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부족해 집주인·중개사에 돈 빌려 아파트 샀어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부동산 규제로 대출 막히면서…
중개업소·매도자에 돈빌리는 매수자들
이율 높지만 부족한 돈 메울 시간 벌수 있어
중개업소 "중저가 아파트까지 유행 번지는 중"
중개업소·매도자에 돈빌리는 매수자들
이율 높지만 부족한 돈 메울 시간 벌수 있어
중개업소 "중저가 아파트까지 유행 번지는 중"
최근 서울 관악구에서 소형 아파트를 매수한 박재들 씨(36)는 거래 과정에서 부족한 자금을 중개업소에서 빌렸다. 급매로 나온 터라 잔금 기간이 촉박했는데 돈을 당장 마련하기는 어려웠다. 그러자 중개업소에서 근저당을 설정해 부족한 비용 1억3000만원을 빌려줄 테니 나중에 갚는 조건으로 거래를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이율은 연 15% 가량을 요구했다.
박씨는 “시세보다 3000만~4000만원가량 저렴해 매수하고 싶긴 했지만 주택담보대출이 다 나오지 않아 매매를 포기할까 했는데 중개사가 돈을 빌려주겠다고 해 거래를 빨리 진행할 수 있었다”고 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부동산시장 공인중개사나 매도인 등 매매 거래의 이해관계자가 매수자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사(私)금융’ 형태의 매매가 늘고 있다. 근저당권을 설정해 매수자의 부족한 매입 금액을 메워주는 형식이다. 주로 강남권 고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거래 방식이지만 최근 중저가 주택까지 유행이 번졌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에 따라 은행에서 대출이 잘 나오지 않자 확산하는 신풍속이다.
13일 서울지역의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최근 매수에 나선 수요자들 사이에서 근저당을 설정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근저당권 설정이란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빌려준 돈을 안전하게 회수하기 위해 채무자가 가진 부동산에 담보를 설정하는 행위를 뜻한다.
이때 채무자는 주로 매도자이거나 거래를 주선한 중개업자가 많다.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하지만 아파트를 빨리 사고 싶어 하는 매수인과 고령의 다주택자 가운데는 종부세 등 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처분하고 싶어 하는 집주인의 이해가 일치하면 근저당권 설정에 합의하게 된다. 중개업자의 경우 매매 거래를 성사시키면 중개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데다, 자금을 빌려준 것에 대한 이자까지 챙길 수 있다. 적극적으로 빚을 내주는 이유다. 최근 영등포구에서 아파트를 매수하려고 한 김모 씨(34)는 “매매 과정에서 자금이 1억원 정도 부족한데 은행 대출이 빨리 진행되지 않아 매수를 망설이자 중개업소에서 먼저 자금을 빌려주겠다는 제안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때 상환 기간은 3개월에서 1년 정도로 길지 않게 설정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무이자부터 연이율이 10~20% 이상까지 다양하다. 근저당을 잡아놓을 경우 매수자가 돈을 갚지 못하더라도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줬기 때문에 주택이 경매 등에 넘어갔을 때 채권자는 근저당 설정 금액만큼 우선 변제를 받을 수 있다. 매수자가 앞서 살던 전셋집 계약이 만료되는 등 이른 시일 내 자금을 확보할 것이 확실시 되는 경우 드물지만 약정서를 쓰지 않고 돈을 빌려주는 사례도 있다.
한 중개업소 대표는 “차입금 규모가 크거나 상환 기간이 길수록 이율을 많이 받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이율이 낮을수록 중개수수료 규모를 키우는 경향이 있다”며 “최대 연 30%까지 이율을 책정하는 곳도 있었는데 마음이 급한 매수자가 동의해 약정서를 작성하고 매매 계약을 했다. 중개업소는 수백만원의 수수료를 챙긴 데다가 이자 수익까지 얻어 큰 이득을 봤다”고 전했다. 이같은 사례는 재건축·재개발 주택 거래에서도 흔하다. 주로 관리처분인가를 앞두고 있어 이주비 대출이 예정된 주택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거래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주 공고가 나면 금융권이나 시공사로부터 이주비 대출을 받을 수 있어 빚을 상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아현동에서 재개발 예정 주택들을 주로 중개하는 K공인 관계자는 “이주나 철거를 앞두고 있을 경우 은행에선 채권 보전이 안될 수 있다고 판단해 주담대를 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때 매도자들이 잔금 기간을 늦추는 대신 근저당을 설정해 우선 집을 팔고 이주비 대출이 나오는 시점에 나머지 금액을 지불받는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각종 규제로 은행 대출길이 좁아지자 매수자들이 결국 사금융을 활용해 주택을 매수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금융당국의 총량 규제로 아예 신규 대출 자체가 막히거나 한도가 크게 축소되는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 6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은행들의 총량 규제도 강화되면서 대부분 은행들이 대출 한도를 추가로 줄이는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를 담보로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시가 9억원 이하 아파트는 LTV 40%, 9억원을 넘는 금액에 대해선 LTV 20%를 적용했다. 사실상 금융권에서 개인 주담대는 신규 승인이 계속 까다로워지고 있다.
