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초과부담금 첫 징수 단지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서울 은평구 구산동 ‘서해그랑블’(옛 연희빌라) 아파트.  /한경DB
재건축 초과부담금 첫 징수 단지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서울 은평구 구산동 ‘서해그랑블’(옛 연희빌라) 아파트. /한경DB
‘반포 센트레빌아스테리움’(옛 반포현대) 등 서울 주요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금(재건축 부담금) 부과가 해를 넘긴다.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부과금 산정에 필요한 집값을 계산하는 데 애를 먹고 있어서다. 충분한 거래 사례가 없는 상태에서 부과금이 정해지면 적정한지 여부를 놓고 갈등이 커질 수 있다.

재건축 부담금 첫 부과 내년으로

은평·반포 '재건축 부담금' 내년에 부과한다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은평구는 구산동 ‘서해그랑블’(옛 연희빌라)에 부과할 재건축 부담금을 산정하기 위해 별도 감정평가를 진행하기로 했다. 재건축 부과금 첫 징수가 유력했던 이 단지는 지난 5월 준공인가를 받고 6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당초 10월께 부과금이 확정 통보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거래량이 너무 적어 부담금 산정에 애를 먹고 있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준공인가일로부터 5개월 이내에 재건축 부과금을 확정해 통보해야 한다.

재건축 부담금은 재건축으로 조합원이 얻은 이익이 인당 평균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 금액의 10~50%를 환수하는 제도다. 재건축 종료시점(준공인가) 집값에서 개시시점(추진위원회 설립 승인) 집값 등을 빼서 계산하기 때문에 거래량이 너무 적으면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은평구 관계자는 “종료시점 부담금을 산정할 때 필요한 거래 기준 건수를 충족하지 못해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어 별도 감정평가를 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이 단지(146가구)의 실거래는 지난 10월 7일 한 건(전용 44.2㎡, 5억원)에 불과하다. 앞서 2018년 7월 5억6000만원(가구당 770만원)을 부담금 예정액으로 통보받았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센트레빌 아스테리움’도 비슷한 이유로 재건축 부담금 통보가 늦어지고 있다. 이 단지 역시 거래 사례가 한 건도 없다. 서해그랑블과는 달리 별도 감정평가는 진행하지 않고 주변 거래 사례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종료시점 가격을 계산할 것으로 전해졌다. 총 108가구인 반포센트레빌 아스테리움은 7월 준공인가를 받고 연내 부과금이 확정 통보될 예정이었다. 이 단지가 2018년 통보받은 부과금 예정액은 108억5500만원(가구당 1억3569만원)이다.

급감한 서울 거래량

은평·반포 '재건축 부담금' 내년에 부과한다
재건축 부담금 제도는 2006년 도입됐다가 부동산 경기가 꺾이며 2013~2017년 유예기간을 거쳤다. 2018년 1월 재시행되면서 은평구 서해그랑블을 시작으로 서울 등 수도권에 부과 단지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지금까지 재건축 부담금 예정액을 통보받은 단지는 △반포주공1단지 3주구(가구당 4억200만원) △과천주공4단지(1억417만원) △방배삼익아파트(2억7500만원) △한강 삼익아파트(1억9700만원) 등이다.

하지만 각종 규제로 서울 거래량 자체가 급감하면서 향후 재건축 부담금 부과 일정이 삐걱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325건으로 지난해 11월(6367건) 대비 5분의 1 수준이다. 아직 신고기간이 1주일가량 남은 것을 고려해도 ‘거래가뭄’이라는 평가다. 서울 아파트 거래는 올 들어 5월 4895건에서 9월 2708건, 10월 2273건 등으로 급감하고 있다. 서해그랑블이 있는 은평구의 지난달 거래 건수는 70건으로 1년 전(224건)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의 취득세·양도세·보유세 등 전방위적인 세금 중과와 금리 인상, 대출 규제 등이 맞물려 매수와 매도 심리가 모두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부과금 예정 단지가 소단지인 점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거래가 적은 상황”이라며 “대선을 앞두고 양도세 중과 완화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정책 신뢰가 깨지자 내놨던 매물을 다시 거둬들이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최근 몇 년 새 오른 집값을 감안하면 주요 단지의 재건축 부과금 확정액이 예정액보다 두 배가량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해그랑블의 경우 가구당 수천만원, 반포 센트레빌아스테리움은 3억원에 가까운 금액이 부과될 가능성이 크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