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11억인데 옆집은 6억이랍니다"…세입자들 '대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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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곳곳서 전세 '삼중 가격' 확산…임대차법 부작용
"세입자에 되레 피해주는 법안…공급 늘려 문제 해결해야"
"세입자에 되레 피해주는 법안…공급 늘려 문제 해결해야"
#. 최근 마포구에서 전세를 구하고 있는 박 모 씨(34)는 인터넷에서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전셋집을 보고 기대가 커졌다. 부동산에 전화를 걸어 문의해보니 "5억원대에 나온 집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집"이라고 했다. 실망한 박 씨는 중간 가격인 9억원대 나온 집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이 역시 기존 세입자와 집주인의 협상 과정에서 나온 금액이라고 했다. 박 씨는 현 시세인 11억원에 계약을 맺는 방법밖에 선택지가 없다는 얘기에 크게 허탈했다.
임대차법이 개정된 후 서울 전·월세 시장에서 '이중 가격'이 보편화한 데 이어 이제는 '삼중 가격'까지 나타나고 있다. 새 임대차법 시행이 1년이 넘어가면서 새로운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 기존의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다보니 시장에 풀리는 전세물량은 부족한 상태다. 그나마 나오는 전셋집이라도 임대인(집주인)이 계약의 주도권을 지니게 되면서 가격은 천차만별로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오히려 세입자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사례는 또 있다. 입주 3년차에 들어서는 서울 강동구 ‘고덕그라시움’의 경우다. 전용 84㎡는 지난달 13일에 11억원에, 같은 달 28일에는 5억7750만원에 각각 계약됐다. 지난 6월에는 같은 면적 7층이 8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입주장 당시 저렴한 전세계약의 계약갱신과 신규계약들이 뒤엉키면서 생긴 일이다.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84㎡ 신규 전셋값은 15억원, 갱신 가격은 8억7500만원이다. 이 가격 외에도 11억5000만원이라는 애매한 가격에 전세 계약이 맺어졌다. 성북구 장위동 ‘래미안장위포레카운티’ 전용 84㎡도 최근 전세 거래가격이 7억원, 5억8000만원, 3억5000만원 등으로 나뉘었다. 이들은 대부분 입주한 지 2년 정도된 신규 아파트다.
입주 연차가 짧은 아파트에서만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6월 말부터 4억8000만원, 7억3000만원, 10억5000만원에 각각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강서구 내발산동에 있는 ‘우장산힐스테이트’ 전용 84㎡ 역시 8억원, 6억900만원, 4억1000만원 등으로 가격이 계단식으로 형성됐다.
마포구의 한 공인 중개 관계자는 "새로 전셋집을 구하는 세입자들이 가격에 대해 문의를 하곤 한다"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으로 뚜렷하게 나뉘었지만, 내보내려는 집주인과 버티려는 세입자 사이의 실랑이로 애매한 가격에 거래가 되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간 가격은 향후 계약갱신권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거나 집주인이 바뀌게 되면 퇴거한다는 조건이 달린 물건들에서 나온다. 현행법상 본인이나 직계가족이 실거주하는 경우 세입자의 갱신권을 거부할 수 있어서다. 시장은 전세물건이 워낙 없다보니 임대인(집주인) 우위 시장인 상태다. 집주인들이 협상에 나서면 세입자는 중간 가격이라도 계약에 나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집주인은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 갱신을 거부할 수 있다. 주변 전세금이 급등한 상황에서 집주인이 실거주를 명분으로 보증금 인상을 요구하면 계약을 연장해야 하는 세입자는 전세 보증금을 올려줄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집주인과 세입자는 협상을 통해 시세를 일정 부분 반영해 계약을 맺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이 되려 세입자의 피해를 늘리고 시장 가격을 왜곡한다고 지적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임대차법이 약자인 세입자 중심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실제로는 세입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새로운 임대차법의 순기능보단 역기능이 부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 상황에서 이를 해소할 방법은 공급을 늘리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이중 가격이니 삼중 가격이니 하는 것은 결국 전세 공급이 부족해서 나타난 것"이라며 "'공급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현행 전세계약갱신청구권(2+2년) 대신 1+1년으로 줄이는 방법 등을 통해 시장에 공급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7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건수는 6만3924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22% 감소했다. 반전세를 포함한 월세는 전년동기대비 4% 증가한 3만4375건으로 집계됐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임대차법이 개정된 후 서울 전·월세 시장에서 '이중 가격'이 보편화한 데 이어 이제는 '삼중 가격'까지 나타나고 있다. 새 임대차법 시행이 1년이 넘어가면서 새로운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 기존의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다보니 시장에 풀리는 전세물량은 부족한 상태다. 그나마 나오는 전셋집이라도 임대인(집주인)이 계약의 주도권을 지니게 되면서 가격은 천차만별로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오히려 세입자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서 확산하는 전세 '삼중 가격'