강남권 Y중개업소 관계자는 “80억원에 거래돼 화제를 모은 압구정 현대7차 아파트 매매 사례나 30억원 가까이 되는 서초 반포자이 등 고가 아파트가 팔리는 과정에서 활용된 방식”이라면서 “상반기부터 10억~20억원대 주택에서도 성행하더니 최근엔 10억원 미만 아파트에서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대출이 어렵기는 어려운 모양”이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박씨는 “시세보다 3000만~4000만원가량 저렴해 매수하고 싶긴 했지만 주택담보대출이 다 나오지 않아 매매를 포기할까 했는데 중개사가 돈을 빌려주겠다고 해 거래를 빨리 진행할 수 있었다”고 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부동산시장 공인중개사나 매도인 등 매매 거래의 이해관계자가 매수자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사(私)금융’ 형태의 매매가 늘고 있다. 근저당권을 설정해 매수자의 부족한 매입 금액을 메워주는 형식이다. 주로 강남권 고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거래 방식이지만 최근 중저가 주택까지 유행이 번졌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에 따라 은행에서 대출이 잘 나오지 않자 확산하는 신풍속이다.
13일 서울지역의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최근 매수에 나선 수요자들 사이에서 근저당을 설정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근저당권 설정이란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빌려준 돈을 안전하게 회수하기 위해 채무자가 가진 부동산에 담보를 설정하는 행위를 뜻한다.
이때 채무자는 주로 매도자이거나 거래를 주선한 중개업자가 많다.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하지만 아파트를 빨리 사고 싶어 하는 매수인과 고령의 다주택자 가운데는 종부세 등 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처분하고 싶어 하는 집주인의 이해가 일치하면 근저당권 설정에 합의하게 된다. 중개업자의 경우 매매 거래를 성사시키면 중개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데다, 자금을 빌려준 것에 대한 이자까지 챙길 수 있다. 적극적으로 빚을 내주는 이유다. 최근 영등포구에서 아파트를 매수하려고 한 김모 씨(34)는 “매매 과정에서 자금이 1억원 정도 부족한데 은행 대출이 빨리 진행되지 않아 매수를 망설이자 중개업소에서 먼저 자금을 빌려주겠다는 제안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때 상환 기간은 3개월에서 1년 정도로 길지 않게 설정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무이자부터 연이율이 10~20% 이상까지 다양하다. 근저당을 잡아놓을 경우 매수자가 돈을 갚지 못하더라도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줬기 때문에 주택이 경매 등에 넘어갔을 때 채권자는 근저당 설정 금액만큼 우선 변제를 받을 수 있다. 매수자가 앞서 살던 전셋집 계약이 만료되는 등 이른 시일 내 자금을 확보할 것이 확실시 되는 경우 드물지만 약정서를 쓰지 않고 돈을 빌려주는 사례도 있다.
한 중개업소 대표는 “차입금 규모가 크거나 상환 기간이 길수록 이율을 많이 받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이율이 낮을수록 중개수수료 규모를 키우는 경향이 있다”며 “최대 연 30%까지 이율을 책정하는 곳도 있었는데 마음이 급한 매수자가 동의해 약정서를 작성하고 매매 계약을 했다. 중개업소는 수백만원의 수수료를 챙긴 데다가 이자 수익까지 얻어 큰 이득을 봤다”고 전했다. 이같은 사례는 재건축·재개발 주택 거래에서도 흔하다. 주로 관리처분인가를 앞두고 있어 이주비 대출이 예정된 주택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거래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주 공고가 나면 금융권이나 시공사로부터 이주비 대출을 받을 수 있어 빚을 상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아현동에서 재개발 예정 주택들을 주로 중개하는 K공인 관계자는 “이주나 철거를 앞두고 있을 경우 은행에선 채권 보전이 안될 수 있다고 판단해 주담대를 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때 매도자들이 잔금 기간을 늦추는 대신 근저당을 설정해 우선 집을 팔고 이주비 대출이 나오는 시점에 나머지 금액을 지불받는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각종 규제로 은행 대출길이 좁아지자 매수자들이 결국 사금융을 활용해 주택을 매수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금융당국의 총량 규제로 아예 신규 대출 자체가 막히거나 한도가 크게 축소되는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 6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은행들의 총량 규제도 강화되면서 대부분 은행들이 대출 한도를 추가로 줄이는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를 담보로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시가 9억원 이하 아파트는 LTV 40%, 9억원을 넘는 금액에 대해선 LTV 20%를 적용했다. 사실상 금융권에서 개인 주담대는 신규 승인이 계속 까다로워지고 있다.
강남권 Y중개업소 관계자는 “80억원에 거래돼 화제를 모은 압구정 현대7차 아파트 매매 사례나 30억원 가까이 되는 서초 반포자이 등 고가 아파트가 팔리는 과정에서 활용된 방식”이라면서 “상반기부터 10억~20억원대 주택에서도 성행하더니 최근엔 10억원 미만 아파트에서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대출이 어렵기는 어려운 모양”이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