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한 아파트 모습. /  사진=이송렬 기자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한 아파트 모습. / 사진=이송렬 기자
"판교 대장지구 입주 폭탄에 전셋값이 많이 떨어지긴 했죠. 지금은 다시 오르고 있습니다. 입주가 마무리되면서 시장에 물량이 줄어들고 있거든요. 가을 이사철이 돌아오고 성수기인 겨울이 오면 전셋값도 다시 회복할 것 같습니다."(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일대 공인 중개 관계자)

'입주장(場)' 효과로 급락했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전셋값이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분당구는 서판교 일대 대장지구에서 약 5000여 가구가 입주를 시작하면서 전셋값이 하락했다. 대장지구에서 시작된 분당 전셋값 약세는 두달 가까이 지속되는가 싶었지만, 최근들어 일부 단지의 호가가 지난해 급등했던 수준을 찾아가고 있다. 현장에서는 입주장이 마무리되면서 반짝 하락세가 끝났다고 보고 있다.

일부 단지, 호가 다시 회복

10일 분당구 판교동 일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판교원마을9단지' 전용 84㎡ 전세 호가는 9억원까지 형성됐다. 대장지구에 아파트가 공급되면서 지난달 급매물로 나왔던 7억~8억원 초반대 물건과 비교했을 때 적게는 1억원, 많게는 2억원가량 차이 난다. 이 단지 호가는 지난해 12월 전셋값이 급등했던 때와 맞먹는다. 당시 이 단지는 10억원, 9억원 등에 각각 전세 거래가 체결됐다.

인근에 있는 '모아미래도7단지' 전용 80㎡ 전세 호가는 8억원에 형성됐다. 대장동에 물량이 쏟아졌던 2개월여 전에 체결된 7억원보다 1억원이 높다. 이 호가 역시 지난해 12월 가장 비싸게 거래됐던 9억원과 1억원 낮다.

판교역 근처 삼평동 봇들마을 8단지 전용 84㎡ 전세 호가 역시 10억원이다. 지난달 거래됐던 7억5600만원보다 3억원이나 뛰었다. 이 면적은 지난해 11월 11억3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를 했는데 이 가격과 빠르게 차이를 메우고 있다.

분당구 판교동 A공인 중개 관계자는 "판교 대장지구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서 분당 전셋값이 전체적으로 주춤했지만 거의 마무리되면서 호가가 다시 오르고 있다"며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월세로 돌리는 등 시장 물량이 줄어들면서 전셋값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고 전했다.
판교대장지구 전경. 사진=한경DB
판교대장지구 전경. 사진=한경DB

공급에 장사 없다…"부동산 성수기 가을, 가격 다시 오를 것"

분당구 전세가격이 떨어진 것은 지난 5월부터 판교 대장지구에 대형 입주장이 서면서다. 부동산 정보 제공 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대장동에 △힐스테이트 판교 엘포레(372가구) △판교 퍼스트힐 푸르지오(974가구) △더샵 판교포레스트(990가구)가 공급됐고 6월엔 백현동에 더샵 판교퍼스트파크(1100가구)가 지난달엔 대장동에 힐스테이트 판교 엘포레(464가구)가 추가로 입주를 시작했다.

백현동 B공인 중개 관계자는 "대장지구 입주가 시작되면서 판교동 뿐만 아니라 삼평동, 이매동, 백현동 등 일부 집주인들이 아파트 전세를 내놓고 대장지구 새 아파트로 들어가려는 수요가 있어 전셋값이 내렸다"라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하반기에 입주물량이 있지만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입주 물량이 적은데다 분당 내에서도 거리가 제법 있어서다. 오는 10월에는 정자동에 더샵 분당파크리버가 506가구, 11월에는 대장지구 제일풍경채(1033가구), 내년 3월엔 분당 지웰 푸르지오(166가구) 등이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되레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름 휴가철을 마치고 부동산 시장 성수기인 가을을 앞두고 있고 겨울에는 학군 수요 등이 쏠리면서다. 정자동 C공인중개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정자동 등에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지만 대장지구만큼의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가을 이사 철과 겨울 학군 수요가 몰리면 지난해 급등했던 수준만큼은 아니더라도 일정 부분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통계서도 나타나는 상승 반전 신호

한국부동산원이 내놓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2일) 기준 분당구 전셋값은 0.04% 하락했다. 여전히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직전주(7월26일) 기록한 -0.17%보다는 하락폭이 크게 줄어들었다.

민간 기관 조사에서는 상승 반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114가 발표한 수도권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8월 첫째 주 기준 분당구 전세가격은 0.02%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매동과 정자동, 판교동 등에서 상승세를 보였다는 게 부동산114측 설명이다.

전세 물량도 한 달 새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부동산 정보 제공 업체 아실에 따르면 분당구 전세 매물은 1754건으로 전월 동기(2130건)보다 17.7% 감소했고, 두 달 전(2327건)보다는 24.7% 줄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