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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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3법' 등으로 한산했던 서울 전세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특히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서민들이 몰려 있는 지역 전셋값은 서울 내 다른 지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올랐다. 봄 이사 철을 맞아 전세를 찾는 세입자들이 늘었고, 시중은행들이 전세 대출을 재개한 점도 전세 수요를 자극하고 있단 설명이다.

8일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3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1월과 비교했을 때 0.09% 상승했다. 같은 기간 노·도·강은 각각 0.09%, 0.90%, 0.53% 뛰었다. ‘금·관·구’(금천·관악·구로)도 각각 0.15%, 0.21%, 0.06% 올랐다.

임대차 3법 이후로 전세 물량이 줄어 '거래 절벽' 상태인 것은 맞지만 봄을 맞아 이사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세 계약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노원구 중계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봄 이사 철을 맞아 신혼부부 등 전세를 찾는 수요자들이 늘었다"며 "매물이 많지도 않았지만, 그마저도 몇 달 새 소진됐다"고 했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 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도봉구 전세 매물은 전날 기준 619건으로 한 달 전 757건보다 18.3% 감소했다. 노원구도 같은 기간 1972건에서 1734건으로 하락, 12.1% 내렸고, 강북구도 328건에서 327건으로 0.4% 줄었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창구 모습. 사진=한경DB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창구 모습. 사진=한경DB
은행들이 걸어 잠갔던 대출 문을 푼 점도 전세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대표 전세대출 상품 KB전세안심대출은 기존 연 3.72~4.92%에서 3.17~4.37%로 최대 0.55%포인트 낮아진다. 신한은행도 지난 2월 전세 대출금리는 0.1%포인트 내린 데 이어 지난달엔 추가로 0.1%포인트 더 내렸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1일부터 전세 대출상품에 연 0.2%포인트 우대금리를, 농협은행은 올해 들어 전세대출 우대금리를 0.5%포인트 확대했다.

강북구 미아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작년 말엔 은행에서 대출받는 것 자체가 어려웠고, 대출받아도 높은 금리에 망설이는 수요자들이 많았다"며 "여전히 전세대출 금리가 높은 편이긴 하지만 대출 자체가 막히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전세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고 했다.

전세 매물이 부족한 일부 단지는 호가가 오르기도 했다.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노원아이파크’ 전용 137㎡ 전세 호가는 현재 7억원이다. 이 면적대는 지난달 초 6억3000만원에 세입자를 들였다. 도봉구 창동에 있는 ‘신도브래뉴1차’ 전용 121㎡도 현재 전세 호가가 7억5000만~8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말 7억원 수준에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아파트 매매 및 전세 상담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스1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아파트 매매 및 전세 상담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스1
도봉구 창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임대차 3법' 이후 전세 자체가 워낙 귀한 상황"이라며 "세입자를 찾을 때 크게 거부감이 없는 수준에서 시세보다 약간 높게 전세를 놓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임대차 물건들의 만기가 돌아오는 8월엔 전세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간 가격을 올리지 못했던 임대인들이 한꺼번에 4년 치 가격을 반영할 수 있어서다. 윤석열 당선인이 임대차 3법을 폐지 혹은 축소를 검토한다고 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이른 시일 내 방안이 나오긴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에 있는 한 부동산 공인 중개 대표는 "새 정부가 검토한다는 ‘임대차 3법’ 개선 방안은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아 예상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현 상태에서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면 오는 8월엔 전셋값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