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세 건만 거래해도 일년 먹고 살아"…공인중개사 시험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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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치솟는 집값에 관심 급증
집값 올라 수수료 늘어난것 영향
"한 채만 중개해도 직장인 월급 넘어"
중개업계 “이미 공급과잉 상태” 지적
집값 올라 수수료 늘어난것 영향
"한 채만 중개해도 직장인 월급 넘어"
중개업계 “이미 공급과잉 상태” 지적
서울 도봉구에 사는 대학원생 정모 씨(31·여)는 올해 공인중개사시험을 대전에서 볼 생각이다. 접수기간 첫날 원서를 내려고 했지만 원서접수 사이트에 접속하는 게 쉽지 않았다. 가까스로 접수를 하러 들어갔을 땐 정씨 집 근처에 있는 시험장은 물론 서울 내 대부분 시험장이 마감돼 서울에서 시험을 볼 수 없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른 20∼30대가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정씨와 같은 고학력자도 중개사 시험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 대출로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 청년층이 급기야 고용불안의 대안이자 재테크의 수단으로 공인중개사 시험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14일 부동산업계와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제32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원서접수가 지난 9일부터 시작됐다. 지난 13일까지 접수를 받았지만 서울지역 시험장은 이미 접수 이틀째인 10일 대부분 마감됐다. 접수 첫날엔 원서 접수가 이뤄지는 한국산업인력공단 큐넷에 예측인원을 넘은 동시접속자수가 폭주하면서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공인중개사시험은 ‘국민 고시’라 불릴 정도로 인기를 끌어왔지만, 올해 유독 응시자가 폭발했다. 취업난에 집값이 폭등하자 부동산 공부를 겸해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젊은 층 응시생이 많다는 분석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시험 접수자의 연령대는 40대 32%, 30대 29%로, 30∼40대가 10명 중 6명을 차지했다.
공기업 4년차 직장인 박소은 씨(31)도 올해 공인중개사 시험에 응시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틈틈이 시간을 쪼개 하루 3, 4시간씩 부동산공법과 세법 등을 공부했다.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있는 박씨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해 새로 집을 구매할 당시의 경험이 결정적이었다. 집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박씨는 중개수수료만 1000만원 이상을 납부했다.
박씨는 “중개사들이 거래를 세네 건만 성사해도 어지간한 직장인 연봉을 뛰어넘는 수익을 올리는 것을 보고 내심 충격을 받았다”며 “뉴스를 보니 전문가들이 부동산시장의 사이클은 장기적으로 우상향 한다고 하더라. 기대수명도 길어지고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도 미리 준비해야 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젊은층이 공인중개사에 도전하는 이유 중 하나로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을 꼽는 의견이 많다. 집값이 급등해 중개수수료도 덩달아 뛰면서 1~2건의 거래만 성사해도 수익이 적지 않다. 현재 부동산 중개보수 요율은 지자체별 조례로 정하게 되어 있다. 서울시 기준 주택 중개수수료율은 2억~6억원은 상한요율이 0.4%, 6억~9억원은 0.5%이다. 9억원 이상일 경우는 0.9% 이내에서 협의하게 돼 있다.
이에 따라 서울의 경우 9억원 이상 주택 매매를 중개하면 주택 가액의 최대 0.9%가 중개수수료다. 10억짜리 아파트 매매를 중개하면 중개수수료가 900만원, 이를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에게 받으니 총 1800만원에 달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절반이 시세 9억원 이상 아파트다. 단순 계산 만으로도 집 한 채만 중개하면 웬만한 직장인 월급보다 돈을 더 번다는 결과가 나온다. 강동구에 거주하고 있는 직장인 최모 씨(38)는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지인이 같은 동네 동종업계 종사자들의 10~20% 가량이 연봉 1억원 이상을 버는 고소득자라 자랑하더라”며 “세가 비싸다는 신축 아파트 단지 내 상가 1층 대부분에 중개업소 입점한 것만 봐도 수익이 크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전문자격증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은 영향도 있다. 영어와 회계 등 까다로운 과목이 없어 기초학습이 부족해도 응시가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무작정 응시는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까지 공인중개사 자격증 발급 대상자는 42만명에 달한다. 그중 실제로 중개사무소를 개업한 사람은 11만여명에 불과하다. 시험 최종 합격률도 20∼30%로 높지 않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주택 거래량이 줄면서 폐업하는 공인중개사들도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폐·휴업한 공인 중개업소는 1만2860건이다. 개업은 1만7561건으로 영업을 시작하는 만큼 폐업도 하는 셈이다.
