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한 푼 안 들이고 아파트 산다"…서울 집주인들 몰린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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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 올해 집값 4.10% 상승 전국 1위
전세금 높인 서울·분당 집주인이 '갭투자'
SK하이닉스에 실거주 수요도 탄탄
전세금 높인 서울·분당 집주인이 '갭투자'
SK하이닉스에 실거주 수요도 탄탄
전국에서 '똘똘한 한 채' 열풍이 불며 외곽 집값이 하락하는 가운데, 경기 이천시 집값은 올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해 분당 등지에서 전세금을 올린 집주인들이 규제를 피해 갭투자 쇼핑에 나선 영향이다.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국 집값이 0.02%, 수도권 집값은 0.24% 떨어진 가운데 이천 집값은 4.10% 상승하며 전국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신고가도 아파트마다 매달 쏟아지고 있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갭투자자가 급격히 늘면서 매물이 귀해진 여파라고 설명한다. 증포동 A 공인중개사는 "서울과 분당, 일산 등에서 전셋값을 올려 여유자금이 생겼다며 갭투자를 문의하는 분들이 크게 늘었다"며 "투자자가 몰리면서 경쟁도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마이너스 갭투자가 가능한 곳도 있었다고도 했다. 마이너스 갭투자는 매매가가 전셋값 보다 낮은 수준을 말한다. 낡은 중소형 아파트에 주로 나타나는데,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세금 보호가 우려되는 투자다. 증포동 '대원' 전용 51㎡는 지난 3월 1억3300만원에 팔리고, 1억3500만원에 전세를 줘 마이너스 200만원 갭투자가 가능했다. 현재는 이러한 마이너스 갭투자 매물은 없다는 게 현장에서의 얘기다. A 공인중개사는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곳이고 초등학교와 대형 마트도 가까워 집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며 "지금은 옆 단지인 대우 2차에 갭투자 하려면 8000만원 정도 든다. 약간 거리가 있지만 '신한'의 경우 6000만~7000만원에 가능하다"고 했다.
갭투자자가 몰려들고 집값이 오르면서 매물도 감소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해 이천의 아파트 매물은 지난 3월 1158건까지 늘었다가 이달 896건까지 줄어드는 등 감소세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창전동 B 공인중개사는 "갭투자자가 늘어나면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고 있다. 며칠 전에도 약속을 잡고 집을 보러 갔더니 집주인이 팔지 않겠다고 해 구경도 못 하고 돌아간 손님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역 내 대기업이 있어 임대차 수요가 탄탄한 점도 집값 상승의 한 요인이다.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이천시 인구는 22만3000여명, 경제활동인구(30~49세)는 6만5000여명이었다. 반도체 업계는 SK하이닉스 임직원 가운데 이천 근무자가 1만8000여명이며, 협력 업체 직원을 포함하면 약 2만5000여명이 이천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이천 경제활동인구의 절반 가까이 지탱하는 셈이다.
지난 2월에는 SK하이닉스의 신규 메모리 반도체 공장인 M16이 가동을 시작했다. 축구장 8개에 해당하는 5만7000㎡ 면적에 조성된 M16 공장은 SK하이닉스가 국내외에 보유한 생산 시설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이천시는 M16 공장에서 34만8000여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포동의 C 공인중개사도 "M16 공장이 가동되면서 임직원이나 협력 업체 직원들의 아파트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증포동, 창전동, 안흥동, 갈산동 등의 선호가 높은데, 이들 지역에서 초·중·고등학교와 대형 마트 등이 가까운 단지는 전세 매물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천 집값이 아직 크게 오르지 않았고, 전셋값은 높게 형성돼 7000만~8000만원이면 인기 단지 갭투자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은 "이천 집값 상승에는 비규제 지역이라는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며 "투자자들이 비규제 지역으로 몰린 가운데 대기업의 고용 효과로 실거주 수요가 꾸준하게 유지되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수도권 도심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한 것은 이천의 단점"이라며 "꾸준한 인프라 확충으로 실거주자의 편의를 높여야 상승세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천(경기)=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국 집값이 0.02%, 수도권 집값은 0.24% 떨어진 가운데 이천 집값은 4.10% 상승하며 전국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신고가도 아파트마다 매달 쏟아지고 있다.