1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마포구 신수동 ‘신촌숲아이파크’ 전용 84㎡는 지난 6월 11억원에, 지난달 16일에는 6억8200만원에 각각 계약됐다. 11억원은 신규 계약, 6억8200만원은 전세계약갱신청구권 사용에 따른 갱신 계약이다. 그런데 지난달 28일 8억5000만원의 애매한 계약 사례가 나왔다. 신규와 갱신 계약 사이에 낀 애매한 가격인 8억5000만원은 세입자가 집주인의 전셋값 인상 요구를 일부 수용해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이런 사례는 또 있다. 입주 3년차에 들어서는 서울 강동구 ‘고덕그라시움’의 경우다. 전용 84㎡는 지난달 13일에 11억원에, 같은 달 28일에는 5억7750만원에 각각 계약됐다. 지난 6월에는 같은 면적 7층이 8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입주장 당시 저렴한 전세계약의 계약갱신과 신규계약들이 뒤엉키면서 생긴 일이다.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84㎡ 신규 전셋값은 15억원, 갱신 가격은 8억7500만원이다. 이 가격 외에도 11억5000만원이라는 애매한 가격에 전세 계약이 맺어졌다. 성북구 장위동 ‘래미안장위포레카운티’ 전용 84㎡도 최근 전세 거래가격이 7억원, 5억8000만원, 3억5000만원 등으로 나뉘었다. 이들은 대부분 입주한 지 2년 정도된 신규 아파트다.
입주 연차가 짧은 아파트에서만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6월 말부터 4억8000만원, 7억3000만원, 10억5000만원에 각각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강서구 내발산동에 있는 ‘우장산힐스테이트’ 전용 84㎡ 역시 8억원, 6억900만원, 4억1000만원 등으로 가격이 계단식으로 형성됐다.
마포구의 한 공인 중개 관계자는 "새로 전셋집을 구하는 세입자들이 가격에 대해 문의를 하곤 한다"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으로 뚜렷하게 나뉘었지만, 내보내려는 집주인과 버티려는 세입자 사이의 실랑이로 애매한 가격에 거래가 되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간 가격은 향후 계약갱신권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거나 집주인이 바뀌게 되면 퇴거한다는 조건이 달린 물건들에서 나온다. 현행법상 본인이나 직계가족이 실거주하는 경우 세입자의 갱신권을 거부할 수 있어서다. 시장은 전세물건이 워낙 없다보니 임대인(집주인) 우위 시장인 상태다. 집주인들이 협상에 나서면 세입자는 중간 가격이라도 계약에 나설 수 밖에 없다.
삼중 가격 원인은 '새 임대차법'
제대로된 전셋값을 가능할 수 없게 된 까닭은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새 임대차법 때문이다. 임대차법에 따라 세입자는 임대차 계약이 끝나면 2년간 한 번 더 전세로 살 수 있는 갱신권을 쓸 수 있게 됐다. 전·월세 상한제에 따라 임대료는 직전 임대료의 5% 이내로만 올릴 수 있어 상대적으로 세입자에게 유리하다.하지만 집주인은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 갱신을 거부할 수 있다. 주변 전세금이 급등한 상황에서 집주인이 실거주를 명분으로 보증금 인상을 요구하면 계약을 연장해야 하는 세입자는 전세 보증금을 올려줄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집주인과 세입자는 협상을 통해 시세를 일정 부분 반영해 계약을 맺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이 되려 세입자의 피해를 늘리고 시장 가격을 왜곡한다고 지적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임대차법이 약자인 세입자 중심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실제로는 세입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새로운 임대차법의 순기능보단 역기능이 부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 상황에서 이를 해소할 방법은 공급을 늘리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이중 가격이니 삼중 가격이니 하는 것은 결국 전세 공급이 부족해서 나타난 것"이라며 "'공급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현행 전세계약갱신청구권(2+2년) 대신 1+1년으로 줄이는 방법 등을 통해 시장에 공급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7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건수는 6만3924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22% 감소했다. 반전세를 포함한 월세는 전년동기대비 4% 증가한 3만4375건으로 집계됐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