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30일 리모델링 주택조합 창립 총회를 개최하는 서울 강동구 상일동 ‘명일중앙하이츠’ 아파트. 명일중앙하이츠 추진위 제공
이달 30일 리모델링 주택조합 창립 총회를 개최하는 서울 강동구 상일동 ‘명일중앙하이츠’ 아파트. 명일중앙하이츠 추진위 제공
서울 강동구에서 노후 아파트 단지가 속속 리모델링 사업 추진에 나서고 있다. 재건축을 통해 새 아파트가 대거 들어선 상일동과 고덕동이 대표적이다.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을 중심으로 리모델링 바람이 불고 있다. 암사동에서는 2900가구가 넘는 대단지가 리모델링에 나서 주목된다.

22일 강동구에 따르면 암사동 ‘선사현대아파트’는 이달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고 리모델링 1차 안전진단을 진행할 계획이다. 2000년 준공된 이 단지는 16개 동, 2938가구 규모다. 옛 암사동 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단지다. 지하철 8호선 암사역이 주변에 있다. 신암초, 신암중, 선사고 등도 가깝다.

리모델링 수평증축을 거쳐 200가구 늘어난 3138가구 규모의 매머드급 단지로 탈바꿈한다. 시공사 선정 입찰에는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컨소시엄이 단독으로 참여해 유찰됐다. 조합 측은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다음달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상일동 ‘고덕아르테온’ 등 새 아파트가 밀집한 고덕지구에서도 리모델링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상일동에선 ‘명일중앙하이츠’가 리모델링 사업에 나섰다. 리모델링 주택조합 창립 총회가 이달 30일 열릴 예정이다. 1992년 준공된 이 단지는 5개 동, 410가구로 구성됐다. 명일중앙하이츠 추진위 관계자는 “기존 용적률이 242.7%로 다소 높아 리모델링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고덕동 ‘배재현대아파트’는 지난 1월 리모델링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1995년 입주한 이 단지는 지하 3층~지상 최고 22층, 4개 동, 448가구 규모로 지어졌다. 서울지하철 5호선 고덕역이 도보 거리에 있다. 고덕동 ‘고덕아남아파트’는 지난해 9월 리모델링 1차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1996년 들어선 이 단지는 807가구 규모다. 리모델링을 통해 지하 6층~지상 23층, 9개 동, 887가구로 거듭난다. 명동초와 명일중이 단지 옆에 있다. 시공사는 삼성물산이 맡았다.

이외 길동 ‘길동우성2차아파트’는 지난해 11월 리모델링 1차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서울시가 기본계획 수립 및 안전진단 비용 등을 지원하는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 중 한 곳이다. 단지는 수평증축 대신 수직증축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수직증축은 층수를 올려 증축하는 방식이다. 안전진단 절차 등이 상대적으로 까다롭지만 수평증축보다 가구 수를 늘릴 수 있다. 송파구 ‘성지아파트’에 이어 국내 두 번째 수직증축형 리모델링 단지로 거듭나겠다는 게 조합 측 구상이다. 둔촌동에서는 ‘둔촌주공’의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는 ‘둔촌현대 1·2·3차’가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 중이다.

재건축 규제로 서울 전역에서 리모델링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정책적 지원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이날 발간한 ‘주택 리모델링 시장의 동향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임기 5년간 250만 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려면 주택 리모델링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수직증축·내력벽 철거 등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 확립과 사회 취약계층 밀집 지역의 노후 주택 리모델링 지원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