"연초에는 마이너스 갭투자 기승"
지난달 창전동 '세영', 증포동 '신한' 등을 비롯해 60여 건의 신고가 거래가 발생했다. 이달에도 지난 2일 증포동 '대우 2차' 전용 84㎡가 3억1700만원에 거래되며 처음으로 3억원을 넘어서는 등 이날까지 12건의 신고가 거래가 등록됐다.현지 공인중개사들은 갭투자자가 급격히 늘면서 매물이 귀해진 여파라고 설명한다. 증포동 A 공인중개사는 "서울과 분당, 일산 등에서 전셋값을 올려 여유자금이 생겼다며 갭투자를 문의하는 분들이 크게 늘었다"며 "투자자가 몰리면서 경쟁도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마이너스 갭투자가 가능한 곳도 있었다고도 했다. 마이너스 갭투자는 매매가가 전셋값 보다 낮은 수준을 말한다. 낡은 중소형 아파트에 주로 나타나는데,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세금 보호가 우려되는 투자다. 증포동 '대원' 전용 51㎡는 지난 3월 1억3300만원에 팔리고, 1억3500만원에 전세를 줘 마이너스 200만원 갭투자가 가능했다. 현재는 이러한 마이너스 갭투자 매물은 없다는 게 현장에서의 얘기다. A 공인중개사는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곳이고 초등학교와 대형 마트도 가까워 집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며 "지금은 옆 단지인 대우 2차에 갭투자 하려면 8000만원 정도 든다. 약간 거리가 있지만 '신한'의 경우 6000만~7000만원에 가능하다"고 했다.
갭투자 영향에…매물 줄고 시세 상승
이천에 갭투자자가 몰려든 것은 규제 여파로 볼 수 있다. 수도권 대부분이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이천은 사실상 수도권 마지막 비규제지역으로 꼽힌다. 비규제지역에서는 무주택자 기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최대 70%까지 받을 수 있어 적은 돈으로 주택을 매수할 수 있다. 취득세나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적용도 배제된다.갭투자자가 몰려들고 집값이 오르면서 매물도 감소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해 이천의 아파트 매물은 지난 3월 1158건까지 늘었다가 이달 896건까지 줄어드는 등 감소세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창전동 B 공인중개사는 "갭투자자가 늘어나면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고 있다. 며칠 전에도 약속을 잡고 집을 보러 갔더니 집주인이 팔지 않겠다고 해 구경도 못 하고 돌아간 손님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역 내 대기업이 있어 임대차 수요가 탄탄한 점도 집값 상승의 한 요인이다.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이천시 인구는 22만3000여명, 경제활동인구(30~49세)는 6만5000여명이었다. 반도체 업계는 SK하이닉스 임직원 가운데 이천 근무자가 1만8000여명이며, 협력 업체 직원을 포함하면 약 2만5000여명이 이천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이천 경제활동인구의 절반 가까이 지탱하는 셈이다.
지역경제 살리는 SK하이닉스, 전세 원하는 젊은층 대거 유입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천에는 SK하이닉스가 위치해 지역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며 "지역 시세를 받쳐줄 수 있는 수요가 유지되면 가격 상승 추세가 지속된다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지난 2월에는 SK하이닉스의 신규 메모리 반도체 공장인 M16이 가동을 시작했다. 축구장 8개에 해당하는 5만7000㎡ 면적에 조성된 M16 공장은 SK하이닉스가 국내외에 보유한 생산 시설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이천시는 M16 공장에서 34만8000여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포동의 C 공인중개사도 "M16 공장이 가동되면서 임직원이나 협력 업체 직원들의 아파트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증포동, 창전동, 안흥동, 갈산동 등의 선호가 높은데, 이들 지역에서 초·중·고등학교와 대형 마트 등이 가까운 단지는 전세 매물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천 집값이 아직 크게 오르지 않았고, 전셋값은 높게 형성돼 7000만~8000만원이면 인기 단지 갭투자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은 "이천 집값 상승에는 비규제 지역이라는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며 "투자자들이 비규제 지역으로 몰린 가운데 대기업의 고용 효과로 실거주 수요가 꾸준하게 유지되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수도권 도심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한 것은 이천의 단점"이라며 "꾸준한 인프라 확충으로 실거주자의 편의를 높여야 상승세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천(경기)=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