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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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 1월 외벽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 8개 동을 전면 철거하기로 했다.

정몽규 HDC 회장은 4일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고객에게 안전과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회사의 존립 가치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회장은 "지난 4개월 동안 입주 예정 고객과 대화를 이어왔다"며 "고객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안전이었다. 무너진 곳(201동) 외에 나머지에 대한 우려가 컸고, 그 우려를 해소할 방법은 완전히 철거 후 새로 짓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고 이후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고객의 얘기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우리가 가장 힘든 결정을 하는 것이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전에 대한 신뢰를 잃는 일이 있다면 회사에 어떤 손해가 있더라도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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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새 아파트를 짓는데 소요될 기간은 70개월로 추정했다. 하원기 HDC현대산업개발 대표는 "국내에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공사"라며 "주변의 민원이 많고 인허가 절차도 복잡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래도 70개월이면 새 건물 준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화정 아이파크는 당초 오는 11월 입주가 예정되어 있었다. 입주가 약 6년가량 늦춰지면 입주예정자들의 피해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정 회장은 "지난해 4분기 사고 관련 손실을 1750억원 반영했다"며 "지체상금과 입주예정자들의 주거지원비를 협상하면 (철거 및 재시공을 포함해) 2000억원 정도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한편 광주 서구 화정동에 주상복합 아파트 705가구, 오피스텔 142실로 조성되던 '화정 아이파크'에서는 지난 1월 외벽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던 중 건물 외벽이 23층까지 붕괴하면서 작업자 6명이 사망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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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의 원인이 총체적인 관리 부실에 의한 것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붕괴가 시작된 39층 바닥이 설계와 다르게 시공됐고 아래층에 있어야 했던 가설 지지대(동바리)가 조기 철거됐으며, 콘크리트 강도 역시 기준치에 미달해 불량했다는 취지다.

이 사고로 현장 책임자 11명이 재판에 넘겨졌고 서울시도 전담 조직을 구성해 지난달까지 HDC현대산업개발의 소명을 접수하고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 등의 행정처분을 검토하고 있다.

다음은 HDC현대산업개발의 공식 입장 전문이다.
다시 한번 광주 사고의 모든 피해자와 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립니다.

광주 화정동에서 사고가 일어난지 4개월째 접어 들었지만,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근로자 가족분들의 보상 외에는 국민 여러분께 체감할만한 사고수습 모습을 보이지 못해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2월 실종자 구조작업을 끝난 이후 입주 예정 고객과 주변 상가 상인 여러분과 피해보상을 위한 대화를 이어왔지만 입주 예정 고객의 불안감이 커져왔고 회사 또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기업가치와 회사에 대한 신뢰 또한 회복이 더뎌지고 있습니다.

사고 이후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걱정하시는 고객까지 계시다는 이야기에 저 또한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이에 현대산업개발은 입주예정자의 요구이신 화정동의 8개동 모두를 철거하고 새로 아이파크를 짓겠습니다.

저희 현대산업개발은 고객에게 안전과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회사의 존립 가치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회사는 앞으로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고객에게 신뢰를 주어 고객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인 아이파크를 만들겠습니다.

앞으로도 조금이라도 안전에 관한 신뢰가 없어지는 일이 있다면 회사에 어떠한 손해가 있더라도 고객과의 약속을 꼭 지키겠습니다.

현대산업개발은 아이파크를 사랑하시는 모든 고객과 국민 여러분의 불안감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회사로 거듭나겠습니다.

저희 아이파크 고객들께서 평생 안심하고 사실 수 있도록 회사의 역량을 다할 것이며, 나아가 고객의 안전과 사회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기업이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광주 사고로 피해를 보신 모든 분과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