 위기 소상공인 핀셋 지원을"
![< 텅빈 상가…곳곳에 임대 현수막 >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명동, 강남대로, 신촌 등 서울 주요 상권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서울 중구 명동8길 한 상가 건물 1층에 ‘임대 문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범준 기자](https://img.hankyung.com/photo/202107/AA.26979823.1.jpg)
명동 중앙로 상가 70%가 비어
![명동 노른자 상가, 권리금 3억→0원…"장사한다는 사람이 없어요"](https://img.hankyung.com/photo/202107/AA.26980652.1.jpg)
명동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눈에 띄게 상권이 쇠퇴하고 있는 곳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명동 중대형 상가(3층 이상) 공실률은 작년 4분기 22.3%에서 올 1분기 38.4%로 급등했다. 상점 다섯 곳 중 두 곳이 폐업 상태란 의미다.
CGV 뒤편에 있는 전용면적 222㎡ 1층 상가는 보증금 7억원, 월세 4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중국인 관광객의 화장품 쇼핑 필수 코스로 꼽히던 골목에 있다. 이 상가는 2~3년 전만 해도 권리금이 3억원에 달했지만, 지금은 제로(0)다. 인근 M공인 관계자는 “이 일대에서 권리금이란 말이 사라진 지 1년이 다 됐다”며 “무권리금은 물론 임대료를 10~20% 낮춰준다고 해도 임차인을 찾기 어렵다”고 전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도 “상가 건물을 중개한 지가 반 년이 넘었다”고 했다.
수년째 경기가 좋아지길 기다리며 버티다가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하고 폐업한 사례도 많다. 명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구모씨(48)는 “작년 말 코로나19 3차 대유행 때 반토막 났던 매출이 올 상반기 좀 회복되는가 싶더니, 최근 영업 제한이 또다시 강화되면서 이전 수준만도 못하게 쪼그라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신촌·강남역도 불황 여전
대표적 대학가 상권 중 하나인 신촌역 부근도 긴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신촌명물거리 초입의 5층짜리 건물은 통째로 비어 있었다. 골목마다 두세 개꼴로 ‘임대’라고 적힌 건물이 눈에 띄었다. 인근 한 상가 주인은 “작년 11월 3층짜리 상가를 샀는데, 가게를 차리겠다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 빈 건물로 놔두고 있다”고 했다.
인근 대학의 원격수업이 장기화하면서 이 일대 음식점과 술집의 매출은 코로나19 사태 전의 절반 밑으로 급감했다. 전용 33㎡ 규모 곱창집을 운영하는 정모씨(76)는 “작년에 180만~200만원이던 하루 매출이 이달 들어선 10분의 1토막 났다”고 했다.
오피스빌딩과 학원이 밀집해 있는 강남대로(지하철 2호선 강남역~신논현역 사이 700m 구간)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이 일대 중대형 빌딩 공실률은 올해 1분기 8.6%로, 작년 4분기(8.7%)보다 소폭 낮아지는 데 그쳤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전 이 일대에서 가게를 차리려면 1~2년간 ‘임대 대기’를 해야 했지만, 그런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강남역 11번 출구 앞 전용 165㎡ 상가는 종전 3억원이던 권리금이 ‘0원’이 됐다. A베이커리는 2년 전 1억원이던 월매출이 작년 말 6000만원으로 줄더니 올 6월 이후엔 4000만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상가 임대료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 유지되고 있다. 올 1분기 강남대로의 상가 임대료 변화를 보여주는 임대가격지수는 작년 4분기보다 0.02% 낮아지는 데 그쳤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임대료가 내려가면 건물 시세도 떨어지기 때문에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인하하지 않고 버티는 것”이라며 “폐업을 목전에 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핀셋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혜인/박주연/맹진규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