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한 한 채' 강남·서초만 올랐다
한국부동산원 집값 변동률 누계
올해 강남·서초 ↑, 송파·강동 ↓
"동반 상승 끝났다. 상급지 선호 커져"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강남 4구' 가운데 올해 집값이 오른 곳은 강남구와 서초구 뿐이다. 강남 4구에는 서울 동남권인 강남·서초·송파·강동구가 포함된다. 올해 들어 강남과 서초만 각각 0.20%, 0.32%씩 상승했다. 반면 송파는 0.03% 하락했고 강동 역시 0.16% 급락했다. 지난해 강남·서초·송파가 모두 8%대 상승률을 기록하고 강동도 6% 가까이 오른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같은 강남 아니었네…강남·서초 오르고 송파·강동 하락
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초구는 한강변 위주로, 강남구는 재건축 위주로 상승했다"며 "송파구는 잠실동과 가락동에서 하락세를 보였고 강동구도 둔촌·암사동 등 구축에서 가격이 내려갔다"고 설명했다송파구와 강동구에서는 유명 아파트 단지에서도 억 단위 하락 거래를 찾아볼 수 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는 지난달 23억원에 손바뀜됐다. 올해 1월 25억원에 비해 2억원, 지난해 10월 기록한 최고가 26억2000만원에 비교하면 3억2000만원 하락했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도 지난달 20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 23억7000만원보다 2억7500만원 내린 가격이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전용 84㎡는 지난달 16억75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10월 쓴 최고가 19억원에서 2억2500만원 떨어졌다.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분위기도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고 말한다. 송파구 가락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매물은 평상시와 큰 차이 없다. 보유세 부담으로 급매도 나오고 있다"면서도 "매수 대기자들이 관망세에 있어 거래가 활발하진 않다"고 전했다.
"똘똘한 한 채 현상, 상급지 수요 키워"…집주인들 "차라리 증여"
서초구 서초동의 공인중개사는 "부담부증여 문의가 부쩍 늘었고 매물은 제자리"라며 다주택자들이 매도보다는 증여를 선택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부담부증여는 전세보증금·주택담보대출 등의 부채를 포함해 부동산을 증여하는 방식으로,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거래로 꼽힌다. 송파에서는 꾸준히 매물이 쌓이며 급매도 나오지만, 서초에서는 증여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이러한 차이는 매물 증감에서도 나타난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매물은 1월 1일 4만5198건에서 지난 16일 5만8135건으로 28.6%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강남 4구의 매물 증가율은 △강남 22.4% △서초 13.9% △송파 36.0% △강동 17.7% 등으로 나타났다. 송파구만 서울 평균 증가율을 상회하는 매물이 출회됐다. 전문가들은 상승장 초반 광범위한 범위의 동반 상승이 끝나고 상승장 후반의 차별화 장세가 펼쳐진 결과라고 분석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같은 강남권으로 묶지만, 시장에서 강남·서초의 가치를 더 높게 매기는 것"이라며 "똘똘한 한 채 현상이 심화하면서 상급지에 대한 수요가 더욱 크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상이 앞으로 더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장은 "상승 초반에는 외곽 지역까지 함께 다 오르지만, 현재는 차별화가 심화하는 단계"라며 "강남 내에서도 차별화가 이뤄지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남에서 송파와 강동은 신규 아파트가 많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급증가도 한 몫을 했다. 송파구는 그간 공급물량이 많지 않았지만, 올해 1월 1945가구 규모 '송파시그니처롯데캐슬'과 2월 1389가구 규모 '호반써밋송파 1·2차'가 입주했다. 강동구는 4932가구 규모 고덕그라시움을 비롯해 2017년 5596가구, 2019년 1만1533가구, 2020년 7088가구, 2021년 4040가구 등 꾸준한 입주 물량이 공급됐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강남4구는 강남 3구 플러스 강동"이라며 "강남 3구 안에서도 강남·서초가 예전부터 부촌으로 강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파는 중심지에서 다소 빗겨 난 지역이고 강동은 송파보다 주요 업무지구에서 더 멀다"며 "지역별로 입지에 따른 양극화, 옥석 가리기가 심화하고 있다. 이러한 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