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 서울과 1기 신도시 아파트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지며 매물이 감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선 이후 서울과 1기 신도시 아파트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지며 매물이 감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9일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서울과 1기 신도시의 아파트 매물이 줄어들고 있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아파트 실거래가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9일 5만131건이던 서울 아파트 매물이 4만8548개로 3.26% 감소했다. 서울 25개구 전부 매물이 줄어든 가운데, 용산구가 922건에서 872건으로 5.43% 감소하며 가장 높은 감소율을 보였다.

이어 도봉구도 1732건에서 1643건으로 5.14%, 광진구가 1196건에서 1138건으로 4.95% 줄었고 동대문구와 서초구·강남구도 각각 4.46%, 4.28%로 평균보다 높은 감소율을 기록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당선되면서 차기 정부에서는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재건축 시장이 활기를 띨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된 결과다. 대선 이후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매물을 거둬들였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매수세도 살아나는 분위기다. 서초구 방배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선 다음 날부터 거래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윤 당선인의) 규제 완화 공약의 구체화 시기를 묻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거래 문의가 늘었지만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들이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팔겠다며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행보가 본격화되면 집값이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서울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정보가 붙어 있다. 사진=뉴스1
서울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정보가 붙어 있다. 사진=뉴스1
윤 당선인은 부동산 공약의 핵심으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와 '주택 250만호 공급'을 내세웠다. 규제 완화로는 재건축으로 얻은 조합원의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를 완화하고 30년 이상 노후 공동주택의 정밀안전진단을 면제한다는 방침이다.

분양가상한제 완화와 도심 내 용적률 최대 500% 상향도 약속했다. 이러한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 공급을 활성화하고 임기 동안 공공 50만호, 민간 200만호 등 250만호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윤 당선인의 규제 완화 공약이 서울시의 '35층 층수제한 폐지'와 맞물리면 더 큰 영향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각지에서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에는 1기 신도시도 반응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1기 신도시 재정비 특별법을 재정해 1기 신도시 재건축 규제를 개선하고, 10만 가구 이상의 주택을 추가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등 1기 신도시에서는 그간 정체된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1기 신도시 아파트 매물도 급격하게 줄어드는 모양새다. 산본 신도시가 위치한 군포시의 아파트 매물은 대선 이후 1862건에서 1752건으로 5.91% 감소했다. 고양시 일산동구와 일산서구 매물도 총 5565건에서 5262건으로 5.45%, 평촌 신도시가 있는 안양시 동안구 매물도 2335건에서 2254건으로 3.47% 줄었다. 성남시 분당구와 중동 신도시가 있는 부천도 각각 3.34%와 2.87%의 감소율을 보였다.

군포시 산본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어진 지 30년이 되어가는 노후 아파트를 중심으로 문의가 들어오는데,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며 "아직 실거래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주춤하던 매도 호가가 반등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