강남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 대표는 “매년 2만명 안팎의 자격증 소지자가 꾸준히 나오는 공인중개사 시장은 공급과잉 상태로 경쟁이 치열하다”며 “별다른 전략 없이 개업할 경우 자리를 잡는 게 쉽지만은 않다”고 당부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최근 부동산 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른 20∼30대가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정씨와 같은 고학력자도 중개사 시험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 대출로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 청년층이 급기야 고용불안의 대안이자 재테크의 수단으로 공인중개사 시험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14일 부동산업계와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제32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원서접수가 지난 9일부터 시작됐다. 지난 13일까지 접수를 받았지만 서울지역 시험장은 이미 접수 이틀째인 10일 대부분 마감됐다. 접수 첫날엔 원서 접수가 이뤄지는 한국산업인력공단 큐넷에 예측인원을 넘은 동시접속자수가 폭주하면서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공인중개사시험은 ‘국민 고시’라 불릴 정도로 인기를 끌어왔지만, 올해 유독 응시자가 폭발했다. 취업난에 집값이 폭등하자 부동산 공부를 겸해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젊은 층 응시생이 많다는 분석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시험 접수자의 연령대는 40대 32%, 30대 29%로, 30∼40대가 10명 중 6명을 차지했다.
공기업 4년차 직장인 박소은 씨(31)도 올해 공인중개사 시험에 응시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틈틈이 시간을 쪼개 하루 3, 4시간씩 부동산공법과 세법 등을 공부했다.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있는 박씨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해 새로 집을 구매할 당시의 경험이 결정적이었다. 집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박씨는 중개수수료만 1000만원 이상을 납부했다.
박씨는 “중개사들이 거래를 세네 건만 성사해도 어지간한 직장인 연봉을 뛰어넘는 수익을 올리는 것을 보고 내심 충격을 받았다”며 “뉴스를 보니 전문가들이 부동산시장의 사이클은 장기적으로 우상향 한다고 하더라. 기대수명도 길어지고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도 미리 준비해야 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젊은층이 공인중개사에 도전하는 이유 중 하나로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을 꼽는 의견이 많다. 집값이 급등해 중개수수료도 덩달아 뛰면서 1~2건의 거래만 성사해도 수익이 적지 않다. 현재 부동산 중개보수 요율은 지자체별 조례로 정하게 되어 있다. 서울시 기준 주택 중개수수료율은 2억~6억원은 상한요율이 0.4%, 6억~9억원은 0.5%이다. 9억원 이상일 경우는 0.9% 이내에서 협의하게 돼 있다.
이에 따라 서울의 경우 9억원 이상 주택 매매를 중개하면 주택 가액의 최대 0.9%가 중개수수료다. 10억짜리 아파트 매매를 중개하면 중개수수료가 900만원, 이를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에게 받으니 총 1800만원에 달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절반이 시세 9억원 이상 아파트다. 단순 계산 만으로도 집 한 채만 중개하면 웬만한 직장인 월급보다 돈을 더 번다는 결과가 나온다. 강동구에 거주하고 있는 직장인 최모 씨(38)는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지인이 같은 동네 동종업계 종사자들의 10~20% 가량이 연봉 1억원 이상을 버는 고소득자라 자랑하더라”며 “세가 비싸다는 신축 아파트 단지 내 상가 1층 대부분에 중개업소 입점한 것만 봐도 수익이 크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전문자격증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은 영향도 있다. 영어와 회계 등 까다로운 과목이 없어 기초학습이 부족해도 응시가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무작정 응시는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까지 공인중개사 자격증 발급 대상자는 42만명에 달한다. 그중 실제로 중개사무소를 개업한 사람은 11만여명에 불과하다. 시험 최종 합격률도 20∼30%로 높지 않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주택 거래량이 줄면서 폐업하는 공인중개사들도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폐·휴업한 공인 중개업소는 1만2860건이다. 개업은 1만7561건으로 영업을 시작하는 만큼 폐업도 하는 셈이다.
강남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 대표는 “매년 2만명 안팎의 자격증 소지자가 꾸준히 나오는 공인중개사 시장은 공급과잉 상태로 경쟁이 치열하다”며 “별다른 전략 없이 개업할 경우 자리를 잡는 게 쉽지만은 않다”고 당부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