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입주를 시작하는 '힐스테이트 속초 센트럴'. 오피스텔은 매물이 다소 있지만, 아파트는 시세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물이 적은 상태다. / 자료=현대건설
이달 입주를 시작하는 '힐스테이트 속초 센트럴'. 오피스텔은 매물이 다소 있지만, 아파트는 시세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물이 적은 상태다. / 자료=현대건설
"아파트와 오피스텔 찾는 분들은 분위기부터 다릅니다. 오피스텔은 1주택 꺼려하는 소액투자자 분들이지만, 아파트는 과감하게 투자하는 분들이거든요. 나잇대가 지역부터 다릅니다. 아파트의 경우 과감한 투자만큼 돈도 많이 벌어가십니다."(속초시 A공인중개사)

강원도 관광지에서 아파트값이 급등하고 있다. 강원도는 산, 바다 등 천혜의 자연을 서울에서 2~3시간 안팎이면 가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과거에는 바람 쐬는 당일치기 코스였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관광 대신 '휴식'에 대한 가치가 중요해지면서 '세컨드하우스' 용도로 집을 사는 사람들이 늘었고, 이는 아파트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미분양이던 속초 아파트, 분양가보다 3배 올라

속초 지역은 3년 전만 해도 아파트가 한꺼번에 공급되면서 미분양, 공급과잉 등의 문제가 부각되기도 했다.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수억원의 웃돈거래가 일상화됐다. 강원도 속초시 중앙동에서 이달 입주를 시작하는 '힐스테이트 속초 센트럴'은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섞여 있는 단지다. 주변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아파트는 256가구 중 매물이 16개밖에 없을 정도로 귀한 반면, 오피스텔은 138실 중 30실 가량이 매물로 나와있다.

아파트에서 분양권으로 나와있는 전용 84㎡ 고층의 매물 호가는 11억원에 달한다. 분양가에 7억원가량의 웃돈이 붙은 것이다. 3배 가까이 오른 가격대다. 그나마 웃돈이 낮은 물건은 저층이나 향 선호도가 낮은 물건들이다. 웃돈 표시가 안된 물건들은 매도자와 따로 협의를 해야 한다는 게 주변 공인중개사들의 얘기다. 오피스텔은 규모가 작다보니 3000만~4000만원대의 웃돈이 형성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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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공인중개사의 오모 대표는 "강릉, 속초 주변에 아파트들은 억대로 불러도 매물이 없는 지경"이라며 "그러다보니 오피스텔이나 분양형 호텔 등까지 웃돈이 붙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양 초기만 하더라도 아파트는 아무래도 부담이 있었지만, 세컨드하우스로 쓰면서 시세차익까지 누릴 수 있으니 더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속초시는 인구가 8만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한 해동안 1만가구 이상의 아파트가 공급되기도 했다. 지역민들은 공급과잉으로 인한 집값 하락을 우려했지만, 되레 서울을 비롯한 외지인들의 매수가 늘면서 지역에 대한 가치가 재발견됐다.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 뿐만 아니라 기존의 집들도 상승하면서 지역민들도 우려를 씻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5월 준공된 조양동 '속초자이' 또한 신고가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전용 84㎡는 5억15000만원에 매매돼 입주시 보다 2억원가량 상승했다. 입주 4년차인 'e편한세상영랑호'는 지난달 전용 84㎡가 5억3500만원에 거래됐다.

동해안 여름용 vs 산속 사계절용

이러한 분위기는 속초 뿐만이 아니다. 강릉, 양양, 동해, 고성 등 주변으로 퍼지고 있다. 바닷가 근처의 도시들이 여름을 즐길 수 있는 아파트라면, 최근에는 겨울을 즐길 수 있는 지역도 각광받고 있다. 평창군 일대가 대표적이다. 최근 소규모 아파트들이 분양돼 미분양이 나오기도 했지만 잔여물량 계약을 통해 꾸준히 팔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분양된 아파트로는 평창군 평창읍 하리에 짓는 '평창 스위트엠 엘크루'(191가구)를 비롯해 '평창진부 웰라움 더퍼스트'(265가구), '횡성 벨라시티'(206가구) 등이 있었다. 평창군의 B공인중개사는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서 수요자들이 일주일에 2~3팀은 찾는다고 전했다. 특히 이달들어 '위드코로나'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스키장을 찾는 겨울 레포츠족들의 문의가 부쩍 많아졌다고도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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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속초나 강릉 일대도 과거에는 미분양이었다가 지금과 같이 급등한 사례가 있지 않느냐"며 "평창도 세컨드하우스용으로 사려는 분들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바닷가 도시들은 여름에 특화된 반면, 강원도 고지대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관련 레포츠를 즐길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달에 '700고지'로 유명한 대관령면 횡계리 일대에서는 ‘더리치먼드 평창’(270가구)이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아파트는 콘도회원권처럼 관리비용으로 목돈이 나가지 않고,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나만의 집을 가질 수 있다. 최근 강원도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웃돈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현지에서의 얘기다. 기존 주택 보다 최근 분양된 아파트는 2000만~3000만원 정도의 계약금 정도만 필요한 것도 장점이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원도의 지난 9월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1억7954만원으로 연초 대비 21.1% 상승했다. 이는 평창 동계올림픽 특수를 앞두고 역대급 상승률을 기록했던 2017년(12.5%)을 웃도는 수준이다.

거래량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강원도 1~9월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5405건 증가한 2만3694건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6년 이후 같은 기간 거래량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거래량을 끌어올린 건 외지인 수요가 주효했다. 같은기간 강원 아파트 전체 거래량 2만3694건 중 외지인 거래량은 1만352건으로 전체의 43.69%를 차지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